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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초순보기 Jul 11. 2022

손녀의 알람은 오전 6시 55분에 울린다.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는 나는 기상시간을 오전 5시로 정하고, 5시에 일어나서 독서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독서는 한 시간가량 하고 있다.  감명 깊은 문장은 필사를 하기도 하고, 밑줄을 단단히 그으면서 읽다 보면 금세 한 시간이 지나간다. 독서를 한 후에는 걷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 시각은 6시 50분이다. 하지만 손주 육아를 하면서 산책은 등교 이후로 미루었다.


미라클 모닝을 위해 핸드폰 알람을 두 번 설정해 두고 있다. 첫 번째는 기상시간인 5시, 두 번째가 산책을 나서는 6시 50분이다.


손주을 돌보기 위해 자식 집으로 온 첫날은 알람 끄는 것을 잊어버렸다.  새벽의 알람 소리는 왜 또 그렇게 큰지.. 잠든 손녀와 손주가 깨지 않도록 후다닥 알람을 끄기 위해 거실로 나오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쳐 더 큰 소음을 내기도 한다. 


그런데 알람을 끈 후에도 알람이 다시 울리는 것이 아닌가.


나이가 들으니 조금 전 한일도 했는지 안 했는지 분간이 안되는구나.. 하며, 내 핸드폰을 확인하려는데' 손녀가 거실로 나오더니 핸드폰을 열고, 알람을 끄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소파에 가 앉는다.


너무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며 더 자라고 해도 괜찮단다. 그 이후에도 매일 아침 6시 55분만 되면 손녀의 알람이 울리고 손녀는 거실로 나온다.


밥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는 티브이 영어 프로그램을 본다.  밥이 차려지면 밥을 먹고는 양치하고,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그리고 8시 20분 등교를 한다.


하루는 어린이는 많이 자야 한다며, 알람 시간을 7시 20분으로 맞추어 놓으라고 했다. 괜찮단다. 제 엄마가  더 자도 된다며 알람을 늦추라고 해도 여전히 알람이 울리는 시간은 6시 55분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손녀는 자기가 정해놓은 시간을 정확히 지킨다. 그런데 나는 어떤가.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5시 알람이 울려도 다시 자기도 하고, 조금만 더 하다가 5시 30분에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예 알람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데, 아이는 자기와의 약속을 철저히 지킨다. 


과시하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친구, 부모, 이웃과의 약속, 하찮게 여겼던 수많은 약속, 심지어 자기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손녀의 아침 6시 55분의 알람은  약속은 제대로 지키라는, 특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경고음이라고 생각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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