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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r 23. 2020

이혼 후 하지 말아야 하는 3가지 선택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이혼하고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Photo by Anh Nguyen on Unsplash



이제 저는 새 출발을 하려고요!

그동안 그 인간이랑 얽매여서 너무 힘들었고,

제 인생을 잃어버린 느낌이에요ㅠ

이제는 저 자신을 찾은 거잖아요?

그동안의 모든 아픔을 다 털어버리고 제대로 한번 새 출발을 하려고요!

제 마음대로 할 거예요~


그런데 왜 신나지 않는 거죠?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데..ㅠ

왜 안 즐거운 거죠?ㅠㅠ




0. 아직은 아니다.


이혼이란 그동안의 지긋지긋한 갈등이 종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했지만 힘들었고, 힘들어서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이 길고 길었던 힘들 과정이 끝난 것이다. 한편으로는 속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오만가지 생각과 감정이 모두 든다는 표현은 아마도 이럴 때 쓰게 될 것이다.


그래도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고 나면 새로운 희망과 새 출발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되기도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과거의 연을 정리하고 홀로 서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아쉽고 못했던 것들을 해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기도 하며,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들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은 새 출발까지 할 시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너무 지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혼과 관련된 법적 절차나 행정적 처리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 마음의 상처는 더욱더 오래간다. 즉, 운동 경기로 말하면 격한 경기를 뛰어서 여기저기 부상들을 입은 선수와 같은 경우인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는 이와 같은 심리적 부분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어설프고 준비되지 않은 새 출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대표적인 사건들은 다음과 같다.  



1. 사랑에 빠지지 마라.


가장 먼저 하는 흔한 실수 중 하나는 다른 사람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리 밉고 갈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부 관계란 상호의존적인 측면이 있다. 이혼이란 이와 같은 의존할 곳이 없어졌다는 절박함과 불안감을 주게 된다. 그래서 내적으로는 공허함과 외로움이 밀려오기 쉽다. 그런데 이혼 결정이 나고 나면 이혼이 성립된 것만 해도 기쁜 일이라고 생각되면서 내적인 아픔을 잘 돌보지 않는다. 특히 주변에서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해야 하는 거야!'라는 잘못된 생각들을 주입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때에는 아직 상처 받은 마음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임에 틀림없다.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이며, 감정적으로 힘들게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 대한 분노감도 가득하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선택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이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전 배우자와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사람이나 혹은 힘들었던 부분들을 보상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것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잘 위로해주고 지지해주며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쉽게 사랑에 빠져들기 쉽다.


실제 상담 장면에서는 이와 같은 경우들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새로 만난 사람의 경우에는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이지에 대해서 평가해보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상처나 문제를 보완하고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감정적으로 이루어진 선택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첫 단추부터 잘못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혼 후에는 최소한 6개월 정도는 진지한 사랑을 시작하지 말도록 권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마음 치유가 이루어진 다음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본격적인 새 출발은 천천히 하라.   


이혼을 하는 주요 목적은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과거의 굴레와 잘못되었던 선택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통해서 행복하고 밝은 나의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그 어려운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도 이제 마무리되었으니 이제는 본격적인 새 출발을 하는 것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동들이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하거나(이직), 과거의 기억이나 잔재들이 남아있는 곳을 정리하고 새로운 나라나 상황으로 떠나버리거나(이민이나 해외 봉사 등),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활동들(학원에 등록하거나 대학원 진학 등)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본격적인 새 출발들은 모두 상당한 심리적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혼 과정을 거친 후의 심리적 상태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상처 받아 너덜너덜해진 상태이며 심리적 에너지는 고갈되어 있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본격적인 새로운 출발이나 도전을 하는 것은 내적인 심리적 부담을 극대화한다. 결국 마음은 마음대로 더 힘들어지고 에너지는 더욱 바닥을 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시에 의욕적으로 출발한 새로운 시작에도 충분한 집중과 몰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나의 마음은 마음대로 계속해서 힘들 가능성이 있으며, 새 출발의 결과도 좋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결과가 생기는 이유는 아직 그럴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진정한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위로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이다. 또한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여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일부터 차근차근히 시작해서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더 좋다. 무리해서 본격적인 새 출발을 하는 것은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은 축구선수가 무리해서 경기에 참여하는 것과 똑같다.


나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해서 본격적인 새 출발을 시작하지 마라. 그보다는 마음의 회복과 치유가 먼저이다. 충분히 치유한 후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명품이나 차를 사지 마라. 


그렇다면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인데, 분명한 것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신체적인 병의 경우에도 중병을 겪고 나면 충분히 몸 상태를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현재의 모든 생활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퇴원을 한다고 해서 바로 이전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동안은 음식도 신경 써서 먹어야 하며, 재발되지 않도록 몸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즉각적인 만족이나 즐거움을 주어서 내 마음의 회복이 이루어지거나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활동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명품이나 차 등과 같은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즉, 돈을 많이 쓰면 된다.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생활비 걱정이나 집 대출을 갚아야 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해도 배우자와 상의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과정조차도 실제로는 스트레스이다. 그래서 이혼하고 나면 그동안 참아왔던 요구나 자기 마음대로 결정해도 된다는 느낌을 즐기려고 돈을 많이 쓰는 경향이 생긴다.


이처럼 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한 소비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한 소비는 필요 이상으로 과소비를 일으키거나 혹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사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그 순간적인 만족감 자체가 크기 때문에, 그리고 한이 맺혀있는 과거에 대한 보상으로 소비가 늘게 된다. 결혼 중 작은 용돈을 받아 쪼들릴 대로 쪼들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비싼 술과 안주가 나오는 곳에 가서 친구들에게 제대로 '한턱'을 낸다. 그러면서 내가 이제 정말 이혼을 했고 나만의 자유를 얻었구나라는 해방감을 만끽한다. 나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솔로인 친구들이 명품 가방을 자랑하면서 '나 스스로에 주는 선물이야!'라고 말할 때마다 부러워했던 사람들은 이제 나도 솔로인걸 뭐~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마음에만 품고 있던 명품 가방을 질러버린다. 그 가방만 들고 다녀도 지난 세월들의 아픔이 아물며 억울하게 참고 살았던 세월이 보상받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마음의 치유는 물질로서 보상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순간적인 만족감과 일시적인 진통효과가 있을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나중에 날아오는 카드 명세서를 보면서 더 속상할 일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안 좋은 선택이다. 




격한 경기를 마친 운동선수는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다음 경기에 임해야만 한다. 마음이 조급하다고 해서, 혹은 중요한 경기라고 해서 무리하여 출전을 해봐야 그동안 쌓인 피로나 자잘한 부상들도 인하여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법이다.


이혼과 관련된 마음의 문제도 똑같다. 이혼 과정은 아주 격하고 거칠게 마음을 사용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 에너지는 거의 소진되었을 것이며, 알게 모르게 마음속에 상처들이 남겨져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제대로 치유하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다음에는 오는 사랑이나 나만의 생활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렵다.


다만 마음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못 보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이혼과 같이 격한 스트레스 사건을 겪었다면 어떤 스트레스 사건이나 생활 사건에 비하여 많은 치유와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다음과 과정을 보다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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