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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Mar 27. 2024

선물

마음, 컵라면, 한라수목원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선물을 고민합니다.

선물은 여행의 기념일 수도 있고,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고마움의 작은 표현일 수도 있지요.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어릴 때 외삼촌이 사다 주신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고운 비스킷과 초콜릿, 사탕들이 세트로 묶여 알록달록한 포장지에 싸여 있었죠.

당시 시골에서는 꿈도 못 꿀 아주 먼 나라, 미국을 비행기로 다녀오신 외삼촌의 선물이었습니다.

평생을 두고 생각나는 것을 보면 정말 임팩트 있는 선물이었나 봅니다.

아니면 어려웠던 시절에 귀한 물건이라 그랬을까요.

오래오래 숨겨 두고 아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잠시 쉬는 나를 위해 제주에 왔던 친구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제주를 떠날 때쯤이면 같은 고민을 하더군요.


무엇을 사갈까?

제주를 기념할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다들 한 번쯤은 받아보았을 한라봉 귤초콜릿, 오메기떡 제주 한라산 소주 등이 있겠네요.


언젠가 제주공항에서 보안검색대를 지나 탑승구로 이동하던 중에 공항 내 파리바게뜨의 긴 줄을 본 적이 있었답니다.


'대체 뭘 사려고 저렇게 줄이 긴 거지?

육지에도 파리바게뜨는 있구먼.'


제주에서만 살 수 있는 것,

푸른 한라산과 바다의 모양이 그려져 있고,

가운데에는 어릴 적 많이 먹었던 샌드처럼 생겼습니다.

우: 공항파리바게뜨 마음샌드포토존

마음샌드 라고 하네요.


이름도 정말 정겹지 않나요? 제주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물로 받으면 아주 달콤한 기억으로 남것 같습니다.

마음샌드는 이름부터가 따뜻해서

여행동안의 내 마음을 담은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캐러멜과 버터의 풍미가 어딘지 익숙합니다.

샌드사이에 따뜻한 제주의 햇살아래 거친 해풍을 맞고 자란 우도땅콩의 고소함이 들어있어 좋아하는 커피와 먹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친구들 선물로 딸아이도 사갔는데 후기가 아주 좋았다고 하니 권해준 제 마음이 다 뿌듯했답니다.

마음샌드 하나에 제주의 한라산과 바다와 우도땅콩까지 넣어 보낸 기분입니다.

가격도 착하고 두 가지 맛이 있어 골라먹기 좋겠어요.


아들과 딸은 젊어서인지 제주 컵라면도 선물로 사가네요.

엄마인 저는 라면은 선물로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제생각이 뭐 중요한가요,

받는 친구들이 좋아할 거라며 제주바다내음 듬뿍 품은 딱새우라면인 '딱멘'과 흑돼지라면인 '돗멘'도 사갔습니다.


공항에서 딸을 보내고 시내 나온 김에 한라수목원을 잠시 들러 걸어보기로 합니다.

도시에 이런 큰 수목원이 있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아열대 식물들, 그리고 나무들이 제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니, 광이오름까지 연결되어 있네요.

공항에서의 이별로 촉촉해졌던 마음이 오름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제주 시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행운인지 노루를 보았습니다.

겁도 없이 저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제주 노루들은 이렇게 겁이 없는 건가요.

제가 만만한 거라고 생각하렵니다.

눈을 맞추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살면서 언제 또 이 녀석과 눈 맞춤을 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딸이 어렸을 때 같이 한라산을 올랐다가 너무 힘들다며 울며 내려오다가 노루를 보고 눈물을 딱 그친 적이 있었습니다.

잠시 그 추억도 생각이 나더라고요.

시간이 많이 흘러 딸아이가 저보다 이제 산을 더 잘 타는 나이가 되었네요.


공항에서 마음샌드 하나 사고, 시내에서 노루도 만나고

따스한 마음이 되어, 세상부자가 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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