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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r 16. 2019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딜레마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세상 사는 과정에서 가장 만족감을 주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움의 원천이 바로 가정이다. 


그나마 자녀들이 어린 경우에는 그나마 낫겠지만, 한없이 크지 않을 것 같던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순간 새로운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가족이 평안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경우에는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가족 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나의 심리적 에너지를 빼앗아가고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심리적 상태는 결국 회사 생활이나 다른 사람들 과의 관계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부부 간의 갈등이나 중2병에 걸린 청소년 자녀가 그에 해당한다. 


심각한 부부 간 갈등으로 인해서 이혼 소송 중이라면 회사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청소년 자녀의 반항으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경우에도 나의 관심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누구나라도, 그리고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개인적 및 가족의 이슈들도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1. 또 하나의 업무?! 가족!


가족도 또 하나의 업무이다. 


"또 하나의 업무"란 말은 나름대로의 목표가 필요하며, 그에 따른 KPI(Key Performance Index)가 존재하고, 이를 적절하게 수행했는지에 따라 성과나 달성 수준이 평가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성과 달성 수준에 따라서 크게 만족을 가져오기도 하고, 적절히 달성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문제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즉, 가족 이슈 및 이에 대한 관리는 모든 사람에게 있어 인생의 주요 축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축에서의 적응이나 성과 수준에 따라 다른 축들이 영향을 받는다.


가족을 이루는 결혼 과정이나 출산 및 육아, 그리고 부부 관계나 자녀 성장과정들이 지속적으로 직장인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결혼을 안했다고 하더라도 부모와의 관계 등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또한 본인 분 아니라 동료나 부하직원들이 가족과 관련된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하였을 때 그들의 업무 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평생 경험할 수 있는 생활 스트레스 사건 중 1~3위 안에 드는 사건은 자식 사망, 배우자 사망, 그리고 부모 사망 등 주요 가족 사망이며, 20위 안에 결혼 및 결혼 준비, 이혼, 별거 등 주요 가족 내 이슈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동료나 다른 구성원들이 가족과 관련하여 상기에 열거한 일들을 경험하였다고 하면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 동안은 강한 우울감이나 슬럼프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업무 상 효율성도 떨어지고 침체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적극적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다.



2. 가족 관리도 학습과 개발이 필요하다. 


아이가 학교에서 산만하다고 지적을 받는다거나 언어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인해 심리적 에너지를 빼앗길 수 밖에 없다. 또한 뚜렷한 장애나 문제가 아닌 경우에도 고민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결혼이란 서로 다른 방식의 가족 문화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대부분의 개인적 시간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과 문제들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도 부부는 다른 원칙과 방법을 적용하고자 한다. 어렸을 때에는 착하고 순하며 말을 잘 듣던 자녀가 청소년기가 되면서부터 부쩍 말대답을 하고 반항하는 모습을 보일 때, 울컥 화도 나기는 하지만 한편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과 걱정이 시작된다.


즉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육성하기 위해서 직무교육과 이후 업무 수행에 대한 관리와 모니터링을 하듯이 가족과 관련해서도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이 또한 양육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통하여 보다 나은 수행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주최하는 “좋은 부모 되기” 워크샵에서는 그동안 배운 것도 없이(?) 나름대로의 생각과 판단으로만 열심히 하던 부모들이 ‘내가 잘하고 있었구나’ 혹은 ‘아! 이런 점은 잘못된 것이구나’ 및 ‘아! 이렇게 대처해야 하는구나!’라는 통찰과 배움을 얻어가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고 더욱 더 가족과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방법을 배워가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게 된 심리적 안정과 여유는 결국 업무 상 효율성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3. 감정 관리에 집중하라.


그럼 도대체 가족 관리는 업무와 비교하여 어떤 점을 학습하고 개발해야 하는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가족이란 정서적 관계이며 감정적 교류가 바탕이 된다는 점이 핵심적 차이이다. 즉 비감정적이고 합리와 논리로 진행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와는 달리, 가족적 교류와 관계는 일반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로 설명되기 어려운 미묘하고 다양한 감정적 교류를 기반으로 하게 된다.


회사 업무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즉각적인 실행과 개선을 통한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에 부인의 고민에 대해서 소위 ‘솔루션’을 제시하면 ‘당신은 왜 내 말을 알 들어죠?’, ‘누가 그걸 몰라서 못해?, ‘그냥 들어달라고!!’라는 이해도 못할만한 반응들이 나와 당황하게 된다. 


또한 분명히 자녀의 미래와 성공적인 삶을 위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며 어떤 전공과 비젼을 가지고 있는지 진지한 대화라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시도를 한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자녀들은 명백하게 싫은 표정과 거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부모를 소위 “꼰대” 취급을 한다.


즉 가족 내 관계와 교류는 정서적 배려나 관심, 그리고 이에 대한 적절한 표현과 전달이 필요한 정서적 공동체라는 것이다. 일반적 관계에 비하여 감정관리 및 교류가 훨씬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





모 회사의 본부장님과 코칭을 진행하던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입시와 학교 지원으로 힘든 딸을 위로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다는 고민을 상의하였다. 또한 나름대로 고민해서 하는 방법들이 오히려 딸에게 반감을 사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다고 하시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고민을 상의하였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우선은 매일 아이에게 현실을 확인해주면서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열심히 해!’, ‘열심해서 좋은 대학 가면 다 보상받을 수 있어!’,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줄 알지?’ 등) 본인 입장에서, 본인이 사용했던 표현이나 접근들을 없앴다. 그 다음에는 예전의 본인 경험이 아닌,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의 심정을 역지사지 차원에서 이해했다. 동시에 그나마 딸과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점(그 분의 경우 올드팝!)을 탐색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본인의 방식(직접 얼굴을 보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의 표현하기 등) 대신에 자녀의 소통 방식(SNS 메신저를 통해서 이모티콘 잔뜩 넣은 메시지와 공부하다 지칠 때 마시지 좋은 커피 선물 보내기 등)에 맞추어 표현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학원 마치고 다른 학원으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에 아빠 차에서 함께 올드 팝을 들으면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며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이런 변화가 시작된 지 한달도 채 안되어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제일 감성리더십이 우수한 리더가 되어 있었다. 딸에게 쓰던 방법의 10분의 1 정도만 구성원들에게 적용했는데도 뿐인데.. 이런 이유로 가족 관리, 즉 감성적 관계와 교류에 대한 공부와 학습은 현재의 일에도 크게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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