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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다스리는 작고 단단한 힘

절제는 나를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환경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by 당근과 채찍

1. “이건 다 먹으면 안 되는데…”

점심시간, 자리에 함께 앉은 지인들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한 입, 두 입을 더 먹고 있었다.

“버리기 아깝잖아”라고 말하며 내 접시에 남은 것을 모조리 비웠다.


그건 배가 고파서가 아니었다.

단지 아깝다는 마음, 그리고 입맛이 남아 있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작은 행동들이 반복될 때다.

배는 불러오고, 몸은 무거워지며, 나 스스로에게 실망이 찾아온다.

내가 왜 이걸 참지 못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절제’는 멀고도 막막한 주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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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절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요즘처럼 무엇이든 ‘과잉’된 시대는 없다.

음식, 쇼핑, 정보, 관계… 손을 뻗기만 하면 무엇이든 넘칠 만큼 쏟아진다.

그러니 절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전략에 가깝다.


문제는 절제를 ‘의지’로 해결하려 든다는 점이다.

나도 그랬다. 술도 음식도 내 의지로 조절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술자리에 앉기만 하면, “오늘은 한 잔만”이라는 말은 항상 “그래, 오늘도 진탕 마시자”로 바뀌었다.

나는 결국 그 상황 휩쓸려서 결과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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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제를 위한 최선의 전략: 환경 설계

우리는 생각보다 환경에 쉽게 지배당한다.

그래서 절제는 ‘참는 것’이 아니라 ‘만들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한다.

먹고 싶지 않다면, 손 닿는 곳에 두지 말고. 마시지 않으려면, 자리에 가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 작은 원칙을 요즘 실천하고 있다.

음식을 남기는 게 아깝다면, 애초에 적게 담는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면, 혼자 있는 날에는 약속을 만들지 않는다.

이 단순한 전략이 삶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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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절제는 삶을 간결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절제는 위대한 철학이 아니다.

그저 내가 내 삶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관한 기술이다.

그리고 이 기술은 삶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나에게 더 필요한 일에 집중할 여백을 준다.


요즘 나는 절제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 하루를 조금 덜 복잡하게, 덜 무겁게 만드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절제란 그렇게, 삶을 간결하게 다듬는 작은 손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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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절제가 모여, 삶의 형태를 바꾼다.


그것은 단지 참는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을 잡을 수는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잡는 힘은 언제나, 작지만 단단한 절제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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