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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Oct 09. 2021

쉬엄쉬엄 건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공간 브런치에

그간 글을 쓸 여유도, 힘도 없었던 거 같아요

오랜만에 이렇게 오픈해봅니다.


지난 8월 말에 저희 엄마가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하셨거든요. 연골이 다 닳아서 강남성모병원에서 2월에 처음 상담했는데, 8월로 수술이 잡히더군요

그만큼 노령화 시대라 무릎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많다는 거겠죠… 또 유명하신 교수님이시다 보니, 수술할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저희 엄마는 두 다리를 한꺼번에 하셨는데요, 무릎인공관절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 해서 수술 전 검사가 20가지도 넘는 듯했어요. 몇 달에 걸쳐서 피검사, 심전도는 기본이고 심장초음파에, 골밀도 등등 별별 검사를 다하고 수술 날이 되었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환자 한 명당 보호자는 딱 한 명만 병원에 들어갈수 있는 거예요.

무릎인공관절수술은 수술  일주일 입원을 하는데, 간병인을 쓰면 저는 병원에 출입도 안되고 면회도  되는 거죠. 그거 때문에 수술 전부터 심란했어요. 그래서 수술 전날 제가 하루 병원에서 자고, 엄마 수술 마치고 깨어나는 거까지 본 뒤 간병인과 교대했답니다.


강남 성모병원은 층마다 담당 수녀님이 계셨어요. 그래서 입원하는 날 원목실 전화해서 엄마 수술 전 기도를 부탁드렸더니, 수술하러 가기 2시간 전쯤 수녀님이 직접 병실에 오셔서 기도를 해주셨어요. 너무나 차분하게 기도해주시는 그 모습을 보며 저는 또 반성했잖아요… 저는 맨날 예수님한테 너무 어린애같이 기도하는데, 저렇게 조용하면서도 힘 있게 기도하시다니… 놀랍고 감동이었답니다.

그런데  놀라웠던 , 수녀님이 기도해주시고 가신  엄마가 잠이 쏟아져서 내내 고만 있 상황이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불안해서 계속 묵주기도 하며 안정을  찾고 있었는데 엄마는  수술이 늦어져 시간이 조금 밀리는데도 계속 잠만 자더군요. 문득  생각이 수녀님의 기도 덕인가? 싶기도 했어요.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엄마는 수술하러 들어가고, 3시간 반 넘는 수술시간 동안 저는 진짜 묵주기도를 쉬지 않고 했답니다. 다른 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쉬지 않고 묵주기도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엄마가 회복실로 갔다는 문자가 떠서 달려갔는데요

회복실에서 30분, 거기서 나와 또 엑스레이 찍으러 가더라고요, 그리고 병실로 옮겨져 정신없이 마취도 덜 깼는데 간병인과 교대하려니 마음이 아팠죠


그러고 집에 와서 매일매일 간병인과 통화하고, 엄마와 통화하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니 강한 진통제를 못 이기고 구토한다 그러고, 정신도 없어서 무슨 얘기를 했나 헷갈린다 하구… 저는 속이 타서 병동에 전화해 의사 선생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더니, 간호사분이 자기들이 보기엔 전혀 문제없고 마취나 진통제 후유증 훨씬 심한 분들 많다는 거예요. 그래도 의사 선생님께 통화 원한다는 얘기 전해주겠다고 하길래 감사하다고 했죠. 그러고 몇 시간 뒤 의사 선생님 전화 오셔서 이런저런 얘기해주시는데 문제없다고 괜찮다고 하셨어요

그 후, 다음날부턴가 간병인과 통화하는데 엄마가 너무 무릎 꺾기도 잘되고, 걷기 운동도 잘되고, 회복 상태가 훌륭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일주일 만에 예정대로 퇴원했고, 보통 재활병원 가는데 엄마는 안 가도 된다 그래서 바로 집에 왔어요


성모병원에서 수술과 케어를 너무 잘해주셨기에, 회복도 무탈하게 하고, 지금 수술한 지 한 달 반 정도 된 상태에서 아직 워커 잡고 걷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제가 꼭 종교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수술 상황을 겪을 때, 기도가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일주일 동안 병원에 갈 수 없으니 병동 수녀님께 ‘저희 엄마 병실에 찾아와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렸어요. ‘엄마는 종교가 없지만 그래도 가능하냐’고 여쭈었더니 수녀님이 흔쾌히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정말 입원기간 동안 3번 정도 수녀님께서 병실에 오셔서 기도해주셨다는 거예요. 저희 간병인께서 본인은 개신교지만 그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다며, 딸이 성당 다니니 엄마가 회복도 잘 되었나 보다며 그런 얘기하시는데, 아 이런 게 예수님의 움직임이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엄마 수술, 입원기간 동안 기도해주겠다고 해주신 여러분들의 마음도 고맙고, 또 제가 엄마 입원해있으니 잠이 안 와서… (제가 잘 자는 편인데 잠이 안 오는거면 엄청 불안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밤새 묵주기도를 1시간마다 한 날도 있었어요.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잖아요. 기도하는 동안 손잡아주신 성모님도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무릎인공관절수술에 관심 있으신 어르신분들 많으실 텐데, 어쨌든 큰 병원에서 꼼꼼한 검사와 수술 후 철저한 관리를 받으시는 게 중요한듯해요

그리고 수술 후 누르기, 꺾기 이런 거 아파도 잘해야 합니다. 엄마 친구분 중에도 인공관절 수술하신 분들 몇몇 계신데, 60도 밖에 못 꺾은 분도 있어요. 그러면 걸을 때 또 무릎에 무리가 가잖아요

저희 엄마는 다행히 꺾기를 잘해서 이제 걷기 연습만 잘하면 되어요.

사람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무릎관절은 60년 정도 지나면 많이 닳는다고 해요. 그래선지 정형외과 병동 가보니까 인공관절수술하시는 분들 엄청 많아서 너무 놀랐어요


저희 엄마도 젊을 때 등산 엄청 다니셨거든요. 걸음도 빨랐고요. 근데 어느 순간 무릎에 통증이 왔고 그때 검사해보니 이미 연골이 많이 닳고 파열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 몸을 이끌고 오래가야 하는데… 뭐든 쉬엄쉬엄 찬찬히 크게 호흡하면서 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엄마 수술해주신 교수님도 몸 순환이 잘 안되면 무릎도 망가지는 거라고 그러셨어요


그리고 이제는 의료기술이 정말 발달되어서, 뭔가 수술과 재활 그런 게 체계적인 느낌도 들었어요. 저희 큰어머니는 15년 전쯤 무릎 인공관절수술하셨거든요. 그땐 재활이란 개념도 거의 없었대요. 그래서 퇴원 후 진통제만 너무 센 걸 드시고… 그거 때문에 고생하셨거든요. 강남성모에선 약도 많이 안 주는데, 소염진통제 2개 먹기가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면 한 개만 주고, 괜찮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진통제 계속 먹어서 뭐가 좋겠어요


어쨌든 여러모로 감사하며 기도하며 건강 위해 노력하며 그렇게 함께 잘 지내기로 해야겠어요

아무리 맛있는 걸 먹고 좋은 옷을 걸치고 성공하더라도, 건강한 상황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줄 모른다면 무슨 소용 있겠어요?

인생 뭐 특별한 거 있나요?

서로 사랑하며 서로 기도하며

웃으며 즐겁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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