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숨기고 혼자서 숨죽여 고통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에 빠지면 잠도 안 와요ㅠㅠ
밤새도록
'괜히 이혼했나?ㅠ',
'아니야! 그래도 잘한 거야!',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도 밤을 지새우게 돼요ㅠㅠ
게다가 잘못을 따지자면 그 인간이 잘못한 거죠!
그런데 생일이랍시고 친구들과 생파 하는 사진 페북에 올린 거 있죠?!
어쩜 인간이 그럴 수 있죠?
나는 이렇게 아직도 고통스러워 죽겠는데..
그 인간은 안 그런가 봐요..
그런 사진 보면 더 혼란스러워요..
제가 정말 잘못한 건가요?.....
이혼은 정말 힘들다... 연인 사이의 이별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며, 결혼하는 것보다도 이혼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 것이다. 그만큼 그 이혼 후 후유증 자체도 만만하지 않다. 당연히 우울증은 찾아온다. 엄청나게 많은 복잡한 생각과 감정에 시달리게 되거나, 아니면 아예 이런 생각들을 회피하기 위해 매일 약속을 만들어 만취가 되는 경우들도 있다.
어찌 되었건 큰 혼란 속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1. 우울.. 후회.. 자책..
이혼한 후 필연적으로 우울증이 찾아올 것이라 예상하라. 당연히 우울해진다.
우울이란 중요한 것을 상실하였을 때 나타나는 감정적 반응이다. 나의 소중한 가족을 잃었을 때 우울증이 찾아온다. 미우나 고우나 한 때 결혼할 정도로 사랑했고, 내 젊은 시절 헌신하였던 반쪽이 떨어져 나갔다. 당연히 우울하다. 또한 우울이란 상처가 쌓이면서 생기는 심리적 고통의 지표이다. 이혼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가 쌓였겠는가? 그래도 그 과정에서는 우울을 느낄 마음의 여유도 없이 전투를 치러내고 실랑이를 하느라고 내 마음속의 우울을 돌아보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마무리(즉, 이혼!)가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감정적인 어려움이 밀려온다.
이와 같은 우울한 감정들이 밀려오는 것은 단순히 감정적인 어려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울한 감정에 빠지는 순간 부정적인 생각이 함께 밀려온다.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가 후회와 자책이다. 분명히 신중하게 생각하고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따져서 결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이혼했나?ㅠ',
'혹시나 잘못된 선택이면 어쩌지?ㅠㅠ'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와 동시에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이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하지 않았으면 더 나았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와 같은 감정과 생각들은 근본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와 자책까지도 확장되게 된다. 그동안은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 그리고 기필코 이 싸움을 끝내야겠다는 의지로 버텨왔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사태가 종결되고 나면 이제 홀로 남겨진 자신에 대한 분석과 걱정이 밀려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들은 나의 감정을 더 우울하게 만들며 급기야는
'나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정말 내 잘못은 없었던 것인가?,
'이제 나 홀로 남겨진 거네!ㅠ',
등과 같은 부정적 생각과 걱정으로까지 확대된다. 이럴 때 위로받고자 모인 친구들 사이에서 '나, 어제 결혼기념일이었잖아! 그래서 어제 이벤트를 해주는데....^^'라고 염장 지르는 친구까지 만나면 내 마음속의 더욱 격한 마음의 소용돌이가 밀려오게 된다.
2. 아직도 분노!
이와 같은 생각에 빠져들다가도 이를 극복하고 빠져나오게 되는 반전을 만들어주면서도 더욱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상대방에 대한 분노이다. 한참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속에 깊이 숨겨두고 참아왔던 분노와 억울함과 화가 툭 튀어나온다.
'이게 다 그 인간 때문이야!',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긋지긋했어!ㅠ',
'하.. 너무 억울하고 분해! 이 배신감을 어쩌지?!ㅠㅠ'
등과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대상자가 내 앞에 있을 때에는 소리라도 지르고 욕이라도 할 텐데, 이제는 이혼을 해서 결별한 사이가 되면 화나 분노가 잘 안 풀린다. 기본적으로 분노는 상대방에 대해서 직접적인 복수를 할 때 가장 잘 풀리는 법이다. 그런데 상대방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아무리 욕을 하고 화를 낸다고 해도 공허하게 느껴지기 쉽다. 그렇게 되면,
'예전에 더 화를 내고 보복을 했어야 되는데, 너무 쉽게 이혼해줬어!ㅠ',
'아.. 정말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소리 지르고 욕해주고 싶다!ㅠㅠ',
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 인간은 지금쯤 즐겁게 잘 살고 있겠지?!ㅠ',
'아마도 내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줄도 모르고 편히 지내겠지?!ㅠㅠ'
라는 생각에 이르면 분노는 극에 달한다.
이때 자주 하는 실수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술 먹고 전화하기'와 'SNS 뒤져보기'이다. 이미 헤어지고 법적인 정리가 끝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확인하고 싶어 진다. 그 인간도 나만큼 고통스럽고 힘든지! 그나마 상대방의 SNS가 폐쇄되어 있거나 우울한 사진이 올라와 있고 '나의 인생은... 어디로..?' 등과 같이 알듯 모를듯한 애매한 문구들이라도 있으면 낫다. '너도 좀 고생하는구나! 좀 낫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활짝 웃은 채로 건배하는 모습이라도 올라와 있는 날이면,
'이 개XX는 지금 이혼 축하파티라도 하나 보지? 으아아아아~'
라는 생각이 들면서 분노가 극대화된다. 여기에 더하여 속상한 마음에 술 한잔 걸쳤다가 울적한 마음이나 너무 화나는 마음에 전화를 해서
'너는 어쩜 이럴 수 있어?! 우리 사랑이 그렇게 하찮았니?ㅠㅠ'
라고 술 진상이라도 부리는 순간 더 큰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3. 자아상과 자기-존중감의 손상
한 사람을 사랑했다.
그 사람을 선택했고, 결혼을 결심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견디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속하면 나 스스로가 무너지고 망가질 것 같았다.
그래서 큰 결심을 했다.
헤어지자!
헤어지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상대방도 나를 비난하였으며 나도 상대방을 비난하였다.
서로가 진흙탕 같은 싸움을 치르고 나서야 헤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홀로 남겨졌다.
이 글을 읽고 난 느낌이 어떠한가? 이 글 속에서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한 사람이 보이는가? 이처럼 이혼은 나 스스로에 대해서 큰 상처와 손상을 남긴다. 항상 성공해 왔고 열심히 살아왔고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던 사람일수록 이혼을 하나의 '실패'로 느끼는 경향이 높으며, 그로 인한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자기-존중감의 손상이 생긴다.
이와 같은 부정적 자아상과 자기-존중감의 손상은 생활 전반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 일에서도, 개인생활에서, 원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친구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확산적이고 포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은 아마도 부정적일 것이다. 때로는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고자 기를 쓰고 일어나고자 한다. 그래서 대학원을 가고, 전문과정에 등록을 하여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애쓴다. 그리고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을 미친 듯이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회피인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 심리적 에너지는 더 소모되고 더 허무할 수밖에 없다.
이혼이란 생활 상에서, 그리고 심리적/감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영향은 상당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큰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극심한 우울을 불러일으키며, 미해결 된 분노는 잘 통제되지 않고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게다가 보다 근본적인 스스로의 자아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와 같은 자신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는 부정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겨내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더욱더 열심히 살아가려고 몸부림을 친다고 해서 상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스스로를 더욱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이 글의 목적은 이혼 후 이와 같은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나약하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며, 누구라도 이혼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겪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여야만 치유와 힐링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이다음 글은 이와 같음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에 대한 글인 것이다.
이혼 과정도 힘들다. 그만큼 이혼으로 인한 치유의 과정도 힘들다.
그래도 이 과정들까지를 잘 마무리해야 이혼이라는 당신의 선택이 더 나은 결정이었다고 생각될 정도의 더 행복한 당신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