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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Mar 20. 2024

가슴에 품고 오다,

가파도에서 제주를 보다

하늘에서 보면 가오리모양처럼 펼쳐진 섬의 모양을 보고

제주의 방언인 가파리에서 따 온 이름 가파도.

지도를 보니 정말 가오리처럼 생겼다.

청보리가 넘실대는 파도를 볼 수있는 5월은 아직 멀었고,

그냥 가보자 싶어서 계획 없이 나선다.

겨울은 겨울대로 그 모습이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었다.


모슬포와 최남단 마라도 사이에 있는 섬.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십오 분. 거기서 십오 분을 더 남쪽으로 가면 우리나라 지도상 최남단 섬 마라도이다.


가파도 북쪽을 상동, 아래쪽을 하동

처음엔 상동에서 우물 발견되어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후에 하동에서 더 큰 우물이 발견,

지금은 하동에 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데 물은 중요하다.

제주 5개의 섬 중에서 샘물이 솟는 곳은 가파도뿐이라고 한다.


'가파도에 꽃이 피었네. 그대라는 꽃'


읽기만 했는데 이곳에 오자마자 자존감이 상승한다.


그래 나는 꽃이야.


자전거를 타는 청춘들도 있었지만 걸어서 두 시간이면 섬 전체를 돌 수 있다고 해서 또 걷는다.


가파도가 작은 섬이라, 관공서도 학교도 하나이다.

유일한 학교 가파초등학교.

'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공부하자'라는 교훈을 가지고 있고 매년 한 명씩 졸업한다고 한다.

그 특별한 졸업생은 15여 개의 상장과 장학금을 받는다고 한다.

이제 인구가 감소해서 초등학생보기도 힘들어지는데, 가파초등학교가 오래오래 졸업생을 배출하기를 바라본다.


어쩌면 가파도의 가장 번화가이자 메인 도로인 한가운데 길을 걸었다.

친환경 보리도정공장부터 보건소, 대원사, 가파초등학교, 성결교회, 치안센터, 소방서, 가파리 사무소가 쭉 보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하나씩 존재하는 셈이다.


섬전체가 수평선과 하나인 듯 나지막한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높다는 소망전망대도 20m의 높이였다.

이 전망대에서 섬사람들은 해마다 나라 안이 평화롭고 백성이 살기에 평안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눈 가는 곳마다 보석 같은 윤슬과 너울대는 파도에 마치 커다란 배에 서 있는 듯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소망전망대라고 하니, 나도 소망 하나쯤 바다에 던지고 왔다.


여행자들에겐 특별한 하루이지만

작은 마을에서 평범한 삶의 일상을 살고 있을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산책이었다.


소망전망대에서 가파도의 동서남북을 보고 저 멀리 한라산과 산방산이 보이는 서귀포까지,

이곳에서 다시 제주를 본다.

파도가 저렇게 높건만, 가파도를 둘러싸고 있는 수중암초가

해발고도 20.5m의 낮은 가파도를 큰 비와 태풍으로부터 온몸으로 막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

바다에서 바람도 많이 불어온다. 농담반, 날아갈 듯했다.

가파도가 이래서 연날리기 좋은 곳이라고 했나 보네 하며 걸었다.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

가슴에 가파도를 품고 온다.


발 디딘 곳을 떠나와 제주에서 바라본 과거의 내 모습, 그 자리.


살아온 삶에 최선을 다했고, 치열했고, 그래서 아름다웠고 감사했다.


제주를 잠시 벗어나 다시 가파도,

이곳에서 마주하고 바라보는 제주는 아주 커다란 섬이다.

그리고 곧 돌아가야 하는 미래의 장소.

좌:산방산, 우:바다건너 마라도, 가파도 핫도그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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