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Mar 09. 2020

결혼에 숨겨져 있는 또 하나의 전쟁. 원가족 이슈!

심리전문가가 쓰는 비-전문적 심리학. 사랑 심리학

Photo by Kendra Allen on Unsplash



* 이 글은 쓸까 말까 고민하였던 내용입니다. 워낙 핫이슈가 될 수도 있으며, 자칫 논란이 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의 주요 스트레스 요인 중의 하나가 원가족 이슈인 것은 사실입니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각자의 상황에서 건강하게 해결하는데 필요한 조언을 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쓰는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몇몇 분들의 경우에는 역린을 건드릴 수 있는지라, 상당히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쓰는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1. 결혼식 리얼리티


‘결혼식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많은 부부들이 하는 얘기 중 하나이다. 결혼이라는 것 자체는 원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결혼식은 절대로 두 번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행복으로 가득해야 할 것 같은 결혼식이 왜 그렇게 기피의 대상으로 대접받는 것일까? 그 이유는 결혼의 숨겨진 전쟁, 즉 원가족 이슈를 가장 먼저 경험하는 결정판이 바로 결혼식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은 대단히 크고 복잡한 행사이다! 결혼을 하는 두 사람을 위한 행사이기는 하나 수십 명에서 수백 명, 때로는 천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준비 기간만 하더라도 몇 개월이 걸린다. 결혼식장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결혼식 분위기, 그리고 당일 식사 종류와 수준 등 의사 결정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게다가 그 전에는 혼수와 각 집안의 결혼 문화라는 관습적인 절차들이 있다. 게다가 한 번뿐인 달콤한 신혼여행 후에는 어느 집에 먼저 인사하러 가야 하는가부터 시작해서 각자의 집안에 해야 하는 선물 수준까지... 말 그대로 머리가 터지는 신경전이 지뢰처럼 널려 있다.


그런데 이 싸움은 단지 결혼을 하는 두 사람만의 신경전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치 권투 경기를 할 때 각 선수의 코너에서 '오른쪽', '왼쪽', '더 달라붙어!', '더 몰아치라고!'라고 수도 없이 많은 주문을 외치는 코치들처럼 결혼 과정은 집안끼리의 신경전이자 실랑이의 성격을 가진다. 막상 결혼하는 두 사람은 요즘 유행하는 '스몰 웨딩'을 하거나 '주례 없는 결혼식' 등 나름대로의 계획을 짠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그들의 계획은 뒤에서 조정하는(?) 각자의 부모님의 승인(!)이 필요하다. 특히 한쪽 집이 개혼이라면 이와 같은 최신 트렌드에 맞춘 결혼식은 더욱 어렵게 된다.



2. 부부의 침대에는 6명이 산다.


결혼을 할 때 각 집안의 결혼 인사 차 돌리는 예물은 어느 수준까지 돌려야 하는가? 그것을 현물로 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현금으로 주고 그쪽에서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가? 어디에도 없는 정답을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 결혼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닌 각자의 가족이라는 뒷배경이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된다.


즉, 결혼은 단순한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니다. 2-30년 이상을 각자의 가족 문화 속에서 살아왔으며, 부지불식 간에 그 문화가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두 집안의 고유한 가족 문화가 서로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이에는 정답이 없으며, 딱히 법률로 정해진 내용들도 없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와 같은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지역마다 관습이 다르다! 따라서 서로 간의 신경전이나 밀땅은 극심해지며, 그 과정에서 마음의 서운함과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갈등이나 대립은 결혼 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떤 것들은 타협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도 흔하다. 식사를 하고 난 후 누가 설거지를 해야 하는가? 식사를 할 때에 다 같이 모인 후 식사를 시작하는가, 아니면 편한 대로 오는 사람 먼저 먹기 시작해도 되는가? 소소한 생활 습관에서부터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할 여지들이 있다. 게다가 자녀를 낳을지, 낳는다면 몇 명이나 낳을지, 그리고 낳은 후 교육을 하는 방법(자율적으로 둘지, 아니면 부모가 적극 개입해야 하는지 등)에 이르면 거의 목숨 건 싸움과 같은 절박함으로 대립하는 경우들이 많다.


 

3. 이 또한 '역할'이다.


결혼은 이처럼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닌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두 집안의 결합이다. 이 때문에 부부의 침대에는 단순히 두 사람뿐 아니라 각자의 부모(시부모와 장인 및 장모 등)까지 포함하는 6명이 벌이는 심리적 대립과 타협 과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이한 현상 중 하나는 자기 자식에게도 요구하지 않는 바를 새 식구에게는 요구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점이다. 세상에 맘대로 못하는 것이 내 자식이다. 그래서 자기 새끼는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대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새로 가족에 포함된 신입 구성원(?!, 며느리나 사위)에게는 다시금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그동안 참아왔던 요구를 하거나 나름대로 꿈꾸던 이상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생전 전화 한 통 없는 자식새끼나 본인의 딸은 놔두고 며느리에게

'너는 정말 내가 딸처럼 생각할게!'

라고 하면서 자기 자식에게 못 이룬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이에 응해주다가 나중에 좀 소홀해지면

'왜 매일 전화 안 하는 거니? 정말 서운하다.. 나는 진심 딸처럼 대했는데.. 너는 왜 안 그러니?'

라고 비난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그 면전에다가

'어머니, 저는 당신 아들과 사랑을 나누고자 결혼을 한 것이지 어머님의 딸 하려고 결혼한 것은 아닙니다! 저를 왜 딸처럼 생각하시려고 하세요? 저는 딸이 아니고 며느리에요! 저도 저희 엄마한테는 매일 전화 안 해요!!'

라고 따질 수도 없는 것이다. 역으로 사위들도 마찬가지이다. '씨암탉 한 마리'를 먹고 나면 자신의 부모에게도 하지 않는

'어머니, 너무 맛있습니다! 너무 잘 먹었어요~ 기운이 불끈 나네요!!^^' 등과 같은 애교와 친절함을 보여야만 한다. 처갓집에서 푸짐한 대접을 받고 나서

'어머님, 저는 원래 닭 싫어하고요! 게다가 어머님 음식이 제 입맛에는 좀 짜네요ㅠ 이거 나중에 건강에도 안 좋아요!'

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둘만의 집으로 돌와와서는 부인과 더 큰 전쟁을 치러야만 할 것이다.



4. 건강한 밀땅이 필요하다.


즉, 며느리로서의 행동이나 사위로서의 행동도 일종의 '사회적 역할'이다. 사회적 역할이라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맞추면서 넘기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역할'은 진심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큰 문제나 갈등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성의와 노력은 필요하다. 동시에 역할에 너무 진지하게 맞추려고 하거나 너무 큰 자기희생이 생기면 그 또한 문제가 된다.


상대방(시부모나 장인 및 장모)의 요구에 진심으로 맞추고 싶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안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노력과 실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심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어찌 내 부모에게도 안 하는 전화를 '매일'하여 '어머님~ 오늘 날씨가 너무 좋죠? 어디 나갔다 오셨어요?^^'라는 사근사근한 딸의 모습을 보일 수 있겠는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게다가 초반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그 요구에 맞추어주다 보면 요구는 점점 더 커지게 되며, 나중에는 '폭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당당하게 거부하거나 너무 솔직한 것 또한 문제이다. 장모님이 정성껏 해준 음식을 먹었으면 좀 호들갑스럽게 반응도 해드리는 것이 예의 아니겠는가?!


우리가 회사 일을 하거나 조직의 일원으로 행동할 때에도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출근을 하면서 마주친 옆 부서의 팀장님에게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어요?^^'라고 인사를 한다. 하지만 그 팀장님이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정말 궁금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 대상이 만약 고객이라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상대방에 맞추고자 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던가?! '사회적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결혼과 원가족과의 이슈도 마찬가지이다. 알고 보면 부부 사이도 어느 정도는 '역할'이 개입된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이거나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본인도 크게 힘들지 않으면서, 큰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절묘한 밀땅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과 결혼을 하여 즐겁게 더불어 사는 것 자체는 분명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댓가나 의무와 책임도 감수해야하는 것이 맞다. 내가 결혼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표현하는 수준의 '역할'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실행이 요구된다. 너무 억지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그들을 존중하라! 그래서 '처가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럼 어디까지 맞추어 주어야 하느냐고? 그것은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다! 당신 배우자에게 정보를 수집하여 당신 스스로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를 바로 '케바케'라고 한다! 당신의 분석과 당신의 선택에 따라 행동하고 그 결과를 감수하라. 이 글은 그 과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해주는 것이지, 정답 자체를 알려줄 수는 없는 것이다.   




심리전문가가 쓰는 비-전문적 심리학

사랑 심리학 (부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심리학)


#1. 사랑이 변하는 3가지 이유 / 사랑의 속성

#2. 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힘들어지는 이유 / 관계 차원의 연애와 사랑

#3. 결혼과 비혼, 선택 장애자들을 위한 3가지 조언 / 결혼을 할까요, 말까요?

#4.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 맞다?! / 연애는 감정, but 결혼은 생활

#5. 결혼에 숨겨져 있는 또 하나의 전쟁! / 부부와 원가족 이슈

#6. 차라리 이혼하라고 조언하는 3가지 경우 / 부부간의 갈등관리

#7. 행복한 연애와 결혼을 위한 3가지 조언 / 행복한 사랑법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254


https://brunch.co.kr/@mindclinic/258


https://brunch.co.kr/@mindclinic/259


https://brunch.co.kr/@mindclinic/260

   



이전 10화 부부나 연인 간에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하는 3가지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