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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멀리 했던 이유

기욤 뮈소, 내일, 2013

by 투덜쌤 Mar 26. 2025

1.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한 해가 되겠다 다짐했다.

이 놈의 다짐은 아무리 해도 지켜지지 않길래 이렇게 글로써 박제를 하곤 하지만,

그 또한 안 보면 그만인 장치이기에 덧없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한 번 다지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지키지 못하는 내가 나쁜거지.


2.

책을 읽을 때 보통 소설을 즐기지는 않는다. 

웹툰과 애니, 드라마, 영화까지는 괜찮은데 왠지 소설은 좀 그렇다.

참 이상하다. 

책은 무언가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는 내 잘못된 관념 탓일까?

그렇다고 소설을 안 본 것도 아닌데.

한 때는 대하소설 매니아였고, 무협소설도 많이 읽었고, 시드니 셀던이나 스티븐 킹 소설도 좋아했었다.

가장 생각나는 소설은 김훈의 '칼의 노래'였다. 이게 2001년작이니 꽤 오랫동안 소설을 멀리했나 보다.


3.

최근 밀리의 서재에서 기욤 뮈소 소설을 19개나 올려놓았다.

익숙한 소설이 하나 보였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였고, 비슷한 내용에 드라마 나인을 보고나서 책으로 까지 읽었던.

정말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었는데, 이 작가의 책을 더 찾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마찬가지 소설보다는 심리학, 자기계발, 정보, 에세이.. 를 더 선호했길래.


4.

오랫동안 여행을 해야 하는 짬에 시간을 보내볼까 하고 결국 책 한 권을 클릭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4시간이 지나갔다. 정말 순식간에.

뻔한 스토리에 뻔한 상황이라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의 책은 참 흡입력이 있다.

장면 묘사나 직업, 상황에 대한 설명들이 얼마나 알토론 같은지.

자세히 읽다보니 내가 선호했던 심리학의 경우도 나오고, 자기계발도 상상해 볼 수 있었으며, 정보도 들어가 있고, 삶을 관조하는 읊조림도 있었다. 


나는 소설을 정말 줄거리 위주로 대충 봤구나.

흥미있는 소재나 재미만을 쫒는 사람이었군.


5.

'내일'이란 소설은 1년의 간격을 둔 두 남여의 이야기이자 여자의 지독한 집착과 같은 사랑이야기다.

매개체는 '노트북'. - '시그널'이 생각나기도 하고 '시월애'가 떠오르기도 하고.


챕터마다 주인공이 달라지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오랜만에 읽지만 그 필력은 참 대단하다 느껴진다.

대학 캠퍼스의 묘사며, 주변 풍경, 생활, 와인감별사 교수 의사 등 다양한 직업에 대한 서술.

작가를 한다는 건 참 많은 사람들의 삶을 조사하고 느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한다.

드라마나 애니 영화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 정말 타인의 삶 속에 풍덩 빠져들었다가 나온 느낌이다.


중간 중간 반전의 반전이 드러나고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그리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며

순식간에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이게 흡입력이라고 불리우는 거겠지?

마지막은 조금은 아쉬움. 나는 확실한 해피 엔딩을 원한다는 거지. 열린 결말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여운은 남는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어디있으며,

그 사람이 내 마음대로 움직일거라는 확신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서로가 호감을 얻는 그 순간이 각자의 존재로부터 시작되었다면 다시 만나도 호감은 싹트겠지.

그게 우리가 말하는 만날 사람은 다시 만나진다는 인연이 아닐지.


6.

너무 빠질까봐 무서워서 그랬나 보다.

하지만 읽고 나니 즐겁다. 뭐 짧은 동영상 보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충분히 유익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도 즐겁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살짝 동기화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좋고.


책을 또 담았다. 

이번에는 '구해줘' 기욤 뮈소의 대표작이라고 일컫는 그 책을 이제야 펼친다.

또 어떤 삶 속으로 나를 데려다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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