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오네

인스타소설

by 은상

“우리에게도 산타가 필요해.”

“맞아, 맞아.”

비르타넨의 말에 모두 동조했다.

“모두 동의했으니, 12월 24일 밤에 어른들이 마을 밖으로 못 나가게 순록을 모두 우리만 아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숨겨 놓도록 하자.”

“찬성!”

그리고 며칠이 지난 24일 밤,

“순록들이 다 어디갔지? 가장 중요한 날 순록이 사라지다니!”

어른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 허둥지둥 대며 순록이 끌 썰매 주위에서 서성거리는가 하면, 산으로 뛰어올라가 순록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비르타넨과 아이들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곳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한 어른이 와서 물었다.

“혹시 너희 짓이니?”

“아니요. 우리가 왜 그러겠어요.”

비르타넨은 당당하게 말했다.

어른은 흰 수염을 쓰다듬더니, 다시 말했다.

“비르타넨, 솔직히 말해야 한다. 어린이가 거짓말을 하면 선물을 못 받는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잖니.”

비르타넨은 입을 쭉 내밀며 말했다.

“그건 산타가 찾아올 때 이야기죠. 오늘밤에 우리에게는 산타가 오지 않을 텐데요, 뭐.”

순록을 찾아 헤매던 어른들이 한둘씩 비르타넨과 아이들 곁으로 모여들었다.

몇몇 아이는 입을 벌리면 사실을 말할까 봐 입을 막으며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을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건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좋아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우리가 순록을 숨겼어요.”

비르타넨이 말했다.

“왜 그런 짓을 했니?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날인 걸 뻔히 알면서.”

수염이 긴 남자 어른이 다가와 말했다.

비르타넨은 남자 어른을 빤히 바라보며 억울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우리만 산타가 없잖아요. 산타들은 다들 다른 마을로 나가버리고, 아이들만 남잖아요!”

“그대신 너희에게는 364일 동안 산타가 있잖니.”

산타 마을에서 가장 젊은 축인 한 산타가 비르타넨에게 말했다.

“싫어요. 크리스마스에 우리 마을에만 산타가 없다는 게 말이 돼요? 우리도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고 싶다고요.”

한 산타가 눈가에 주름을 만들더니 다른 산타들에게 말했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산타 마을에 산다고 해서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지 못하는 건 속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산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르타넨, 지금 빨리 순록을 데리고 오면 우리 마을에 당번 산터를 한 명 남기도록 하겠다. 어떠냐?”

비르타넨은 그제야 활짝 웃었다.

“진짜지요? 우리 마을에도 산타가 오는 거지요? 그런데 누가 남을 거예요?”

“허허허, 누가 산타인지는 비밀인 걸 너도 잘 알지 않느냐. 우리 마을에 누가 남을지도 비밀이란다.”

비르타넨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얘들아, 순록을 데리고 오자.”

비르타넨은 아이들과 함께 숲속으로 사라졌다가 순록들을 데리고 왔다. 이 계절만 되면 순록들은 코가 반짝였다.

산타들은 급히 썰매를 타고 떠났다.

비르타넨과 아이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오늘은 창문에 양말을 걸어놓고 자기로 하고 헤어졌다.

비르타넨은 잠자리에 들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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