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화관은 21세기 커피숍이 되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

by 공간여행자

경동시장을 떠올리면 벌써 코끝에 한약재 냄새가 스치는 것 같다.

경동시장 앞을 지나면 건너편 약령시장과 함께 거리의 한약재 냄새로

이미 보약을 마신 듯 건강한 기분이 든다.


얼마 전 경동시장을 다시 보게 되었다.

뽀빠이라는 일본잡지에 서울편이 있다길래 냅다 구입하였다.

궁금했다.

외국인들의 눈으로 본 서울의 모습, 그리고 그들에게 서울의 가장 힙한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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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는 파파고에 맡기고 일단 사진을 중심으로 넘겨본다.

뽀빠이 잡지의 표지는 경동시장 지하 좌판 음식점이다.

경동시장 지하 1층 칼국수집의 풍경은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나 왜인지 자꾸 눈길이 갔다.

외국인들 눈에는 이 모습이 가장 인상적인 서울의 풍경일까?

복잡하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시장

벽면 빼곡히 채운 한글,

낡은 테이블, 오래된 시계, 반짝반짝 윤이 나는 스뎅 그릇,,,


이러한 경동시장에 특이한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섰다.

그러나 어디에 있다는 거지? 찾기가 싶지 않다.

스타벅스 매장의 특징인 1층도 통창도 없기 때문이다.

동그란 로고간판을 찾아 건물 위층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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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창이 뚫린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길을 사로잡는 두 매장이 나란히 반긴다.

잠깐, 스타벅스 먼저 다녀올게.

다시 또 같은 형태의 문을 열어젖힌다.

내부로 들어서면 저 아래 카운터가 무대처럼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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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은 영화관이었던 곳이다.

영화관치고는 조금 작은 듯하다.

20세기의 영화관은 단관 극장이 대부분이었다.

스크린이 하나인 단관극장.

필름과 영사기의 추억.

1960년대 경동시장과 함께 들어선 경동극장은 1994년까지 영화를 상영하였다.


단관극장은 멀티플렉스에 밀려 이제 남은 곳이 거의 없다.

이제 멀티플렉스조차도 점점 OTT에 밀리는 시대니까.

1994년 이후 방치된 채 있던 이곳에 2022년 12월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다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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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 극장 좌석은 이제 커피 테이블과 좌석이 되었다.

주문한 메뉴가 준비되면 파트너의 활기찬 외침 대신 한쪽 벽면에 영상을 통해 알려준다.

이렇게 넓고 긴 공간에서는 청각적 표시보다는 시각적 표시가 좋은 선택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마치 영화관의 기억을 남겨둔 것을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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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이 걸렸을 무대공간에 자리한 주문 카운터의 상판은 스타벅스 재고 텀블러를 파쇄해 제작했다고 한다.

사실 상판보다는 쇼케이스의 탐스런 베이커리에 눈길이 더 간다.


눈치게임에 젬병이라면(저요ㅜㅜ) 자리 잡기 쉽기 않지만,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무대를 바라보듯 동행인과 나란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경험은 색다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입구 홀 공간에는 LG전자의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가 있다.

일석이조. 아니, 경동시장 지하의 맛집까지 일석삼조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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