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과 반복 속에서 배우는 올바른 활용법
AI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거의 전능한 존재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답이 돌아왔고, 복잡한 내용을 단숨에 정리해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AI는 분명 놀라운 도구지만, 결코 진실만 말하는 존재는 아니다.
한 번은 경제학 개념을 설명해 달라고 했는데, 근사한 답변을 내놓았다.
나는 곧바로 블로그 글에 옮겨 적었다.
그런데 며칠 뒤 책을 다시 보니, 세부 내용이 전혀 달랐다.
AI는 그럴듯한 말로 나를 설득했지만, 사실관계는 맞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AI를 그대로 믿으면 위험하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조 뇌’ 일뿐이지, 최종 판단자는 나여야 했다.
AI가 내놓는 답은 언제나 100% 맞는 게 아니다.
이 현상은 흔히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불린다.
즉, 자신 있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다.
내가 겪은 사례: “한국에서 2022년에 출간된 특정 학습서 저자 이름”을 물었을 때, AI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저자를 만들어 냈다. 이름도 그럴듯했다. 문제는 내가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적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내가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였다. 질문이 모호하면 답변도 흐려졌다.
“이 개념을 설명해 줘”라고만 하면 사전식 정의에 그쳤지만, “이 개념을 3가지 사례로 설명해 줘. 그리고 반론도 제시해 줘”라고 하면 훨씬 깊은 답이 돌아왔다.
결국, AI의 진실성은 내 질문의 질에 달려 있었다.
추가로 AI의 환각은 많이 개선된 상태이다. 하지만 아직도 존재는 한다.
유명한 이야기로 Chat GPT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이 맥북 프로를 던진 사건을 해달라고 하니 있지도 않은 사실에 대해서 있는 것처럼 답변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일한 내용을 물어보면 그런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한다.
많은 사람들이 AI의 답변을 들으면 곧바로 “이제 알겠다”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안다는 느낌’과 ‘진짜 아는 것’은 다르다.
AI가 던진 답을 그대로 받아 적는 건 ‘안다는 느낌’에 불과하다.
진짜 아는 것은, 반복해서 말하고 쓰면서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시작된다.
나는 업무에 필요한 ‘압축성형’이라는 개념을 공부할 때 이를 절감했다.
AI가 설명해 준 내용으로 메일을 작성해서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압축성형 자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서 루틴을 바꿨다.
→ AI에게 개념을 듣고,
→ 내 언어로 다시 써보고,
→ 며칠 뒤 또 다른 예시로 설명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반복과 쓰기를 거치면서야 비로소 개념이 내 것이 되었다.
지식 축적 방식의 차이: AI는 인간처럼 경험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연결한다. 그래서 인간적 ‘이해’보다는 ‘패턴 인식’에 가깝다.
언어적 한계: 영어 자료에 강하고 한국어 자료에는 약하다. 특정 책이나 최신 사례는 틀린 답을 줄 수 있다.
IQ 비유: 어떤 연구에서는 최신 AI 모델의 추론 능력이 인간 평균(IQ 100)을 넘어 140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하지만 IQ가 높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 현명한 것은 아니듯, AI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AI를 신처럼 떠받들 것이 아니라, 잘 훈련된 조력자로 두는 게 맞다.
내가 정리한 활용법은 크게 세 가지다.
1️⃣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AI의 답변을 그대로 믿지 말고, 책·논문·신뢰할 만한 출처와 교차 확인한다.
2️⃣ 질문을 구체화하기
“이 개념 설명해 줘” 대신 “이 개념을 사례와 반론을 포함해 설명해 줘”라고 요청한다. 질문의 질이 답의 질을 결정한다.
3️⃣ 반복과 쓰기로 자기화하기
AI 답변을 다시 내 언어로 정리하고, 글로 쓰고, 며칠 뒤 다시 설명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지식은 머리에 남는다.
AI는 놀라운 도구다. 때로는 내 두 번째 뇌처럼, 때로는 즉석에서 토론해 주는 멘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환각과 오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인간처럼 생각하지도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AI를 어떻게 쓰느냐다.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반복과 쓰기를 통해 자기화한다면, AI는 최고의 학습 파트너가 된다.
하지만 맹신한다면, 오히려 나를 착각 속에 빠뜨릴 수도 있다.
AI는 강력한 도구지만,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반복과 쓰기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