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phed by 노박사 레오
이혼과 관련된 상담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가장 먼저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하나는 '진짜 이혼하고 싶은지' 여부를 확인하며, 그다음으로 확인하는 것은 바로 "배우자의 생각(이혼 의도)"입니다.
결혼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듯이 이혼 또한 혼자만 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자의 동의 여부가 이혼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참고. '진짜 이혼하고 싶은지'에 관해서는 "이혼 알고리즘 1부. 진짜 이혼하고 싶어요?"를 보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477)
배우자도 이혼에 동의한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는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분명한 경우에도 피 튀기는 전쟁을 치루어야 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물론 누구라도 이혼을 꿈꿀 때에는 '아름다운 이별'이나 최소한 '아주 쉽고 간단하게 눈앞에서 사라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ㅠㅠ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배우자의 동의 여부는 이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입니다.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과정이 너무 다릅니다.
만약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결혼 과정에서 겪었던 것보다도 몇 배는 더 힘든 과정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배우자가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협의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같이 산다고 전제했을 때와 헤어지자고 결심했을 때에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귀책사유를 따지기 시작하면 감정적 대립이 극에 달하며 재산분할 문제에서 다시 장벽에 부딪치게 됩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 양육권 문제가 꼬이기 시작하면 세계대전 급 전쟁을 치를 각오도 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동의하지 않는 이혼을 진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심리상담을 권합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일부터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적 분쟁으로 가게 됩니다.
법적 분쟁은 길고 긴 철인삼종경기와 같습니다.
엄청난 에너지 소모와 버티기, 그리고 그 와중에도 기운내서 목표를 달성하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상담을 병행하라고 추천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ㅠㅠ'라는 표현은 실제 제가 상담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배우자 동의 여부를 확인할 때, 배우자도 동의한다고 하면 저도 무심결에 저 표현이 튀어나옵니다.
정말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다행'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래도 (이혼하는 것 치고는) 그나마 아름다운 이별'이 가능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 하나는 결혼도 힘들어서 이혼하고자 하는 마당에 '더 힘든 일은 덜 겪어도 되겠구나!ㅠㅠ'라는 것을 의미합니다(물론 내담자 분은 모르십니다 ㅠㅠ 단지 본인의 현재 상태가 가장 힘들 뿐,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시기는 합니다!! ㅠㅠ).
이에 더하여 '그나마'라는 말에도 역시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난관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하나는 '그래도 최고의 극단적인 끝장을 보지는 않겠구나!ㅠㅠ'라는 것을 의미합니다(물론 내담자 분은 모르십니다 ㅠㅠ 단지 본인의 현재 상태가 가장 힘들 뿐,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시기는 합니다!! ㅠㅠ).
만약 배우자가 이혼 자체에는 동의를 한다면 그다음에는 협의 과정이 남을 뿐입니다.
협의 과정은 말 그대로 협의입니다.
내가 포기하는 만큼 빨리 종결됩니다.
만약 이혼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하면 많이 포기하면 됩니다.
그런데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나 혹은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많다는 생각에 책임 비율을 따져서 냉정하게 따져보자고 하는 순간 다시금 전쟁은 시작됩니다.
그동안 쌓여왔던 나의 심리적 상처와 고통을 협의를 통해서 (특히 금전적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순간 협의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반드시 위자료를 천만원 더 받아야겠어요!'라고 승부를 거는 순간 합의는 어려워지며 이혼 소송으로 가게 됩니다.
혹시라도 소송을 통해서 천만원을 받는다고 해도(실제로는 거의 못 받거나 받아도 5백만원 정도 더 받음) 그 돈은 변호사분들 손에 가 있거나 혹은 그 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를 치료하는 상담비로 다 쓰게 됩니다.
배우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문제가 훨씬 더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은 감정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너무도 차갑고 냉정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감정적 반응을 보이게 되면 법적인 차원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배우자가 폭행을 했다면 당연히 이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보면 이는 대단한 오산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팩트로 증명이 되어야 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변명이나 반격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때렸어요? 언제요? 장소는요? 몇 대나? 어떻게요?'
'증거가 있나요? 병원에 가서 진단서는 떼어두셨나요? 아니면 본인 핸드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어두셨나요?'
'배우자는 인정하나요? 본인이 때렸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는 말을 녹음하셨나요? 지금도 인정하나요? 법정에 가서 부인할 수도 있나요?'
위의 질문들에 대한 차근차근히 설명하고 답변해야 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우선 저 질문들에 대해서 본인에게 유리하게 준비가 되어 있는지 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유리하게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냉정하고 차분하게 답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혹시 본인이 폭력을 유발한 점은 없나요? 누가 먼저 때렸나요? (배우자 말로는) 폭력을 유발할 정도로 자주 감정적으로 행동하거나 심한 폭언 자주 했다고 하던데요?'
'배우자 친구 A 씨에 의하면 평상시 부부 모임에서도 배우자에 대해서 신경질과 짜증이 많았으며, 심하게 폭언을 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고 하던데요? 심지어는 가방으로 상대를 때리는 행동도 했다던데요?'
'평상시에 배우자의 원가족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불만이 많았다고 하던데요? 명절 때도 배우자 집에 방문하기를 거부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위의 질문들에 대한 차근차근히 설명하고 답변해야 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혹시 저 질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손발이 부르르 떨리고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말보다는 눈물이 먼저 앞섭니까?
그렇다면 소송을 해서 본인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ㅠㅠ
만약 이상과 같은 과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이혼 소송을 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즉 전쟁으로 치면 정전(停戰)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남북한으로 갈라졌으나 남한은 남한대로 탁월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도 함부로 못하는 핵무기 보유국가가 되어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혼을 선택하는 대신에 조정 가능한 선에서의 대안을 가지고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결혼 생활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보통 간단하게는 '각방 쓰기'부터 '별거'를 하는 방법이 있으며, 또 다른 형태는 '아이들이 결혼할 때까지는 그냥 형식적으로 결혼 관계를 유지하기' 등도 가능합니다.
어찌 되었건 이전과 동일한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솔루션 5. 현상(결혼) 유지).
아마도 법정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등에서 상대방의 공격할 부분들을 예상하여 미리 답변을 준비하고 시연해보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 장면이 흥미와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 만들어진 장면이 아닙니다.
당신이 이혼 소송을 하는 순간 당신도 거쳐야 하는 필수적 과업일 수 있습니다.
'진짜 제가 맞았다니까요ㅠㅠ 아.. 정말 왜 그러세요?ㅠㅠ 제 말이 안 믿어지세요??'
'와 정말.. 선생님도 똑같은 남자였네요!ㅠㅠ 와 정말 세상이 이런 곳이구나.. 와 정말 다들 대단하시네요~'
'악! 정말 돌아버리겠네!ㅠㅠㅠ 으아아아아앙~'
(실제 이혼 상담 중 제가 먹은 욕들입니다!!ㅠㅠ)
이혼 소송을 하시는 분들께 제가 현실을 직면시켜드릴 때 내담자분들이 보이시는 흔한 반응입니다.
물론 저는 내담자분을 도와드리기 위한 좋은 의도로 자극하기도 하며 나중에는 다 설명하고 해결한 후 보내드리기는 합니다.
그래도 소송을 하겠다고 하면 이와 같은 감정적 반응을 조절하고 법정에서 유리하게 답변하는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반응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법정에서 터져 나왔다고 하면... 법은 무엇이라고 판단할까요..?
나라 간의 전쟁이 발생하면 두 나라 모두 어찌 되었건 손상을 입습니다.
협의나 협상이라는 것은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여야만 하는 과정입니다.
전쟁이던 협상이건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무조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이혼 과정, 그중에서도 부-동의 하는 배우자와 이혼 소송을 치르거나 혹은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배우자와 이혼하는 과정의 리얼리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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