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혼은 결혼보다 낫다. 현명한 이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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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면서..
저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이 글 또한 저의 모-내담자 분을 위해 쓰는 글입니다.
그분 외에도 이혼을 결심하신 분, 이혼을 고려하시는 분, 이혼할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드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혼은 '대한민국 100대 스트레스 사건' 중 '자식 사망', '배우자 사망', '부모 사망' 등 가족 사망 다음의 4위일 정도로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 사건입니다.
이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이혼을 고려하거나 이혼 진행 절차 중에는 반드시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병행하시기를 권합니다(꼭 저한테 오시라는 애기 아닙니다! 부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화된 전문가 선생님도 많으십니다^^).
이를 통해 이혼 과정에서의 상처를 최소화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필수적 과정입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이해나 공감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제 다른 글들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특히 아래 나오는 내용 중 '이혼 후 홀로서기'와 관련해서는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2"라는 매거진에 '혼자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라는 소제목으로 연속 글을 올리고 있으니 이를 참조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우리나라 이혼율에 대한 논의가 많다. OECD 국가 중에 몇 위를 차지하며, 몇 쌍이 결혼하면 그중 몇 쌍이 이혼을 한다는 기사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반적인 통계나 일반적인 경향을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혼은 부부를 구성하는 두 사람 간의 이슈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혼율이 높아도 두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면 되는 것이며, 이혼율이 낮은 편이라고 해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참고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이와 같은 얘기로 서두를 시작하는 이유는 '이혼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인 통계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반적인 통계치들은 이혼 산업(?!)과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는지 몰라도 현재 결혼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나 그 안에서 갈등을 겪고 있어 이혼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자료이다. 이혼이란 지극히 두 사람 간의 사적인 관계이며 둘 간의 합의가 필요한 의사결정일 뿐이다.
즉, 이혼율 통계에 너무 집착하거나 신경을 쓰게 되면, 두 사람 간의 이슈나 문제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된다. 혹은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나 반응도 부차적인 것이다. 그와 상관없이 둘 간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소통하여 두 사람(과 혹은 그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결정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단, 이혼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과정이 존재한다.
결혼을 할 때 얼마나 많은 것을 따지고 결혼을 결심했는가? 일단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난 후에도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한다. 심지어는 결혼식장에서 손잡고 들어가기 전에 '이 결혼 못하겠어요!'라고 선언하고 도망가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한 사람을 만나 감정적으로 너무 좋다고 해서 무조건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여 합리적 차원에서 결정하는 종합적 판단이다.
이혼도 마찬가지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여 합리적 차원에서 결정하는 종합적 판단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이혼의 경우에는 감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많다. 그 이유는 첫째, 그동안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들이 축적되어 왔으며, 둘째, 보통은 심각한 갈등이나 문제 상황에서 이혼을 결심하게 되며, 셋째, 이혼을 하게 될 경우에 발생하는 다양한 예상들이 부정적인 감정인 걱정과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만약 결혼이 충분한 준비 없이 일시적인 감정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 갈등과 문제로 인하여 조기에 이혼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처럼, 이혼의 경우에는 충분히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감정적인 상태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추후에 후회를 하거나 많은 문제를 발생하게 된다. 이것을 막기 위한 과정이 바로 '4주 후에 뵙겠습니다!'이다. 즉, 법적으로 이혼 소송 중인 부부에게 진정기를 가지고 부부 상담도 받으면서 정말 이혼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심사숙고하는 기회를 가지라고 강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이혼 숙려제도'가 도입된 이후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이혼이 감소하기도 한다.
이를 위한 아주 현실적인 방법은 '이혼할까? vs 이혼하지 말까?'의 비율을 여러 번 평가해 보는 것이다. 보통 이혼 문제로 상담을 오는 내담자분들에게 매주 이 비율을 확인하다. 그런데 이 비율('이혼한다' vs '이혼 안 한다')이 어느 날은 '90 vs 10'이었다가 그다음 주는 '10 vs 90'이라면 이는 틀림없이 감정적인 결정이다. 왜냐하면 감정적인 결정은 감정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감정 변화는 이혼 후에도 반복된다. 이혼 후에 생각해보니 '이혼하지 말걸..'이라는 후회를 해봐야 소용없다.
반면 5번의 상담 내내 이혼과 관련된 마음의 비율('이혼한다' vs '이혼 안 한다')이 '90 vs 10'으로 일관된다면 그것은 비교적 합리적이고 충분히 심사숙고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아마도 그동안에 좋은 일도 있고 안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이혼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는 것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은 안정된 의사결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정도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된다.
만약 이렇게 생각해도, 저렇게 생각해도, 그리고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최대한 합리적으로 생각을 해보았을 때에도 이혼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에는 '어떻게 이혼을 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떻게 이혼을 할지?'에 관한 고민은 기왕 하는 이혼이지만 가능한 한 그 과정 상에서 서로 상처를 덜 받고 이혼 후에도 후유증을 덜 받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혼을 하는 과정은 보통 '협의 이혼'과 '소송을 통한 이혼'으로 나눌 수 있는데, '소송을 통한 이혼'의 경우에는 이혼 과정 상의 스트레스와 이혼 후의 후유증이 극심하다. (엄격한 연구에 의한 정답은 아니지만) 최소한 10배 이상은 힘들 것이라고 가정한다. 왜냐하면 '소송을 통한 이혼'을 한다는 것은 서로 간의 소통이나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 안에서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고, 상호 간에 법적 책임을 따지는 과정에서 더욱 큰 상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감정적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은 1) '싸움 최소화하기', 2) '그래도 좋았던 점 되살려보기', 3) '이혼 후 삶 계획하기' 등이다. 첫 번째 일단 이혼을 결정했다면 '싸움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갈등이나 대립 등과 같은 '부부 싸움'이 가지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일시적으로는 싸움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여 더 나은 관계를 맺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이혼하기로 결심하지 않았는가? 굳이 싸움을 하면서 그러잖아도 상처 받은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길 이유가 없다. 이혼을 결정했다고 하면 싸움은 아예 회피하는 것이 낫다.
감정적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그래도 좋았던 점 되살려보기'이다. 이혼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과정 정도 되면 어쩔 수 없이 감정적, 특히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내적으로 우울과 분노가 차 있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에 따른 불안과 걱정도 가득하다. 이 자체로 만도 엄청난 심리적인 손상을 가져온다. 그나마 연애 초기 시절이나 같이 노력을 해서 집을 사서 처음 입주하던 날의 기억, 둘이서 손잡고 드라이브했던 장소와 기억 등을 최대한 되살리는 과정이 도움된다. 물론 잘 안된다. 하지만 그나마 상대방이 그렇게 극하게 나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으며, 상대방을 선택한 나의 결정도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정도는 하게 해 준다. 즉, 아프고 힘든 과정이지만 그나마 아름답고, 그나마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이별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감정적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이혼 후 삶 계획하기'이다. 이혼 과정이 힘든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ㅠㅠ'하는 걱정과 불안이다. 이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강한 우울감과 부정적인 생각들을 만들어내며, 결과적으로 상황이나 현상 또한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심한 우울감과 부정적 생각들이 심화되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된다.
미혼이다가 결혼을 하면 생활 상의 많은 변화들이 몰려오듯이, 결혼을 끝내고 혼자가 되면 그 또한 많은 생활 상의 변화가 온다. 우선은 집 문제가 있으며, 경제적인 문제는 오히려 나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갑자기 외로워지거나 아프면 어쩌지 등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들이 밀려오게 된다. 어찌 되었건 이혼 후 홀로 서기는 현실적인 이슈요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이별을 한 후 한동안 혼자서 살 원룸 오피스텔을 결정하고, 그 안을 어떻게 꾸밀 것이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계획하라. 누구의 간접도 받지 않고 나 홀로 가거나 혹은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학교 동창들과의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라. 주말이면 아무도 신경 쓸 것 없이 혼자서 마음껏 자는 늦잠과 후드만 걸쳐 입고 나가 즐길 수 있는 산책로를 찾아 놓아라. 게다가 왠지 기분이 울적할 때 전화해서 치맥 한잔 하자고 할 수 있는 친구나 지인들은 4-5명 준비해 놓으라.
이처럼 이혼 후 홀로 서기에 대한 준비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일수록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을 줄어든다. 만약 두 사람이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었다면 집 보러 다니는 정도는 같이 해도 좋다. 왜냐하면 이제는 남남이지만 나의 취향이나 선호를 잘 알고 있는 오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듯이 서로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 신혼집을 보러 다닐 때의 애틋했던 감정들이 재경험되는 것은 부수적인 이득이다.
이 글이 꼭 이혼을 하라는 목적에서 쓴 글은 아니다. '이혼'이라는 단어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며, '내가 왜 꿈꾸던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ㅠ'라는 실망과 자책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이처럼 부정적 감정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는 무엇을 하든지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나 해결을 할 수가 없다.
결혼도 선택이듯이, 이혼도 선택이다. 다만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선택한 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덜 스트레스를 받고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쓰는 글이다. 이를 통해 이혼 자체가 막연하고 두려운 걱정이 대상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노력을 하느니, 차라리 이혼 안 하는 것이 낫겠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도 좋다. 이혼 과정에 들일 노력의 반만 투자해도 좋은 부부 사이를 회복할 수 있다. '그래도 진짜 이혼할 거야!'라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면, 위에서 언급한 단계들을 거치면서 그나마 상처와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최대한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결혼도 힘들지만, 이혼도 힘들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 중요도나 무게로 보았을 때 내 인생의 큰 변곡점인 것도 맞다. 그만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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