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의 삶
몇 해 전 초여름, 2평 반의 숲 속 오두막의 주인장 분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오두막은 방송(EBS 건축탐구 집, EBS 한국기행)에도 소개되어서 이미 알고 계신 분도 있을 듯하네요.
사실 이 집은 주 생활공간은 아니고, 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찾는 휴식을 위한 공간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실제로 주변의 유부남 친구들의 엄청 부러워하는 공간이라고,,,
이곳에는 없는 것이 3가지가 있어요.
바로 화장실, 상하수도, 가스 시설
건축을 전공한 주인장 분은 이 오두막을 처음 계획했을 때 이런 생각을 하였다고 합니다.
1. 사람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에서 살아보자.
2. 만약 내가 없어지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집을 지어보자.
나무는 판으로 잘려도 겨울에는 수축하고 여름에는 팽창한답니다.
수축하여 생긴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을 견디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무적의 뾱뾱이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이곳의 화목난로는 난방과 조리 기능을 담당하고,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여 해결합니다.
현재 가장 불편한 물을 얻기 위해서 '빗물저금통'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빗물저금통은 지붕에서 흐르는 물을 홈통으로 모아서 다시 탱크에 모은 다음,
필터링해서 음수도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랍니다
이렇게 이 오두막은 2.5평(전용 입식부엌과 욕실이 제외된)의 오프 더 그리드 하우스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프 더 그리드(off-the-grid)는 공공시설의 도움 없이 전기, 가스, 수도를 자급자족하는 건물 혹은 마을을 의미합니다.
*2017년도에 tvn에서 방영했던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 숲 속의 작은집'의 소지섭과 박신혜의 집이 바로 오프 더 그리드 하우스였어요.
여기서 그리드(grid)는 전기의 전력망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가스, 수도 등이 연결된 시스템을 격자 모양으로 표현한 것이죠.
오프 그리드(off grid)는 말 그대로 이러한 시스템을 끄고 필요한 것은 직접 생산하여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가요?
시간을 반대로 돌려 과거로 돌아간 듯한 집.
우리는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훨씬 풍족해졌지만, 마음이 그만큼 풍요로워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전력망의 도움을 받아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인터넷으로 글을 올리고 있지만,
가끔은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곳에서 온전히 나와 자연만 마주하고 싶을 때가 있지요.
때론 불편하고 부족하고 느린 삶에서 지친 마음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사실 2.5평의 오두막은 2.5평이 전부가 아니랍니다.
오두막 밖의 풍경과 자연이 모두 오두막의 것이니까요.
소로우가 사실은 오두막뿐 아니라 월든 호수가를 모두 누렸던 것처럼 말입니다.
잠시 오프(off)할 수 있는 삶
* 추천자료
증축해서 2.5평, 직접 만든 초소형 집에서 살기로 했다! https://youtu.be/y4htl-wLW3E
장난감 같은 초소형 집! 최소의 공간으로 완벽하게 지은 숲 속 오두막집 https://youtu.be/q4-PC5NNqhA
자급자족의 삶, 오프 더 그리드 하우스, 2020, 무크에코플러스 vol.03 생태+건축, 국립생태원 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