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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 숲에 앞서

by 걍마늘

작가지망생분들의 한 해는 어떠셨을까요? 제 경우를 말하자면, 봄에는 문예지 공모전을 준비하고 여름엔 신인상 공모전을 준비하고 가을엔 신춘문예를 준비하면서 서너 작품을 굴리다가 신춘문예가 끝나면 새 작품을 쓰기 시작합니다. 삼 년 전부터 반복해 온 루틴입니다.

사실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보다 훨씬 전이었습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이런저런 다른 일들도 하면서 신춘문예에 응모한 세월만 이미 십오 년이었죠. 최종심에 오른 적도 없고, 심사평에 언급된 적도 없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그만둬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 채로 매번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으로 써 왔고, 그만두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삼 년 전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공모전에 뛰어든 것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정말로 안 될 소설들이었는지 그해에 응모할 만한 공모전은 전부 응모해 보고 그만두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신춘문예에만 응모했었거든요. 그런데 그해에 지역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신인상에 덜컥 당선이 되고 말았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문제는 당선이 득이 된 건지 독이 된 건지 포기가 더 힘들어진 것입니다. 새로운 길이 열리나 싶었는데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마음만 복잡해졌죠. 여전히 이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그만두지 못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그런 마음으로 쓸 수 있을지. 소설을 쓴다는 게 재미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니까요.

브런치에 소설을 올린 것은 그동안 쓴 소설을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여러 플랫폼이 있었지만 이곳만큼 작가 친화적인 플랫폼은 없었죠. 또 브런치에서 소설은 마이너 장르지만, 고급 독자가 많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글을 잘 쓰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공부도 많이 되었습니다. 플랫폼과 작가의 상생을 도모하려는 브런치의 시도가 제게는 긍정적으로 여겨져 멤버십 전환을 하고 여기까지 달려오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부담도 크고,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준비가 덜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아스파라거스 숲은 소설이라는 숲, 혹은 수프에 관한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올해를 마무리한다는 마음도 있고, 내년을 기약하는 마음도 있고, 첫 멤버십 소설은 이 소설이 맞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역시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라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할까 고민 중입니다.

어쨌든 결과를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말고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의미 없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뜻대로 되었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인 것이고, 뜻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할 만큼 했다면 그 나름의 의미가 생겼을 테니까요.

그동안 라이킷과 구독으로 힘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것의 의미는 다 다르겠지만 저한테는 진짜 하트처럼 느껴졌어요. 계속할 수 있게 한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제 신춘문예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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