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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Jan 10. 2024

걸어가는 늑대들

전이수 갤러리, 위로

전이수라는 동화작가를 처음 만난 건 몇 해 전 그의 그림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보게 된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해맑은 소년을 만났다. 그 소년은 꾸미지 않은 날것의 모습으로 자연을 벗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마침 홈스쿨링 바람이 있었던 터라 그런 영재들 중 한 명이겠거니 했는데 어린이의 시선에서 그린 그림들이 나의 마음을 터칭 했다. 이수작가는 글을 먼저 쓰고 그 글의 영감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이곳에 머물면서 제주출신 화가들의 그림도 많이 보았고 감동이었지만, 전이수갤러리가 함덕 어디쯤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마침 방문하게 되었다.


전이수갤러리의 이름은 걸어가는 늑대들, 동생 우태와 함께 그린 그림도 있었다. 갤러리 전시는 1년마다 주제에 맞게 바뀐다고 한다. 한나절을 그곳에 머물며 순수한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이수 갤러리, 엄마의 마음

시각장애를 가진 아들이 학교에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한 엄마를 보고서 이수 군이 그린 엄마와 아들의 그림이다.


사막가운데 서 있는 듯한 두 사람. 지팡이를 짚고 앞서 걸어가고 있는 아들이 보인다.  언제까지고 아들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지켜볼 것 같은 엄마의 모습이 색채의 대비와 함께 마음에 와닿는다.


그 형은 시각 장애인이어서...
   지팡이를 치고 갔어요 학교가 아니라 그 형 혼자서 걸어가야 할  인생길이라고 생각했을 때 뒤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마의 그 마음을 그림에 담고 싶었어요.


전이수 갤러리, 위로

강아지의 슬픈 눈이 이미 아이의 마음을 읽고 있는 듯했다. 엎드려 우는 아이를 가만히 쓰다듬는 강아지의 위로가 따스한 온기를 전한다.

갤러리 곳곳에 그의 마음을 적은 짧은 일기와 관련한 그림들이 있었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겠구나 공감이 되었고 왠지 눈물이 났다. 그의 글을 읽고 그림을 눈에 담는 것으로 마음에 와닿아 위로가 되었다.

전이수 갤러리, 그 자리가 비면
전이수 갤러리, 이수일기
......

주인 잃은 의자처럼 확연하게, 또 안개 낀 외로운 숲에 홀로 남은 것처럼 쓸쓸하게 느껴질 때 그제야 우리는 그 소중함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나의 소중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을 했었구나 하는 것을.


나도 떠나 오니 알겠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베풀어주었음을.

인생의 긴 호흡에서 잠시 쉬어가기를 잘한 것 같다.

제주에서 내가 걷는 발걸음마다 나는 배우고 있다.

매일 떠오르는 제주의 일출에서, 일렁이는 파도에서

또 어린 작가에게서, 비자림의 나무들에게서,


그리고 또 걷는다.

더욱 나 다와지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걸어가는 늑대들, 이수작가의 갤러리를 돌아나오는데 담벼락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다

언젠가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바람은 말했다

잠깐 쉬어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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