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 아저씨는 쇠소깍에서 근무하신다. 아저씨는 테우를 끌고 폭포까지 손님들을 태우고 가 설명을 해주고 다시 그 테우를 끌고 돌아오는 일을 한다.
쇠소깍 경치만 둘러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아저씨의 설명을 듣지 않았더라면 쇠소깍 주변에 널린 바위들의 이름과 아저씨의 인생 이야기를 놓칠 뻔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만 남을 장소가 누군가의 한평생을 함께 한 이야기가 덧씌워지니 또 다른 색으로 다가왔다.
테우를 예약한 시간은 아침 첫 타임이었다. 쇠소깍을 둘러보려면 테우와 카약 중 선택하면 된다. 노 젓기에 익숙하지도 않고, 제주 전통 배를 경험해 보고 싶어 테우를 선택하였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테우는 언뜻 보면 뗏목 같았다. 이 배를 이용해서 인근 바다에서 고기도 잡고 해초를 채취하였으며, 자리돔을 잡는 데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배를 타는 곳, 선착장에서 효돈천의 끝까지 아주 굵은 줄을 연결하여 테우의 선장 격인 아저씨가 줄을 끌어당기면 테우가 움직이는 모양이다. 테우의 무게는 1톤이 넘는다고 하니 한 배에 성인 어른 스무 명 정도 타니까 도대체 몇 톤을 끄는 일인지. 이렇게 힘든 일이 가능한 것인지. 예전에도 테우는 노를 저으며 바람과 싸워야 하므로 힘깨나 쓰는 장정이 아니고는 사공이 될 수 없었다고 한다.
한 척의 테우를 만드는 데 통나무 7~13개가 사용된다고 한다. 재료는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라고 했다. 구상나무는 무게가 가볍고 단단하며, 물에 강하고 부력이 좋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서 테우의 재료로 제격이었다. 신기한 것은 금속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서로 끼워 맞춰나가는 조립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제주 조상님들의 지혜에 감탄할 뿐이었다. 그리고 사용 시기와 용도에 따라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기도 하는데 조립 시 혼동을 막기 위해 통나무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서 보관한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쇠소깍은 한라산에서 물줄기가 내려와 남쪽으로 흘러 바닷물과 만난다는 효돈천의 끝에 자리 잡고 있다. 쇠소깍이 위치한 하효동은 한라산 남쪽 앞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감귤의 주산지라 했다. 한라산의 담수와 바다의 해수가 만나 생긴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맑은 웅덩이. 물이 너무 맑아 수심을 가늠할 수 없었고 용암으로 이루어진 바위들, 그 주변에 오래된 소나무 숲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쇠소깍 주변 소나무를 올려다보니 새들이 각자 집 한 채씩을 이고 살고 있었다. 바다뷰와 소나무조망권에 쇠소깍까지 갖추었으니 사람보다 나은 삶을 그곳의 새들은 살고 있는 지도. 살짝 부러웠다.
비가 많이 오면 한라산에서 물이 범람하여 이곳까지 넘쳐 흘러 쇠소깍이 개방되지 않는다고 했다. 테우를 운전하는 쇠소깍 아저씨가 새벽이면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라고 했다.
테우를 끌면서 아저씨는 특유의 입담으로 쇠소깍 역사와 주변의 바위들에 관해 설명하신다. 남녀가 입을 맞추는 형상의 입맞춤 바위, 장군바위, 큰 바위 얼굴 일명 강호동 바위, 독수리 바위, 사자 바위 기원 바위, 부엉이바위, 코끼리 바위 등,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수많은 그 바위가 그 바위였을 텐데, 정말 설명하는 대로 들으니 그런 바위로 보였다. 용출수는 늘 섭씨 18도로 유지되므로 가을에 이 쇠소깍에 뛰어들더라도 차갑지 않다고 한다.
쇠소깍의 바위들1
쇠소깍 아저씨는 우리가 잘 들어주니 신이 나셨는지 원래 이런 얘기는 안 하는데 하며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저 바위는 제가 어릴 때 친구들과 다이빙하던 바위이고, 흠흠.'
다이빙을 하면서 이곳 쇠소깍이 놀이터 같았다는 아저씨.
'저어기 아래 바위에서는 조금 커서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담배를 피우기도 했던 일탈을 벌이는 장소였고,'
어느 날은 엄마 몰래 친구들과 나와서 저 바위 위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고 했다. 또 언젠가는 여자 친구와 소나무가 드리운 저 바위에서 데이트하기도 했었다고 했다. 그러다 이제 이 쇠소깍이 직장이 되어버린 아저씨. 한 장소에서 나고 자라고, 청년이 되고, 살던 곳을 떠나 도시로 가지 않으니, 이곳이 일자리가 된 것이다.
쇠소깍 아저씨가 이 일을 하면서 제일 슬펐던 적이 있었는데, 혹시 맞추는 분에게는 선물을 주겠다고 하셨다.
다들 기대감에 한 마디씩 던졌는데, 아무도 맞추질 못했다.
'아니 원래는 저쪽 바위에서 테우를 탔는데, 손님이 자꾸 늘어나니 안전을 위해서 테우 선착장을 너른 바다쪽으로 100m가 더 옮겨가 버린거예요. 안 그래도 테우 끄는게 여간 힘든게 아닌데 눈앞이 캄캄해져 버렸다니까요.'
우스갯소리 반, 또 진심 반인 아저씨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였다.
쇠소깍의 바위들2
쇠소깍의 테우 인기가 높아져 이제 체험객 수가 연간 35만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개인이 이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효동 청년회에서 주축이 되어 테우를 이끌고 있으며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와 지역 어르신들의 경로당 점심 제공, 명절 쌀 나눔, 장학사업에도 쓰인다고 했다. 지역의 관광자원을 이렇게 활용해서 다시 지역 어르신들과 장학사업에도 쓴다고 하니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돈이 된다 싶으면 들러붙어 이익을 보기에 급급한 개인주의 사회에 참으로 훈훈한 공동체 문화임이 틀림없다.
쇠소깍의 삼분의 이 지점 정도까지 테우가 도착하니 배에 탄 사람들 사진까지 일일이 찍어주신다. 기분좋은 덕담도 건네신다. 순식간에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신 쇠소깍 아저씨 덕분에 테우에 탄 사람들 모두 표정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