구멍이 성성한 니트를 입고
간밤에 내린 잣눈을 무연히 내다보다,
어떤 감정으로 웃자란 시간들이
황급히 한데 뒤섞인다
이냥저냥 주고받던 시답지 않은
수많은 새벽과 노을 녘
사랑한다고 쉬이 사랑하고
그립다고 쉬이 그리워하지 않았는데,
질척거리며 떨어지지 않는 오래된 것들이
고추바람에 사위고 사위고......
눈물져 얼어 버린 진심과
깊다란 침묵에
겨울이 노골적으로 춥다
"그대여, 행복하소서!"
희떱게 씨불이며 우쭐대는 나
언 손 녹이려
새록새록 고개 밀어 올리는 뜨거운
입김이 섧다
2022.03.23.(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