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인스타소설

by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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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에언자시여. 저에게 신탁을 내리소서.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나이까.”

왕은 예언자에게 물었다.

예언자는 검고 쪼글쪼글한 얼굴에 앞이 보이지 않는 노파였다.

예언자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통이 있었고, 예언자는 그 안에 손을 넣었다.

왕은 예언자의 손짓을 간절히 바라보고 있었다.

통을 휘젓던 예언자는 이윽고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왕에게 전해주었다.

왕은 조심스럽게 종이를 펴보았다.

많이 더러워지고, 글자들이 지워져 있었지만, 몇 문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왕은 알아볼 수 있는 글자를 읽었다.

“개… 새… 다.”

예언자는 왕이 읽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에 나가십시요. 무조건 승리할 것입니다.”

“신탁은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선하여 새로운 상을 연’는 뜻입니다.”

왕은 그 말에 용기를 얻고 바로 옆 나라를 쳐들어갔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피가 흘러 넘쳤다.


얼마 전 신의 마을.

“여보게 아직도 자네는 소설을 쓰고 있나?”

한 신이 물었다.

“응, 그런데 요즘에 도무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펜으로 종이에 글을 끼적이던 다른 신이 대답했다.

옆에 있던 신이 종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이번 글도 망친 것 같군. ‘가 똥을 싸니 냄가 고약하’라니. 누가 이런 글을 보겠나?”

“그런가?”

신은 쓰고 있던 글을 펜으로 쓱쓱 지우다가 종이를 구겨서 쓰레기 통에 집어 던졌다.

“아참, 저 쓰레기통은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있었네. 인간 세상 쪽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야.”

“어차피 의미도 없는 쓰레기들인데 인간들이 좀 가져간다고 별일 있겠나?”

“그것도 그렇지만, 인간이란 좀 종잡을 수 없는 종족이야 말이지.”

“오늘은 글도 안 써지니, 어디가서 산책이나 하세.”

“그러시게나.”

두 신은 펜과 종이를 책상에 놔두고 산책을 하러 떠났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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