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
사진 속 문 손잡이!
어느 쪽이 더 편할까요?
왼쪽의 동그란 손잡이는
손바닥 전체로 감싸 쥐고 옆으로 돌려야 합니다.
오른쪽의 옆으로 긴 형태(레버형)의 손잡이는 팔꿈치로도 쉽게 열 수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두 형태의 손잡이는
사용방식도 필요한 물리적 힘도 다르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근력이 약한 어린이 또는 노인들,
또는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만 편리할까요?
사실 약자를 배려한 디자인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쉽고 편리하답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유니버설디자인 Universal Design
■ 정의
: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 조건
첫째, 다양한 능력이 일반인에게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변화한다.
둘째, 장애인에게 좋은 디자인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디자인이다.
셋째, 편안하고 독립적이고 조절 가능한 물리환경에서 우리의 능력이 발휘될 때, 우리는 개인의 자존감,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넷째, 사용하기 편리한 것과 미적인 것은 상호 간에 양립할 수 있다.
비슷한 용어로 '배리어프리 디자인'이 있습니다.
무장애 디자인은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한 디자인입니다.
장애로 인해 장애가 되지 않게 하지 위한 것이죠.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통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등이 무장애 디자인의 예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대상의 범위를 더욱 확대합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는 근력이 약한 노인들,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 큰 트렁크를 옮기는 여행자들에게도 편리한 시설인 것처럼 말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1960년대 후반부, 당시 직면한 두 가지 사회적 이슈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부상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해였습니다. 전쟁으로 엄청난 수의 부상자들 생겼고, 그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이 미국형 유니버설 디자인의 초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당시 북유럽의 고령화 문제였습니다. 고령자들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문제없이 보내기 위해서 필요로 했던 것이 북유럽형 유니버설 디자인의 시작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배리어 프리의 개념이 강했음을 알 수 있죠.
1980년대에 들어와 미국의 건축가이자 공업디자이너인 론 메이스는 배리어 프리 개념을 더 발전시켜,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한 사용하기 쉬운 물건과 환경의 디자인을 하자라는 주장 하였고, 이때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말이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1990년 미국은 장애인법(ADA: American with Disability Act, 장애를 가진 개인에게 공공서비스, 공공 교통, 대중시설과 장소 등에 있어서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법)을 만들게 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건축계와 디자인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이후 유니버설 디자인이 더욱 활성화되었습니다.
메이스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7가지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 7가지 원칙과 3가지 부칙, 로널드 메이스
■7대 원칙
원칙 1. 동등한 사용 (Equitable Use)
원칙 2. 사용상의 융통성 (Flexibility Use)
원칙 3. 손쉬운 사용 (Simple and Intuitive)
원칙 4. 정보이용의 용이 (Perceptible Information)
원칙 5. 오류에 대한 포용력 (Tolerance for Error)
원칙 6. 힘들지 않은 조작 (Low Physical Effort)
원칙 7. 적당한 크기와 공간 (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
■부칙
부칙 1. 내구성과 경제성 배려
부칙 2. 품질과 심미성의 동시 추구
부칙 3. 인체와 환경의 배려
수업 때 유니버설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에게 해보도록 하는 것이 있습니다.
생수 페트병의 뚜껑을 따는 일입니다.
대부분 손쉽게 돌려 엽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병을 딴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지금처럼 한 번에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 정도의 근력이 노인이 되었을 때 근력정도라고 하면, 대부분 놀라면서 조금은 체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 중 누구도 노인이 되지 않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유니버설 디자인은 배려와 여유가 필요한 디자인입니다.
다음 사진을 보실까요?
두 사진 모두 장애인용 화장실의 모습입니다.
둘 중 어느 곳에 들어가고 싶나요?
아마도 오른쪽을 좀 더 선호하시겠죠?
그러나 공간의 크기나, 설치된 설비는 둘 다 비슷합니다.
오른쪽의 연노랑색 색감이 내부공간을 화사하게 만들어주어 기분이 좀 더 상쾌해집니다.
손에 닿는 안전바, 손잡이도 촉감을 고려해 소프트한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아, 이 사진은 독일의 HEWI사 쇼룸입니다.
왼쪽의 화장실은 먼저 천장조명이 벽면 타일에 그대로 반사되어 눈부심을 야기합니다.
또한 안전손잡이는 금속재질을 그대로 노출시켜 차가운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잘 갖춰진 장애인 화장실에 속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 조건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4번째입니다.
'사용하기 편리한 것과 미적인 것은 상호 간에 양립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조건들도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기능적으로도 편리하면서 보기에도 아름다운 유니버설 디자인은 언제나 숙제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나는 건강한데.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저에게는 왼손잡이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칼이나 가위를 쓸 때면, 위험해 보여 마음이 조마조마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잘 몰랐지만, 세상은 왼손잡이에게 불편한 것들이 참 많더라고요.
하다못해 밥 먹을 때도 당연하게 왼쪽부터 밥, 국, 숟가락, 젓가락이 세팅되는 것까지도 말이죠.
그리고 대부분 왼손잡이들은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그 상황에 맞춰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우리는 이 표시 덕분에 급한 일을 무리없이 해결하기도 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이나 노약자 뿐 아니라 국적, 문화적 배경과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배려와 여유가 사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