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진짜 최종_fin
2년 동안 야근으로 수업을 못 간 적은 있어도 크로스핏 등록을 멈춘 적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한 달을 쉬었다.
비싼 등록비도 부담이 됐지만 지난달부터 무리가 갔던 어깨도 겸사겸사 쉬어줘야 하는 타이밍 같았다.
(이래놓고 오전 수영은 다님)
내 저녁 시간의 일부분은 늘 크로스핏이 차지했기 때문에 비어있는 몇 시간이 처음에는 어색했다.
운동을 쉬면서 달라진 일상이 있다면 저녁을 일찍 먹을 수 있다는 것?
보통은 오후 7시에 출발해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 10시, 10시 반에 저녁을 먹었다. 저녁 먹고 소화까지 어느 정도 시키고 침대에 누우려면 심하게 과식은 할 수 없었다. 강제로 음식 조절을 하게 되는 셈이다.
아무튼, 이제는 7시쯤 남들 다 먹는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하지만 밥 먹고 나면 이 공백이 주는 어색함. 마치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은 찝찝함이 계속 이어졌다.
운동이 비어있는 이 공백 시간을 어떻게 야무지게 보내야 하나.
'하긴, 내가 운동 시간을 오전 오후로 많이 할애하긴 했어. '
밤 러닝, 독서, 스픽, 갑자기 요리에 열과 성을 다 해보기, 미뤄둔 집안 정리하기......
안 하던 일을 고루 해보는 것도 재밌었다. 오래는 못 갔지만.
운동을 오래 쉴 생각은 없었지만 하던 것을 안 하니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세상에, 잠이 안 오는 것이다.
하루에 다 써야만 잠이 오는 내 기초대사량이 모두 소진되지 않아서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안 오는 것이었다. 참고로 나는 불면증을 모른다. 머리 닿으면 5분 내로 잠들 수 있는데 진짜 이러다가 뜬 눈으로 밤을 지내겠다 싶은 날들이 여러 번 이어졌다.
'말도 안 돼.. 그럼 난 영원히 평생 이렇게 운동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
아마도 그럴걸? 난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 수영 하나만으로는 안 되는 삶이 시작된 거다.
아침은 아침대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운동을 해야 하고, 저녁은 저녁대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땀 흘리며 운동해야지 잠자리가 편한 삶이라니.
그럼 어떡해, 그렇게 해야지!
그렇게 다시 7월이 되자마자 크로스핏을 다시 등록했다.
다시 할까 말까 그렇게 고민을 했는데 하던 운동을 안 하니 하루가 너무 허전해서 결국 한 달을 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다시 천천히 폼을 올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