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겸손

세례자 요한 탄생 기념 성당

by 김민정

우리의 순례, 그 첫 방문지는 예루살렘 에인카렘의

세례자 요한 탄생 기념성당 Church of Saint John the Baptist

버스에서 내려 성당까지 걸어가는 골목이, 고풍스러우면서도 고즈넉했다

성당 마당엔,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 사제의 기도문이 있었다. 여러 나라 언어가 전시되어 있는데, 한국 가톨릭 성서모임에서 기부한 한글 기도문도 있었다.

루카복음의 시작엔, 즈카르야 사제와 그의 아내 엘리사벳 성녀, 그리고 세례자 요한 탄생 이야기, 그리고 이 기도문이 나온다.

아이를 못 낳는 여인이었던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할 것이란 예고를 천사로부터 들은 즈카르야 사제. 하지만 그는 믿지 못했고, 벙어리가 된다. 그 후 엘리사벳은 정말 잉태를 했고, 아기가 태어난 후, 즈카르야는 천사가 알려준대로 아이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쓴다. 그러자, 입이 열리고 혀가 풀린 그는, 하느님을 찬미하며 이 기도를 소리 높여 외친다.


은총을 체험한 사람은, 그 은총의 위대함을 입으로, 모습으로, 삶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 같다. 그게 감사의 한 방법이며, 그것을 통해, 성장해 간다. 나 역시 부족하고, 마음이 가난했지만, 은총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은총의 체험자의 노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세례자요한 기념 성당 마당의 한글 기도문

성당 내부가 전체적으로 빛나고 눈부셨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께 세례 드리는 장면의 성화도 만날 수 있었다.

세례자 요한은, 말 그대로, 예수님께 세례를 주신 분이다. 전 인류를 통틀어서, 예수님께 세례를 준 유일한 사람이지만,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 앞에서 무한 겸손 했었다

성경에 보면,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거칠게 살았으며, 독설도 서슴없이 날렸고, 당시 굉장히 유명해서 사람들이 서로 찾아와 만나려 했던 셀럽 같은 분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기 위해 직접 요르단 강에 오시자, 자신을 낮추고 낮추며, 제가 어찌 당신께 세례를 드릴 수 있냐고 하셨다.

그때 예수님은, 이렇게 해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자고 제안하셨고, 바로 망설이지 않고 그 뜻을 따르며 순명했던 세례자 요한.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며, 그분을 크게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든 했던 사람. 당당하고, 거칠고, 독설도 날리고, 할 말은 꼭 해야 했던 분이지만, 자신이 낮아져야 할 때를 알았고, 무엇을 따라야 할지를 알았던 사람이 바로 세례자 요한이다.


우린 그렇게 겸손하고, 낮출 수 있을까.

너무나 커지려고만 하고 살아온 건 아닐까.

메시아가 오기 전 그분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 애썼고, 그것이 사명임을 알았던 세례자 요한처럼, 우리는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까. 주어진 달란트를 잘 살펴보며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그분을 빛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세례자 요한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어떤 일을 하면서, 겉으로는 대의를 위한 척 하지만, 알고 보면 내가 더 잘나 보이려고, 내가 더 돋보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돋보이고 싶어 하며 살았던 건 아닌지,


돋보이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건 물론 어렵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마련해주신 거란 걸 느끼는 순간,

마음이 열리고, 눈이 열리고, 입이 열리며,

세상은 우리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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