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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2024년을 마무리하며..

by 작자미상 Dec 31. 2024

완벽한 삶을 꿈꿨다. 혹은 적어도 완벽한 삶을 꿈꾸는 태도를 지향했다. 크지 않아도 반듯하고 정돈된 집, 목표를 향해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직장생활, 똑똑한 머리보다 인성을 갖춘 아이들..


2024년의 마지막 날, 둘째의 방 창문 틀에 검게 핀 곰팡이를 마주했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창 틀의 곰팡이까지 정성스럽게 다룰 의지가 없었다. 그나마 연말에 며칠 짬이 난 까닭에 그게 보였고, 적당히 닦아낼 수 있었다.


집이 내게 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인생이란 완벽할 수 없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차가운 표면을 만나면 물이 맺힐 수밖에 없다. 그 지점은 곰팡이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내가 살뜰히 집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곰팡이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필 것이다. 그런 지점은 나의 인간관계 속에, 나의 가족 안에, 나의 직장생활과 돈이 오가는 자리에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여력이 되는대로 그 지점을 관리하고 청소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올해 12월, 나는 팀장이 되었다.  팀 또한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힘을 조금 빼고 내가 책임질 것들을 마주하기로 한다. 대충 하려는 것이 아닌, 최선을 다하되 완벽하길 바라는 강박 가운데에 내 스스로를 갈아 넣지 않는다는 태도의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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