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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Dec 06. 2021

성냥팔이 소녀

완벽한 이방인의 리투아니아에서 살아가기

공항에 내렸을 땐 비가 왔다.

핀란드에서 프로펠러기로 갈아탄 이유인지 공항 셔틀을 타고야 겨우겨우 공항 건물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비는 많이 내렸고 서둘러 후드를 뒤집어쓰고 노트북밖에 넣은 게 없는 것 같은 오지라게? 무거운 핸드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저녁 여섯 시에 새벽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빌뉴스 공항을 나섰다.

빌뉴스의 첫인상은 글쎄~ 항공기에서 내리기 전 내려다봤던 도시의 모습은 고요함이었다. 노란색 따뜻한 불빛이 빗속에서 몽글한 빛 번짐을 만들어 내서인지 뭔가 몽환적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두움이었다. 백주대낮같이 환한 형광등 불빛에 익숙한 나에겐 택도 없이 부족한 이 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노란 백열등의 적당하고 적절한 빛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 인상 탓인지 아니면 오후 4시만 되면 캄캄해지는 이곳 겨울의 날씨 탓인지 나에겐 여전히 어둡다. 빛은 그저 도울뿐이라고 생각하나? 형광등보다는 백열전구를 선호하고, 환한 빛보다는 따뜻한 빛을 선호하는 이곳은  이방인에겐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따뜻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이 곳 살이 한달 만에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빌뉴스에 온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요즘의 난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가 된 것 같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고 집집마다 예쁘게 반짝이는 알전구 트리를 창 밖에서 물끄러미 응시하며 마냥 부러워하는 완벽한 이방인이 되어 또 이 도시를 탐험한다. 그리고 오늘까지 일주일째 여긴 눈이 온다.

빌뉴스 대성당 앞의 트리
뱅쇼를 들고 빌뉴스 성당 앞 트리를 즐기는 크리스 마스 시즌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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