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까는 여인

그리고 애 보는 남자

by 이상우

아내가 매트를 사겠다고 했다. 걷지 않는 우리 딸 때문이었다. 아랫집에서 재하 혹은 재하 보호자를 보러 곧 올라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재하는 아랫집 아저씨 오시면 마중도 뛰어서 나올 태세였다. 거실 바닥 색인 사하라 라이트가 마음에 들어서 매트를 까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매달 밑에 집으로 롤 케이크 조공을 하다가는 가계에 꽤 타격이 갈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내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라 나는 발언권이 없었다. 심성 여린 아내는 재하가 쿵쿵거릴 때마다 심장이 쿵쿵거린다고 했다.


아내는 샘플까지 비교해가며 며칠을 심사숙고하여 색을 골랐다. 눈을 뚫고 매트가 왔다. 십 수개의 매트는 현관을 가득 채웠다. 서둘러 뜯으려고 하자 재하 엄마는 조립 로봇을 앞에 둔 남아처럼 눈을 반짝이며 자기가 열어도 되겠냐고 했다. 그 눈망울이 부담스러워 그렇게 하라고 했다. 처음엔 신나서 매트를 나르더니 곧 낑낑거리고 결국 손목 보호대를 꼈다. 아내는 작년에 손목 힘을 기르겠다며 악력기를 쓰다 정확히 사흘 만에 건초염에 걸렸었다. 재발이 걱정되었지만 포장 해체 과정이 너무 치열해서 감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건 한 여자의 승부였다. 다 나르더니 체력이 다했다며 한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 서둘러 밥을 먹였다. 밥을 먹는 중에도 그녀는 말이 없었다. 매트 조립만 생각하는 듯했다.

열량을 보충한 아내는 다시 매트들에게 돌아갔다.

「아~아~어마~아바아바~」(엄마 지금 뭐 하는 거야?)

「엄마 중요한 일 하고 있어. 조용히 있자. 끼어들면 우리 맞을지도 몰라」

아내는 무아지경에 빠져 매트 깔기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 건 잊어버리고 인간 이정옥의 욕망에 따라 매트를 썰고 있었다. 자아실현을 매트 깔기로 하다니. 재하가 세탁기 동파로 인해 손으로 대강 빨아 지난 맘마의 흔적이 고대로 남아있는 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아내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한 손에 칼을 들고 있어서 말릴 수도 없었다. 쭈뼛쭈뼛 꼬질꼬질한 애를 안고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니 그제야 재하 씻기자며 연장을 내려놓았다.


재하를 씻기는 아내의 손에 망설임이 없었다. 평소의 조심스럽던 엄마가 아니었다. 결코 빨리하고 매트 마무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했지만 거기 있는 누구도 믿지 않았다. 다시 거실로 나간 아내는 다시 매트와 물아일체가 되었다. 매트로 테트리스를 하고 있었다. 조각을 끼우고 자르고 붙였다. 손이 보이지 않았다. 매트 까는 장인이 따로 없었다. 삼국유사 어디쯤 나오는 이야기처럼 어느 순간 매트가 될 것 같아 수시로 나가보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나는 뒷정리를 하려고 걸레를 꺼냈다.

「아!! 자기야 좋은 생각이 났어」

이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아내는 매트 정비를 하러 거실로 홀연히 떠났다. 그리고 남겨진 부녀가 잠이 들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이게 다 뭐야...


다음날 새벽 「서걱서걱」 소리에 잠을 깼다. 출근 옷차림을 한 매트 장인이 다시 매트들을 오리고 있었다. 잠이 덜 깨서 멍하니 아빠에게 안겨 있던 딸에게 한 마디를 했다.

「니네 엄마도 제정신이 아냐. 나 아니었으면 시집 못 갔을 거야」

그래도 출근은 했다. 사실 연가 쓸 줄 알았다. 사유는 매트 설치로 하여.

돌아와서도 하려 길래 눈치를 좀 줬다. 어제 아내가 자기 취미 생활만 하는 바람에 내 걸 못해서 골이 좀 났다. 자기 취향을 존중해줬으면 내 취향도 존중해줘야지. 참고로 내 취미는 설거지이다. 아내는 살살 눈치를 보더니 자기가 재하를 업고 하겠다 했다. 그 의지가 참으로 대단해 그러라고 했다. 하지만 애를 업은 채 칼을 드르륵 꺼내는 모습을 보니 내버려 둘 수가 없어 다시 딸을 조용히 데려왔다.

이번엔 그래도 정신이 좀 돌아왔는지 제시간에 재하를 씻기기로 했다. 다만 딸의 머리를 감기던 중에 갑자기 파인애플이 먹고 싶다며 주방으로 갔다. 한 조각 먹더니 맛이 갔다며 뱉었다. 그리고는 파인애플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며 누웠다. 아니 일하기 싫으면 그냥 말을 하지, 당연히 허리 아프지 어제 그렇게 자아실현을 했는데, 파인애플이랑 허리가 무슨 관계냐 따지려 했는데 재하가 계속 물놀이 심부름을 시키고 있어서 시간이 없었다. 뭐 어찌 되었건 하루 종일 매트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던 아내 덕분에 매트는 마무리되었다. 아내의 땀과 나의 눈물이 합쳐진 결과였다.


이제 당분간 매트랑 엮일 일은 없겠거니 했다. 그런데 오늘 또 아내가 퇴근하자마자 입구에서 외쳤다.

「매트에서 로봇청소기 돌아가나 돌려보자!!」

남편 애 보느라 고생했어가 아닌 또 매트 이야기였다. 순간 매트 다 가져다 버리겠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나도 조금 궁금해졌다. 과연 로봇청소기가 화성탐사로봇처럼 매트와 매트 아래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로봇은 돌아가지 않았다. 아내는 시무룩해했다. 나는 속으로 쌤통이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로봇 안 돼? 이제 로봇 푹 쉬겠네」

이제 로봇 청소기는 원래 주인인 엄마네로 돌아가서 은퇴 후 여유로운 로봇 복지를 누릴 것이었다. 마는 로봇이 하는 청소 따위는 믿지 않는다. 기껏 사놓고 매번 놀고만 있길래 내가 데리고 왔던 것이었다. 잘 굴리고 있었는데 매트 때문에 의미가 없어졌다. 로봇이 하는 청소를 내내 기대했다가 한순간에 실망한 아내는 머리가 아프다며 몸져누워버렸다. 재하는 나 혼자 목욕시킬 수밖에 없었다. 사흘 동안 매트 타령만 들었다는 걸 씻기다가 깨달았다.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재하 옷을 입히고 나는 내 방으로 달려갔다. 장바구니에 넣어놨던 물건들을 잔뜩 질렀다. 그리고 아내에게 다가가며 다정하게 말했다.

「자기야 머리 많이 아파? 내가 약 가져다줄까?」


그래도 다 깔아놓으니 그럴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