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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24. 2024

협박하는 남자(3)

짧은 엔조이

다음날 여자를 사내가 다시 찾아갔을 때 사내는 오늘이 지옥이 시작되는 날이 되지 않으면 천국이 시작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자가 예의 무심한 얼굴로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 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쁨에 몸을 떨었다. 어제만 문을 잠지 않은 것이 아니다. 여자가 자포자기의 상태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여자가 그런 상태라면 사내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사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자신을 책망하고 벌을 주기를 원해서겠지만.


사내는 여자를 길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여자에게 동정의 빛이나 약한 면을 보일 수 없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사내는 여자가 앉아 있는 소파로 다가서 불쑥 양물을 꺼내고는 여자의 입 안에 쑤셔 넣었다. 사내는 한 번도 이렇게 거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상대방을 배려하려 애썼다. 그가 좀처럼 발기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은 어쩌면 이렇게 늘 상대방의 눈치를 보아서 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아니, 그럴 수는 없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발기 부전이 된다면 정말이지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여자는 사내가 물건을 쑤셔 넣자 캑캑하며 숨 막혀했다. 사내는 불쌍한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그렇다. 그는 범죄자이며 지배자이다. 양물은 기세등등해야 했고 여자에게 군림해야 했다. 사내는 여자에게 눈을 부라리며 겁을 주었다. 여자는 사내의 표정을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체념한 듯이 사내의 양물을 빨아 대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자의 테크닉은 정말이지 일품이었다. 사내는 한편으로 어리둥절해하며 다른 편으로는 아. 그 죽은 놈이 많이 훈련을 시킨 모양이군 하며 납득했다. 자극이 강해지자 사내는 서 있기가 어려웠다. 사내가 엉덩이를 여자 옆 소파의 빈 공간으로 옮지가 여자는 눈치 빠르게 바닥으로 무릎을 내리며 사내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아래에서 위로 훑고, 위에서 삼키고 머리를 젖히며 사내의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때요 나 잘하죠 하며 아양을 떠는 것 같았고 사내에게 칭찬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서 무엇인가 따뜻한, 아니 뜨거운 마음이 치솓는 것을 느꼈다. 아. 이 얼마나 슬픈가. 사내는 여자의 그 모습이 슬펐고 그 여자를 정말 애처로워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자기 자신도 너무나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사내는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울고 있는 자신에게 절망하며 애써 마음을 강하게 먹고 여자의 머리를 거칠게 양물 쪽으로 끌어당겼다. 여자가 숨을 못 쉬어 고통스러워했지만 사내는 자기 자신에게 이래야 돼. 나는 범죄자이고 나는 지배자이고 나는 불한당이야라고 소리 없이 외쳤다.


이윽고 그가 위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아래에서는 정액을 쏟아내자 여자는 가만히 그의 양물을 입에 물은 상태로 기다렸다. 아마도 그 대머리 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교육을 받은 것이리라.  사내는 그대로 등을 소파에 붙이며 여자가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표정을 살피는 것을 즐겼다. 그렇다. 이제 그에게 몸을 붙일 곳이 생긴 것이다. 그가 원촨에서 돌아오자 공안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그리고는 직원들에게 모두 사직을 하라고 강요했다. 직원들은 영문도 모르면서도 서슬이 퍼런 공안들의 기세에 아무도 거스르지 못했다. 현지 직원 한 사람 없는 중국 법인이 되자 본사에서는 그에게 책임을 물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는 파면당했다. 그 후 여기저기 중소기업의 사무소를 맡기도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와 한번 접촉한 거래처 사람들이나 방문처 사람들은 다시는 그와 약속을 잡지 않았다. 분명히 원촨에서의 일과 관련이 있었다. 그렇다 사내는 바로 주철범이었다.


이제 주철범이 살고 있는 아파트 월세 기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어떻든 생활을 이어나가 보려고 한국에 있던 집을 처분하고 적지 않은 돈을 가져다가 중국에서 장사를 해보았지만 결과는 돈은 속절없이 흘러나갔고 결국은 아내와 자식을 잃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몸을 놓을 곳이 생겼다. 주철범은 간단히 짐을 꾸려서 여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주철범이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철범은 기세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중얼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턱 하니 놓았다. 


주철범은 그날부터 여자의 집에 눌러앉았다. 그리고는 매일 놀고먹으며 밤과 낮 구별 없이 여자를 범했다. 여자는 그저 묵묵히 철범의 요구에 따를 뿐이었다. 철범은 가끔 이 집이 여자의 소유인지, 누구 다른 사람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지,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궁금하였지만 당장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이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생활을 계속해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을 청산하게 된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철범이 하릴없이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으려니 거실 통창 밖으로 왼 사람들이 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예닐곱 명쯤 되었는데 다들 대머리였고 근육질의 몸이었다.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얼굴들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주영범은 그들이 걸어서 현관으로 접근해 오는 것을 보며 얼어붙었다. 도망갈까? 어디로? 갈 곳이 없는데? 아니 저들은 공안은 아닌 것 같네? 그보다는 범죄 집단에 가까워 보여. 


주영범은 얼어붙어 그저 머릿속으로만 맴도는 생각들로 정신이 어지러웠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점점 더 큰 소리를 내었다. 그러면서 저들이 현관을 그저 지나가 주기만을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그들은 똑바로 현관을 향해 걸어와서는 노크 따위는 할 생각도 없이 현관을 열어젖혔다. 집안으로 들어온 사내들은 주영범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집안을 살펴보았다. 가운데 서 있는 남자는 유난히 키가 컸는데 어쩌면 190cm 정도일지도 모르게 거대한 몸이었다. 그가 집안을 살피는 눈길을 보내다가 주영범의 눈과 마주치자 잠시 뚫어져라 영범을 쳐다봤는데 영범은 심장이 멈추는 듯해서 얼은 눈길을 떨구었다. 


남자들은 집안에 아무도 보이지 않자 그저 묵묵히 키는 남자 뒤로 와서는 마치 전투 대형처럼 도열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서 있었다. 영범은 이게 무슨 일인가 알 수 없었다. 그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기에 조용히 숨죽여 앉아 있었다. 영범은 전력을 다해 눈길을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내들을 보고 있자니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갑자기 사내들이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양양을 뵙습니다!"

남자들은 모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무협 영화의 한 장면처럼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읍을 하는 동작을 취했다. 영범은 이건 또 뭐야 하고 놀라며 불안한 마음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거기에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여자는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가볍게 휘저었는데 남자들은 모두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일어났다. 남자들은 또다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었는데 고개를 아래로 수그리고 있었고 모두의 얼굴은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마침내 여자가 침묵을 깼다. 

"오느라고 수고가 많았다. 재미있는 일이 생겨서 너희들을 불렀다."

영범은 기절할 듯 놀랐다. 바로 조금 전까지도 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양물을 빨던 여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자의 저 거만한 말투라니!

"우선 여기 있는 이 인간을 보아랴."

사내들의 눈길이 모두 영범을 향했다. 영범은 불안감에 눌려 숨도 쉬기가 어려웠다.

"내가 회임을 했다"

사내들은 여자의 말을 듣자 모두들 깜짝 놀라며 큰 소리로 분분히 외쳤다.

"양양! 감축드립니다!"

사내들은 감격에 겨운 얼굴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들 벅찬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며 감격해하는데 심지어 눈물을 닦는 자도 있었다. 여자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 제대로 낳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낳더라도 제대로 나올지도 알 수 없다."

사내들은 즉시 자세를 바로 하고 여자의 말을 경청했다.

"우선은 폐관 수련을 해야 할 것 같다. 너희들은 '씨'를 잘 보관하고 있거라."

여자는 이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것은 바로 벌벌 떨고 있는 주영범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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