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특집. 고부.심리.열전(姑婦.心理.列傳)
Photo by Vladislav Muslakov on Unsplash
저의 대부분의 글이 그렇듯이..
명절을 맞이하여 명절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저의 내담자분을 위해 써드리는 글입니다.
풍성한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들 행복하고 즐거운 명절이 다가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로 인한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다들 즐거운 명절을 보내러 고향에 내려갈 때 고향에도 가지고 못하고 그들의 이동을 돕는 고속버스 기사님과 열차 승무원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명절에도 상관없이 항상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경찰관이나 의료관계자 분들도 계시지요.
이처럼 거창한 수준의 분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모두의 즐거운 명절을 위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명절을 준비하는 시어머님들과 며느리 분들이지요.
그중에서도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야 하는 며느리들은 그들 만의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제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심리적 부담이나 스트레스 자체는 크게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제사 음식을 직접 하는 집이 아니라고 한들 그 심리적 부담이나 스트레스 자체는 크게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시어머니나 시댁 식구들이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그 심리적 부담이나 스트레스 자체는 크게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단순히 명절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고부관계가 가지는 근본적인 갈등 이슈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근본적이고 잠재적인 갈등 이슈들이 가장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시기와 이벤트가 명절일 뿐입니다.
가족의 조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혈연관계에 있거나 혹은 그 수준에 이를 정도의 의도적인 결합(결혼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한 경우 등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오랜 기간 동안 생활 공동체를 유지하여 혈연도 아니고 의도도 없었지만 가족처럼 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웃사촌'이라고 하는 (오래 함께한) 옆집 사람입니다.
이와 같은 기준에서 보면 며느리와 사위는 진짜 가족은 아닙니다.
혈연관계도 아니며 가족으로 공동체의 연을 맺고자 약속하였으나 정확히 말하면 그 배우자(즉, 남편이나 부인)와 약속을 맺은 것이지 원가족은 한 다리 건너 부수적으로 따라온 경우에 해당힙니다.
고부 관계나 장서 관계란, 가족의 연을 맺고자 하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감당해야 하는 필수 불가결한 이차적 관계인 것입니다.
그 안에서 기존의 가족에서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의 진정성이나 애정을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왜냐하면 고부관계나 장서 관계 자체를 원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부관계에서 갈등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안부전화입니다.
며느리에게 안부전화를 안 한다고 불평과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들이 발생합니다.
그때 나오는 전형적인 표현이 바로 '나는 딸 같이 생각했는데...'입니다.
여기에서 고부간 갈등의 핵심적 이슈가 나타납니다.
즉, 서로의 기대와 역할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딸로 생각하며, 딸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행동들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며느리는 그런 딸과 같은 역할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더 문제는 며느리에게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것들 중에는 자기 자녀에게서 결핍되거나 혹은 자기 자녀들도 안 하는 이상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딸이나 자식들이 자주 전화를 안 하는 것이 서운했던 시어머니가 새롭게 가족 구성원이 된 며느리에게 딸도 안 하는, 아들들은 더 안 하는 안부 전화를 기대한다는 것이지요.
20년 이상을 키워주고 돌봐준 진짜 딸도 안 하는 것을 20개월 된, 그것도 진짜 가족도 아닌 며느리에게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원래 사람한테 실망하고 상처 받는 주요 원인 중에 하나는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상처 받지 않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과한 기대나 요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기대와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아들을 사랑하여 결혼한 아들의 배우자인 며느리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남편을 사랑하여 결혼하여 가족의 연을 맺게 된 시어머니
이와 같은 전제 하에 적절한 수준의 심리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그에 따른 합리적 기대와 요구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은 아들과 사는 사람이므로 아들과 있을 때에는 진지하게 "아들"에게 잘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합리적 기대일 수 있습니다.
단, 그래도 형식 상 가족이니 명절이나 가족 행사 정도에는 잘 참여해주었으면 하는 것은 합리적 기대입니다.
평상시에도 진짜 딸과 같이 진심으로 걱정하고 염려하여 안부전화를 해주기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기대입니다.
만약 그런 며느리가 있다면 그것은 아주 배려가 깊고 훌륭한 며느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런 며느리에게는 사랑하는 진짜 딸에게 했던 만큼의 애정을 쏟아주고 칭찬해주면 됩니다.
최근 육아와 관련하여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와주시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장모님과 사위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비록 내 딸의 아이이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녀를 돌보시는 것이기에 기쁨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모님은 장모님대로 나이도 드셨는데 육아와 관련된 책임을 맡게 되신 것이 부담되고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사위와 같이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며 그로 인하여 서로 간에 불편한 점이 생기거나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통은 고부간의 갈등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반면에 장서 관계, 즉 사위와 장모 간의 관계는 씨암탉을 해주는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장모님을 불편하다고 불평하거나 혹은 장모님이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사위들에 대해서는 안 좋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문화 상 정서적인 불편함을 표현하는 남자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를 표현하지도 못하거나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사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들도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불편한 것과 같은 이유로 어색하고 어려운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과 같은 기대와 요구를 하는 배우자의 원가족과 갈등을 겪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나 아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고부간의 갈등이나 장서 관계 상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시간'입니다.
누구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가족과 같은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판 남인 이웃도 사촌처럼 지내게 되기도 한 것처럼 오랜 시간을 같이 하며 나누는 과정에서 점차 진짜 가족이 되어 가게 됩니다.
물론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좋은 관계와 돈독한 가족 관계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그 안에서 보다 긍정적인 교류와 상호작용을 늘리고 갈등이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핵심적 요소를 들자면 그것은 바로 고부 관계에서는 아들, 그리고 장서 관계에서는 딸의 역할입니다.
고부 관계나 장서 관계의 가운데 있는 아들이나 딸의 중재자 역할이 중요합니다.
효과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잘하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빠른 시간에, 그리고 더욱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제 명절이 다가옵니다.
서로에게 내적인 요구나 역할을 강조하기보다는 벽돌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결국에는 튼튼한 벽돌집이 만들어지듯이 긍정적인 교류를 늘려가고 불편함과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명절이 되어 서로에게 더욱 가깝고 친밀한 "진짜 가족"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oving
https://brunch.co.kr/@mindclinic/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