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네컷

인스타소설

by 은상

아름답게 이별할 수도 있는 것일까?

여자 친구와 이별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이별 데이트는 금시초문이었지만 나름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 있을 듯해서 응하기로 했다.

카페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여자 친구, 아니 전 여자 친구 현지가 다가와서 앉았다.

“마지막 데이트에는 약속 시간을 지켰네.”

비꼬는 투는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매번 시간 약속을 여겼으니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마지막 만남이라 그런가 평소답지 않게 예뻐보였다. 매번 편하다며 후드티셔츠를 입고 다니더니 오늘따라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인 것도 눈에 띄었다.

다시 만나볼까? 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 들었다.

“어때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 여자 친구는 씽끗하고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저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지? 분명 내가 다른 여자가 생겨서 헤어지는 자리인데도 현지는 너그럽기 그지 없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커피만 마셨다.

“어디 영화 보러갈까?”

현지는 나에게 물었다.

“아니, 영화는 좀….”

난 그저 이 자리를 웃으며 헤어지기 위해서 나왔을 뿐이다.

“그럼 뭐하지?”

현지는 정말 이것이 데이트인 듯 적극적으로 굴었다. 난 그럴수록 불편해졌다.

“현지야, 우리 헤어졌잖아. 좋게 이별하기로 하고 오늘 만난 거잖아. 난 그냥 앞으로 친구 같은 관계로 남고 싶어. 그러니까 오늘은 커피만 한 잔 마시고 헤어지자.”

난 현지의 눈치를 봤다. 혹시라도 여기서 화를 내면 어찌해야 할지 잘 몰랐다.

하지만 예상은 틀렸다. 현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대답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우린 친구 같은 관계로 남지 않을 거야. 앞으로 난 마주치지 않을 생각이거든. 아마 그게 편할걸?”

다시는 보지 말자는 이야기를 이렇게 웃으면서 하다니…. 표정과 내용이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럼 오늘 왜….”

“왜는 무슨. 마지막이니까 추억이나 남기는 거잖아. 구질구질하게 굴지 않을게. 이 앞에서 인생네컷이나 찍고 헤어져.”

그래 사진 한 장쯤이야.

현지와 나는 카페 건너편에 있는 인생네컷 사진관에 들어갔다.

“여기는 AI 인생네컷이래. 여기에 있는 설문지를 적으면 그에 맞춰서 사진을 합성해서 만들어준대.”

현지는 이렇게 말하고 설문지를 작성했다. 요즘은 아무데나 AI네, 하고 생각하며 나도 설문지를 작성했다.

설문지를 입력하고 나서 나는 어색하게 현지와 사진을 찍었다. 현지는 나름 V 표시도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러고 나서 좀 있으니 기계에서 사진이 뽑혀 나왔다.

네 장의 사진이 점점 또렸해졌다.

AI 사진이라고 하더니 나와 현지의 얼굴에 여러 장면이 합성돼 있었다. 딥페이크라고 하던가?

매우 그럴 듯했다. 현지가 설문을 매우 충실하게 작성한 모양이다.

첫 만남부터 둘이 갔던 여행지까지….

하지만 네 번째 사진이 이상했다. 현지가 칼로 나를 찌르는 사진이었다.

난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고, 현지의 손에는 꽤 거대한 칼이 들려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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