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오전 11시 반, 우리 팀은 회사 아일랜드 식탁에 모인다.
각자 싸 온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30분 정도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다들 토종 한국인 DNA를 내재하고 있어서 그런지 나눠 먹으려고 추가 반찬을 싸 올 때가 있다.
그중 가장 인기 많고 손이 자주 가는 반찬은 뭐였을까.
미니돈까스였을까 아니면 짭조름한 스팸이었을까 아니면 사모님이 직접 담그신 깍두기였을까.
주인공은 바로 김이었다. 내가 싸 온 김. 큰 통에 담아왔는데 불과 이틀 만에 동이 나버린 김.
동이 나버린 데에는 팀장님의 젓가락이 큰 몫을 했다. 그 김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날 밤에 나에게 7만 원어치 구매를 부탁하셨다. 그리고 팀원 중 한 명은 그 김을 본가에 보낸다며 구매를 했다.
나눠 먹으려고 갖고 왔던 김 한 통의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물론 난 예상했다.
내가 먹었을 때에도 지금껏 먹어본 김 중 제일 맛있는 김이었으니까.
그 김을 처음 만나게 된 곳은 다름 아닌 오피스텔 입주민 단톡방. 누군가 맛있는 김을 나눔 해주신다길래 냉큼 한 봉지 받아왔었다. 컷팅되어 플라스틱 통에 담긴 도시락 김이 아닌, 은박지 안에 들어 있는 정사각형 통김.
잘라놓고 보면 모양이 다 제각각이 되어버리는 그런 김.
잘 구운 고등어 옆에 별생각 없이 몇 장 올려놓고 시작한 식사.
그리고 첫 입에 눈이 희뜩 떠졌다. '김에서 불 맛이 난다'
바삭하면서도 고소함을 잃지 않았는데, 거기서 불 맛이라니.
고작 말린 해초인데, 숯불 삼겹살에 맞먹는 맛이라니.
그 뒤로 나는 도시락 김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헤어지자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높아진 입맛이 기준이 되어 평생 내려오지 못할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그 운명을 맞이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때 김을 나눔 받아 갔던 사람들이 공동 구매를 하기 시작했고, 호들갑에 마음이 동한 사람들도 하나 둘 더해졌다.
그 김을 맛본 우리 부모님도, 김 하나를 선물해 준 누나도, 우리 팀장님과 팀원들도 그 김의 매력에 빠졌다.
한 번 맛보고 나서는 그 김만 찾으신다.
좋은 건 객관적이다. '이거 좋아요. 알아봐 주세요!!' 홍보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퍼져나간다.
한 번 맛본 사람은 무급으로 영업 사원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불러온다.
좋은 콘텐츠도 비슷하다. 누군가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것이고, 입소문이 난다.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김 한 장을 밥에 싸 먹으며 다짐해 본다. 이 김 같은 콘텐츠를 만들자.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는 이 김처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보자.
사람들은 솔직하고 객관적이니까, 좋은 건 자연스레 전파될 테니까.
*이 글을 다 읽으신 분이라면, 그 김은 대체 어디서 판매하는 걸까 궁금하실 것 같네요.
메일을 주신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해주세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