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축제, 지나고 나면 모두 축제였음을
교회 가는 길에 눈여겨보다가 오늘 처음 현대미술관인 Mo museum(https://mo.lt/)에 들렸다.
빌뉴스에는 골목골목 마주치게 되는 갤러리가 카페만큼 많다. 이 역시 이 나라의 예술문화에 대한 경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Mo.museum 에 들어서니 매표소 직원이 은색 스티커를 붙여주며 코트 보관소에 물건을 맡기고 편하게 관람하란다. 착한 어린이처럼 코트를 열쇠가 있는 사물함에 넣고 나니 추운 날씨에 가뜩이나 움츠렸던 승모근이 살아나는 것 같다. 도슨트 해설을 위해 손에 쥐어준 태블릿은 삼성 거다.
‘호~삼성 이 대단한 넘들’
약간은 우쭐해진 마음을 내려놓고 계단을 빙글빙글 올라가 3층 전시장에 도착하니 결혼식 사진을 오브제로 만들어 놓은 대형 전시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이아나 황태자비 헤어스타일을 한 여러 신부들이 신랑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화를 위한 첫걸음’, 힘든 시간부터 축제까지 '변화의 축제'라는 부제가 아이러니하다.
‘아! 의식에 관한 사진전이구나!’
졸업, 성인식, 결혼 그리고 장례까지
‘축하’라는 주제로 개인이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만나는 통과의례에 국가, 이데올로기, 종교, 공동체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사회화를 통해 집단주의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축제는 어떤 규범에 대한 저항과 해방구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사진전이었다.
구 소련 시절부터 흑백으로 인화된 사진들 속에는 소비에트식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졸업식도 보이고, 락밴드의 공연에 수천만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떼창을 하는 사진도 보인다.
어떤 사진은 우리의 1980년대 민주화 항쟁의 사진을 보는 것 만 같다, 사진 속에서 만난 백만 가지 말을 담은 눈빛은 가장 먼저 슬픔을 이야기하고 그다음 자유와 평화를 외친다. 문득 수업 시간에 리투아니아 국기에 있는 세 가지 색 중 빨간색의 의미를 자유를 위한 투쟁의 피라고 똑똑하게 설명하던 도빌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민주화운동, 강제와 압제로부터의 자유를 논하지 않아도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서 전해지는 이들의 역사와 내식대로의 해석이 얹어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흘러가고 그 와중에도 행복한 순간을 쌓인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하다 할 수 있는 추억이 만들어진다.' 는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문득 이 나라의 분위기가 호들갑스럽지 않고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는 태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사진전을 보고 있자니 그 시간 나에게 찾아온 통과의례들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모두 인생의 하나의 매듭을 짓는 축제의 날이었음이 새삼 깨달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