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인스타소설

by 은상

2157년 10월 17일 오후 3시, 스타벅스.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그리고 한 남자가 들어선다. 주위를 둘러보고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정혜 씨? 제가 오늘 소개받을 파랑입니다.”

“아, 파랑 씨. 이름이 참 특이하네요. 어떻게 저를 알아보셨어요? 사진을 미리 보셨나요?”

“아뇨. 전 보면 바로 아는 걸요.”

둘은 오늘 맞선을 보러 자리를 잡았다.

맞선 자리에서 으레 진행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 몇 모금의 향정신성 커피를 마시자 둘의 이야기는 차츰 무르익어 갔다.

여자가 말한다. “들어서 아시겠지만, 전 지금 세 번째 결혼을 계획 중이에요. 피부도 이식했고, 장기는 반은 메카닉이고 반은 바이오닉이에요. 나이가 지금 시대에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올해 아흔여덟 살이 되었네요.”

남자가 대답한다. “아름다우십니다. 외형변화는 안 하셨네요.”

여자가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이런 말하면 뭣 하지만, 외모에 불만은 없거든요. 그런데 파랑씨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맞추시네요.”

남자가 말한다. “그것은 타고난 능력인 가봐요.”

“그런데 파랑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올해로 여든 넷이 되었습니다. 정혜씨보다 나이가 조금 어립니다.”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몸은 좀 손보셨겠네요. 그리고 이상하게 낯이 익어요. 외모가 제가 아는 분하고 비슷한 모델로 바꾸신 것인가요? 파랑이라는 이름도 귀에 익고요.”

남자는 잠시 머뭇하다가 대답했다.

“제 이야기를 잠시 해볼게요. 지겹더라도 들어주세요……”


……전 어린 나이에 다른 가정으로 입양을 갔습니다. 태어난 지 2개월도 안 되었을 때예요. 친어머님과 친아버님의 모습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누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그때 나이가 열다섯 살 정도 되었어요. 어린 나에게 정말 잘해주셨다는 것이 기억이 납니다. 매일같이 우유를 가져다주었고 항상 안아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을 느낀 것 같아요.

전 학교에서 돌아온 누님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때도 누님은 제 밥을 차려 주셨고, 항상 뽀뽀해 주셨어요. 그리고 방도 같이 썼죠. 처음 입양 와서 대소변을 치워 주신 것도 누님이었죠.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어요. 전 그만 큰 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지금이라면 병도 아닐 그런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행복을 찾았는데 말이죠.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때 양부모는 저를 안락사시키는 것이 저를 돕는 일이라고 했지만 죽어가는 저를 누님이 놓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부모님은 저를 그냥 병원에 인계하셨어요.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하지만 행운이었는지 유능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를 안락사시키는 대신 가족 몰래 자신이 개발한 특수 시술을 했습니다. 병을 치료함은 물론 뇌에도 영향을 주는 특수한 시술이었죠. 그리고 하루하루 모든 것이 바뀌어 갔습니다. 어느 날은 다리를 바꿔 놓았고, 어느 날은 손을 바꾸어 놓았죠.

그리고 결국 최후에는 제 머리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최후의 시술로 제 지능은 엄청나게 향상되었습니다. 저에게도 본능이 아닌, 이성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신,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는 누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누님의 이름은 정혜입니다.


여자는 눈이 커졌다.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그…….”

“맞아요, 누님. 바로 누님이 기르시던 강아지 파랑입니다.”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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