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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불확실성을 견디고 판단을 유보하는 힘

by 박카스

버트런드 러셀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 「2장 불확실성을 견디고 판단을 유보하는 힘」




「2장 불확실성을 견디고 판단을 유보하는 힘」에서 러셀은 기술 발전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지혜와 철학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와 현재의 사례를 들어, 과학 기술이 종종 폭력과 파괴로 이어졌음을 지적하며, 기술 그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판단하는 철학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철학이 과학의 한계를 인식하고, 판단을 유보하는 지적 겸손과 신중함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교조주의는 인간 갈등과 불행의 주된 원인이며,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견디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철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덕목이며, 단순한 회의주의가 아닌 열린 사고와 유보된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철학은 전문 기술 교육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더 깊이 있고 객관적인 삶의 태도와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게 해주며, 시민으로서의 가치 또한 높여주는 실천적 학문임을 역설한다.




기술 발전만으로는 인간의 행복이나 복지 증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이 처음 땅을 경작하는 법을 배웠을 때, 그들은 그 지식을 이용한 잔인한 인신 제물 의식을 확립했다. 말을 처음 길들인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해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약탈하고 노예로 만들었다. (...) 우리 시대에는 과학적 천재성과 숙련된 기술이 결합되어 원자폭탄을 만들어냈지만, 이후 우리 모두는 원자폭탄을 두려워하며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서로 다른 시기에서 온 이러한 사례들은 기술 이상의 무언가, 아마도 ‘지혜’라고 불릴 만한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과학 기술에 필요한 것과는 다른 방식의 연구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기술자들이 새로운 힘을 발명하고 이를 평범한 사람들이 다루도록 넘겨주는 시대에 인류를 끔찍한 대재앙으로 몰아넣지 않으려면 우리가 습득해야 하는 것이다. (P.60~61)


과학 지식의 범위와 현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올바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P.64)


아리우스파와 가톨릭교도, 십자군과 무슬림, 개신교도와 교황 추종자,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 들은 지난 1600년 동안 무의미한 갈등으로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약간의 철학만 있었더라면 이러한 모든 분쟁에서 양측 모두 자신이 옳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교조주의*는 평화의 적이며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과거에 못지않게 오늘날에도 교조주의가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정신적 장애물이다. (P.66)


증거가 없다면 판단을 유보하도록 훈련받지 않는 한, 인간은 독선적인 예언자들에 의해 잘못된 길로 이끌릴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지도자는 무지한 광신자이거나 부정직한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을 견디는 것은 어렵지만, 대부분의 미덕은 불확실하다. 모든 미덕을 배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훈련이 필요하며,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를 배우는 데 최고의 훈련은 철학이다. 하지만 철학이 긍정적인 목적을 수행하려면 회의주의*를 가르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교조주의자는 해롭지만 회의주의자는 쓸모없기 때문이다. 교조주의와 회의주의는 어떤 의미에서 절대적인 철학이다. 교조주의는 아는 것을 확신하고, 회의주의는 모르는 것을 확신한다. 철학이 해소하는 할 것은 지식이나 무지에 대한 확실성이다. 지식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정확한 개념이 아니다. “나는 이것을 안다”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이와 비슷한 어떤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라고 말해야 한다. (P.67)


귀중한 전문지식을 익히느라 바쁜 청춘 남녀들이 철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술을 배우는 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만 할애해도 철학은 인간으로 또는 시민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크게 높여줄 몇 가지 중요한 가치를 가르쳐준다. 철학은 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중요한 실천적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또한 더 넓고 객관적으로 삶의 목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P.74)




* 교조주의는 일정한 교리나 이론을 절대적으로 믿고, 비판이나 변화 없이 고수하는 태도를 말한다. 새로운 사실이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기존의 원칙만을 고집하는 경향이다. 이는 사고의 융통성을 제한하며,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 회의주의는 지식이나 진리에 대해 쉽게 확신하지 않고, 모든 주장이나 믿음을 비판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하려는 태도나 철학적 입장이다. 즉, 어떤 것이 참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보고, 증거나 논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한다. 철학에서는 인간의 인식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절대적인 진리의 존재나 그것을 알 수 있는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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