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성격검사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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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빠 원래 내 MBTI 유형이 뭐야?
아빠. 우리 딸? OOOO유형이지! 왜?
딸. 이번에 검사했더니 지난 번하고 다른 거 같아서.. 그 뭐라더라.. 친하게 지내는.. 그 뭐 그런 거였는데..
아빠. 아! 친선도모형?! ESFJ 나왔구나?! 하긴 우리 딸이 좀 왕언니~ 스타일이기는 하지 ㅋㅋ
딸. 그래 맞아 그거였어! 이번에는 나온 거 보고 예전에 했던 거랑 다른 거 같아서 아빠한테 물어보고 싶었어.
아빠. 응, 그럴 수 있어! 아빠가 보기에는 우리 딸은 OOOO유형이 맞는 거 같아! 그런데 요즘 너 집중해서 시험 준비하잖아?! 그러면 ESFJ로 충분히 나올 수 있어!
딸.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 무슨 얘기냐 하면, 원래 직관형과 감각형이 있는데.. 직관형은.......... 감각형은.......... 그런데 시험 준비 상황처럼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 되면............
딸. 아빠 잠깐만! 그니까 둘 다 좋은 성격이라는 거지?
아빠. 그럼 우리 딸 너무 좋은 성격이지!
딸. 그럼 됐어~^^ 고마워~
최근 MBTI 열풍이 불고 있다는 이야기는 제 딸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제 딸이 저에게 자기 유형을 물으며, 최근 MBTI가 대유행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었습니다.
그에 대한 제 첫 생각은 '이제 사람들이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지는구나!'였습니다.
즉, MBTI에 대한 열풍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나 일반인들이 '왜 갑자기 MBTI가 이렇게 뜨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인간이 자신과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아마도 이와 같은 접근은 유사 이래로 계속되어 왔을 것입니다.
도형이나 색깔을 통해서 성격을 구분하는 것이나, 지구 멸망의 위기에서 '어떤 동물부터 버릴 것인가?' 혹은 '어떤 동물을 끝까지 남길 것인가?' 등도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놀이나 게임의 일종입니다.
이와 같은 일반적인 접근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문적이고 학문적 수준으로 사람의 성격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이해하며 이론을 수립하고 증명하고자 하는 시도들도 있습니다.
이에 사용되는 이론이나 도구들은 일반인들이 구입하거나 활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전공자 혹은 수년간의 엄격한 수련 활동 등)의 자격을 갖추어야만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접근이나 도구들은 일반인들이 사용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진지하고 심층적인 과학의 영역입니다.
그 중간에 걸쳐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일반인들이 보다 깊이 있게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학위나 수련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정의 자격과 적절한 교육 정도를 받으면 그래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 이해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MBTI를 통한 접근이며, 이와 유사한 수준의 접근 방법으로는 DISC나 에니어그램 등이 있습니다.
이는 아주 깊이 있는 전문가 수준의 접근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일반적 수준에서는 이해가 어려웠던 사람의 성격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깊이 있는 학문적 논의나 엄격한 과학적 검증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대중적이고 활용성은 높은 것입니다.
인터넷에 MBTI라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엄청나게 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엄격히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MBTI를 취급할 자격을 제대로 갖춘 곳은 어세스타(http://www.assesta.com/main/main.asp)와 MBTI 사용자격을 관리하는 한국MBTI 연구소(http://www.mbti.co.kr) 정도가 정식 기관입니다.
만약 이외의 기관에서 MBTI라는 명칭을 사용하거나 이에 대해서 언급하거나 활용할 때에는 저작권에 주의해야 합니다.
더불어 'MBTI가 과연 유용한가?' 혹은 'MBTI가 과연 정확한가?'에 대한 논쟁도 뜨겁습니다.
특히 학문적 영역에 있는 심리학자들은 MBTI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들이 더욱 많은 것 같습니다. '이론적 배경이 약하다',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등등..
이 말들도 대부분 맞습니다. 단, 엄격한 학문적이고 과학적 기준에서만 보자면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 생활에 사용하고 먹거나 쓰는 것들을 모두 엄격하게 학문적이고 과학적 기준에서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일일 일식 다이어트'나 소고기만 먹는 '황제 다이어트' 등이 대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인터넷에서는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는 방법들이 많아 나와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엄격한 과학적 기준에서는 틀리거나 증명할 수 없는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일반인과 대중들은 그에 열광하고 직접 자기 생활에 적용하고자 해 봅니다. 만약 그 방법이 명백하게 인체에 유해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면 그렇게 문제가 될까요?
사람이 자신과 다른 사람이나 상황, 그리고 기타 대상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는 기본적으로 본능입니다.
나의 행동과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합니다.
이를 무시하거나 잘못 해석하게 되면 생존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나에게 접근하는 타인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해야 하며, 그에 맞춘 나의 반응을 조절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추론과 내적인 논리와 프레임을 가지게 됩니다(참고. "모든 사람은 심리전문가이다" by 노박사. https://brunch.co.kr/@mindclinic/194)
예를 들어,
'사람은 알고 보면 두 종류야! 나는 딱 신발을 보면 알 수 있어!!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사람은 딱 봐서는 알 수가 없어! 적어도 3년은 봐야 알아!! 10년을 넘게 봐도 배신 때리는 인간들이 있어요!!!'
등등 나름대로의 경험과 이에 대한 해석을 통해 사람을 해석하고 분류하는 프레임을 개발하게 됩니다.
MBTI나 DISC, 에니어그램 등은 이와 같은 분류나 프레임을 좀 더 이론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론에 대해 철저한 학문적 및 과학적 검증까지는 거치지 않는 수준의 접근입니다.
즉, 개인적 수준에서나, MBTI 등과 같은 대중적인 이해와 호응을 목표로 한 현실적이고 합리적 수준의 이론적 프레임 수준이거나, 아니면 아주 정교하고 엄격한 과학적 검증을 적용하는 학문적 수준의 접근 모두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일종의 방법론입니다.
그리고 그 궁극적인 목적은 나와 타인을 포함하는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와 수용, 그리고 효과적인 대응입니다.
개인적 주관, MBTI나 에니어그램, 임상적 진단과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MMPI 등 모든 심리적 상태나 성격 특성을 보고자 하는 시도는 궁극적으로는 '인간 행동 이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과정일 뿐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MBTI는 그 자체로 완벽하게 사람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완벽한 인간 이해 도구는 없습니다. 다만 나와 타인 등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를 위한 도구요 수단입니다.
'궁극적인 인간 행동 이해'라는 목적 자체는 변화하지 않으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용하는 방법들은 상황이나 조건, 그리고 그 목적 등에 따라 바꿀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더나 직장인의 직장 내 적응이나 업무 수행에 대한 상담이나 컨설팅을 하는 경우에 MBTI를 사용합니다. 많은 도움과 참고가 됩니다. 다만 유형에만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외향 점수가 30점인 ESTJ와 외향 점수가 10점인 ESTJ는 매우 다른 행동을 보입니다. 점수 패턴이나 가장 높은 점수를 보인 척도를 통해서 보다 유연하게 해석하고 활용합니다.
단, 선발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MBTI는 의도나 검사 상황에 따라서 결과가 변화하기 쉽기 때문에 선발 조건에서 검사를 하면 외향(E)과 판단/계획(J) 점수가 높아지는 왜곡된 패턴이 나타납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면 외향(E) 점수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단, 연구소 같은 곳에 오래 근무하면 내향(I) 점수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반복하면서 성격화 되어가기 때문입니다.
자기 이해를 하고 싶으신 분들, 혹은 타인의 성격을 파악하고 싶은 분들, 또는 서로 간의 성격 상 적합도나 갈등 요인을 파악해서 개선하고 싶으신 분들은 MBTI 하시면 도움됩니다. 단 절대적 맹신과 편견을 가지지는 마십시요. 예를 들어 '너랑 나랑은 절대 안 맞는 성격이네!'라는 말은 오류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협과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서로 안 맞는 성격은 절대로 없습니다.
본인 및 타인을 MBTI 결과라는 굴레에 가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너 외향이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건데?'라는 말도 오류입니다. 소극적인 행동을 불러오는 이유는 '내향적 성격' 외에도 '너무 피곤하고 지치거나'(심리적 상태), '같이 모인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거나'(상황적 요인),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정서적 요인)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너는 외향이니까, 적극적으로 행동해야지' 등과 같은 표현은 성격 유형 검사를 잘못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병원과 같은 임상적 장면에 있을 때에는 MBTI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대중적이고 일반적 접근이 아니라 심층적이고 정교한 진단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 근무하면서 MBTI를 활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취업이나 진로 설계를 위한 자기 이해 수준의 목적이 있으며,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서는 MBTI나 Strong이 딱 좋은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어설픈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능숙한 목수는 나무의 재질이나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최적의 도구를 선정하여 활용한다!"가 더 맞는 표현입니다.
MBTI를 비롯한 심리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능하고 도구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는 목수(심리전문가나 검사 활용자)를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어설프며 무능한 목수를 만나면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오해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MBTI에 대한 논쟁은 도구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를 어떻게, 그리고 올바르게 활용할지와 관련된 것입니다. 도구에 대한 유행은 변화합니다. MBTI 다음에 에니어그램이 뜰 수도 있으며, DISC가 각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프레임을 가진 도구가 나올 수도 있지요.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자신의 목적에 맞는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딸. 아빠 근데 MBTI에서 어떤 성격이 제일 좋은 거야?
아빠. 그런 건 없어! 각자 장단점이라는 게 있는 거고, 그건 상황에 따라서 되게 달라! 경영학에 맞는 성격이 있기도 하고, 심리학에 맞는 성격이 있기도 한 거지. 그리고 세부 전공 따라 나누면 또 달라질 수도 있고.
딸. 그럼 나는 어떤 남자 친구 유형이랑 제일 맞아?
아빠. 우리 딸은 워낙 성격이 좋고 포용력이 있어서 웬만한 성격은 다 받아줄 수 있어서 안 맞는 성격이 거의 없어. 그래서 아빠가 좀 속상해.. 너무 돌보는 성격이라서..ㅠ 손해보고 사는 느낌 들 거야!
딸. 아.. 그렇네.. 내 성격이 그렇구나 ㅠㅠ 암튼 뭐 그만큼 좋은 성격이라는 거지? 그럼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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