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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Nov 30. 2024

사냥하는 빠무(3)

반로환동

박은주 본부장이 방안을 들어서자 투입된 질병관리본부 직원인 남녀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 이 두 사람은 본부 내에서 무능 내지는 왕따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면 부서들은 가장 같이 있기 싫은 직원을 보낸다. 그리고 그 직원들도 그것을 느끼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오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잘 나가는 인물이 잘 나가는 일에 잘 나가는 사람들을 부르면 다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박은주 본부장의 뒤로 두 , 세 사람이 더 나타나자 두 남녀의 반응이 달라졌다. 박은주  본무장 뒤에 나타난 사람들은 얼굴 표정부터가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띄고 있었고 몸매도 탄탄한 것이 보통 사람들과는 어딘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공무원 사회에서 이렇게 어딘지 군인 같은 분위기를 주는, 넘치는 힘을 절제된 동작 속에 감추고 있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박은주 본부장은 본부 직원들에게 함께 온 세 사람의 직원들을 국정원에서 파견 지원 온 사람들로 소개하고 절대 국정원이 개입한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며 비밀유지 각서를 쓰게 하였다. 그리고는 그중 한 사람을 김팀장이라고 소개하며 한 말씀 부탁하였다. 김팀장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김팀장입니다. 이 순간부터 두 분은 국가 기밀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며 이 프로젝트에 관한 모든 사항은 절대 비밀로 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할 일은 저희 국정원에서 주도하는 인물 추적을 지원하는 것과 본 건의 위장을 돕는 일입니다."

여기서 말을 끊은 김팀장은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두 사람은 주로 대외 연락을 맡게 되며 외부 기관과의 소통과 교섭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추적이 주목적이 될 역학 조사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의학적 상황과 판단을 담당해 주십시오. 자! 시작하겠습니다."


이 날부터 소위 역학 조사팀은 강남의 지하철 역에서 출발하여 주영범과 빠무의 동선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먼저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찾아낸 것은 주영범이었다. 주영범은 지하철 역에서 큰 난리가 나자 황급히 몸을 날려 지하철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멀지 않은 건물의 CCTV에서 주영범이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고 이어서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여 차를 몰고 나온 것이 확인되었다. 이때 사용한 휴대폰 번호가 자동차 공유 서비스 회사의 서버에 등록되어 있었는데 주영범의 자식 명의인 것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성명은 주영범, 한국인, 그리고 관련된 행정 정보, 출입국 기록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주영범은 부산으로 차를 몰고 갔으며 그곳에서 차를 반납한 후에는 자갈치 시장 쪽을 배회하였다. 그리고는 저녁때가 되자 자갈치 시장에서 한 여자를 만나 식사와 술을 함께 했고 한 모텔에 들어가 숙박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모텔을 나온 후에는 추적이 끊겼다.


한편 빠무 쪽은 추적이 어려웠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섞여 있었는데 아무리 안면 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찾아도 빠무를 찾을 수 없었다. 이때 질병본부 여직원이 여자들은 화장을 고치면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확인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따라 다섯 사람이 모두 달라붙어 CCTV 화면을 샅샅이 뒤져보기 시작했다. 거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 후에 또다시 여직원이 개가를 올렸다. 이 여직원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옷을 확인했던 것이다. 김팀장은 여직원이 찾은 화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자가 확실합니까?"

"얼굴 모습은 상당히 다른데 옷이 똑같습니다."

"같은 옷, 또는 비숫한 옷을 입을 수도 있지 않나요?"

"찢어진 부위까지 똑같기는 어렵습니다. 보세요."

여직원이 보여준 화면 속 여자가 입은 옷은 치마 아래 편이 엉망이 되어있었는데 실제로 저런 식으로 크게 찢어진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둘이나 있기는 어려웠다.

"1, 2분 만에 그 난리통에서 여자들이 옷을 바꾸어 있기도 만무하고.... 저게 화장 만으로 가능한가?"

김팀장이 중얼거린 것은 빠무의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하기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 아닌가. 빠무의 흉폭한 모습을 본 후로는 이 세상에 어떤 일도 믿을 수 있었다. 아니, 믿어야만 이 괴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좋습니다. 잘하셨어요. 이제 얼굴이 아닌 옷이나 행동에 의해 추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이때 쭈뼛거리며 남직원이 손을 드는 것이 김팀장의 눈에 들어왔다.

"뭡니까?"

"저, 현장에 가서 저 괴물이 남긴 흔적을 입수해서 분석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쩌면 유전자를 남겼을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좋습니다."

김팀장은 국정원 직원 한 사람과 남직원을 현장으로 보내 빠무의 흔적을 찾게 했다. 동시에 다른 직원 하나를 경찰 감식반으로 보내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는지 증거물들을 확인해 보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남은 직원에게 물었다.

"어떤가? 저 괴물 열차와 부딪히고도 멀쩡한 것 같은데 총으로 해 치울 수 있을까?"

"해 보지 않고는 모르지요. 만일을 위해 가장 강력한 탄환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도구들도 준비하도록 해. 만일을 생각해서 전기충격기, 도검, 다른 종류의 살상 무기들을 다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마지막 남은 직원은 무기들을 챙겨 온다며 나갔다.

혼자 남은 김팀장은 한 차장에게 보고를 한 후에서야 넥타이를 늦추며 몸을 의자에 실었다. 이제 언제까지 이곳에 살다시피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역학조사팀은 24시간 만에 주영범을 찾았고 48시간에는 빠무의 행방을 내었다. 대한민국에 빽빽이 설치되어 있는 CCTV와 유능한 팀원들 덕분이었다. 우선 빠무는 명동에 있는 중국 대사관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얼굴이 바뀌는 존재가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되었으니 빠무를 추적하는 일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김팀장의 판단은 주영범을 체포하지 않고 감시하는 것이었다. 빠무의 경우 대사관 출입자의 모든 인상착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평상시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자가 있으면 추적하기로 하였고 시경과 명동파출소가 적극 협조하기로 하였다. 빠무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이상 주영범을 추적하여 감시하노라면 빠무도 나타날 것이라는 김팀장의 판단이었다.


여사의 옷을 특정하여 빠무를 추적한 여직원과 국정원 직원 한 사람이 팀이 되어 빠무를 추적하였고 남직원과 또 다른 국정원 직원이 한 팀이 되어 주영범을 추적하였다.  주영범의 이상한 징후를 발견한 것은 국정원 직원이었다. 그는 즉시 김팀장에게 보고하였다.

"팀장님, 이 주영범이라는 자도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음, 말해봐."

"주영범도 보통 인간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근거는?"

"주영범이 매일 여자들과 어울리는데 아마도 호스트 클럽에서 알게 된 여자들 같습니다. 그렇다면 몸을 팔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이상한가?"

"그건 이상하지 않은데 매일 조금씩 젊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팀장이 의아한 표정을 하자 직원은 화면으로 몇 개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 사진들이 주영범을 4,5 시간 간격으로 찍은 것인데요. 여기 보시다시피 48시간 전 사진만 해도 지하철 역에서보다 상당히 젊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 후 별 변화가 없다가 이날 저녁 여자와 자고 나서 다음 날 아침에 찍힌 사진에 보면 보다 젊어졌습니다."

"내 눈에는 다 비슷해 보이는데..."

"아니 주영범의 대머리 정수리 부분을 살펴보십시오. 조금씩 뒷 머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팀장은 저도 모르게 손을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그렇다. 김팀장도 대머리였다. 가발로 그것을 잘 감추고 있을 뿐이었다. 직원들은 모두 김팀장이 가발을 쓰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발설하는 자는 없었다. 바른 사회생활이다. 김팀장은 하마터면 가발을 집을 뻔한 손을 간신히 억누르고 화면을 살펴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시간이 경과하면서 주영범의 대머리는 뒤에서부터 조금씩 검은색이 짙어져가고 있었다.

"그뿐이 아닙니다. 주영범 눈가 주름을 확대해 보겠습니다."

직원은 화면에 올려놓은 사진들을 모두 확대하여 주영범의 눈가를 보여 주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눈가 주름도 조금씩 옅어져 가는 듯했다. 김팀장은 물었다.

"이게 뜻하는 바가 뭘까? 화장이나 미용 수준을 넘는 것인가?"

"눈가 주름 정도면 몰라도 머리카락은 이렇게 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화장품이나 약품을 구매한 일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영범의 모습은 이제는 누가 보아도 40대 후반으로 보였다. 몸매도 달라진 것이 확연했다. 입국 당시의 대머리 뚱뚱이의 모습은 어느덧 사라지고 약간 살집이 있지만 그런대로 볼만한 50이 채 안 돼 보이는 아저씨 모습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저 친구 저러다가 정우성 같은 미남이라도 되는 것 아냐? 이거 나도 저런 재주가 있었으면 좋겠네!"

김팀장은 저도 몰래 한 마디 내뱉었고 직원들은 고개를 수그리고 웃었다. 그런데 보고하던 직원은 웃지도 않고 말했다.

"저... 그런 재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응? 젊어지는 재주가 있다고?"

"무협지 같은데 보면 채음보양(埰陰補陽)이라는 술법이 나옵니다."

"무협지? 그게 뭔데?"

"여자와 섹스를 하면서 여자의 음기를 흡수하여 남자의 양기를 보충하는 술법입니다. 그러면 남자가 늙지 않고 내공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야! 우리가 지금 만화, 무협지 이야기할 상황이냐?"

김팀장의 호령이 떨어지자 직원은 찔끔하고 목을 어깨 속으로 넣고는 뒤돌아서 자리로 향했다. 무언가 중얼거리며 직원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김팀장에게 여직원이 말했다.

"팀장님, 수상한 여자가 중국 대사관을 나섰습니다."

CCTV에 비친 여자의 모습은 매우 평범하였다. 여직원은 말했다.

"중국 대사관에 이렇게 생긴 여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여자가 대사관에 들어간 적도 없습니다. 아마 우리가 찾고 있는 괴물 여자일 것 같습니다."

김팀장은 좋아하고 소리치고는 전화를 들었다. 그리고는 지원을 요청했다.


괴물 여자가 중국 대사관으로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국정원의 한차장은 중국 내부에 갈등이 있음을 직감했다. 석대장이 연락을 해 온 것이 그 하나고, 당사자가 중국 대사관을 들어갔다는 것은 중국 대사관이 괴물 여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 둘이다. 그렇다면 괴물 여자는 중국 정부의 통제 하에 있을 터이고 석대장은 그에 반해 자신에게 정보를 알려준 것이 된다. 즉, 현 정부와 석대장은 갈등관계인 것이다. 이 상황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어떤 식으로든 중국 정부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괴물 여자는 확보해야만 한다. 한차장은 김팀장에게 24시간 내에 괴물 여자를 확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니 외국 대사관에 들어가 있는 인물을 어떻게 확보하라는 거야!'

라고 고민하던 김팀장은 한차장에게 말했다.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차장님의 결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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