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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은 Dec 06. 2020

마음에 하는 화장

음악으로 마음 가꾸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화려한 노란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꼬마 학생이 나를 반겨준다.  학생은 항상 예쁜 옷을 곱게 차려 입고 나를 마중 나온다. 그리고는 내가 오늘은 슨 옷을 입고 레슨을 왔는지  살펴보기 시작한다. 오늘은 칙칙한 무채색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 왔다. 꼬마 학생은 실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린 학생의 생각 속의 피아노 선생님은 예쁜 옷을 입고 빛나는 액세서리를 하고 곱게 화장을 하고 상냥한 미소를 보내는 사람인가 보다.

 다시 레슨 날이 되었다. 나는 어린 학생의 이런 환상을 빨리 깨버리고 싶지는 않아서 오늘도 옷장을 뒤지며 내가 가진   가장 예뻐 보이는 옷을 찾아낸다. 그리고 화장을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겉모습만큼 마음속도 정성스럽게 준비를 하고 학생을 가르치러 가고 있었나? 얼굴에 화장을 하듯이 마음에도 화장이 필요한  아닐까? 지치고 힘든 마음으로 레슨을 가지 않고, 마음도 예쁘게 가꾸고 나서 설렘으로 나를 기다리는 학생을 만나러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음에 화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무언가가  마음을 어루만질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느낌이 든다.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들을 생각해볼까. 아침에 맞이하는 따스한 햇살, 출근길에 숨을 들이쉬면 느껴지는 산뜻한 공기, 향긋한 커피 한잔, 나에게 행복을 주는  한마디, 감동을 주는 예술 작품, 책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깨달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악이다. 나의 마음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순간은 음악이 나의 마음을 어루만졌을 때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뛰며 뜨거워질 때가 많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쇼팽과 슈만의 피아노 곡을 연주하며 음악에 빠져들 때면 가슴이 울리고 마음이 기쁘다. 이렇게 음악이 나의 마음을 어루만질  마음을 사랑스럽게 가꿔주는  같다.

 마음에 하는 화장은 얼굴에 하는 화장처럼 색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지치고 더러워진 마음이  하얘지고 순수한 마음이 되어 가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며 마음이 지쳤을 때는 얼굴에  화장을 수정하듯이 마음속 화장도 수정해야 한다. 그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마음을 순수하게 어루만져 주면 어떨까.


 오늘도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향이 좋은 커피 한잔을 마시고,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화장을 하고 복지관으로 출근을 했다. 수업 시작 시간이 되고 분홍색 토끼털 재킷을 입고 빨간 베레모를 쓰시고 고운 색으로  화장을 한 수강생이 피아노실에 들어온다.

 “우와, 오늘 너무 예쁘게 하고 오셨네요. 피아노실에 꽃이 핀 것 같아요. 오늘 수업 후에 좋은  가시나 봐요?”

 “아닌데요. 약속 없어요. 선생님한테  보이고 싶어서 이렇게 입었어요. 헤헤. 이 재킷이 너무 색이 화사해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샀는데, 입고 나갈 곳도 없고 여기   예쁘게 꾸미고 오고 싶어서 입어 봤어요. 꾸미면 나를   사랑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예쁘게 꾸미고 피아노 배우러 오면 몸도 마음도 예뻐지는 느낌이에요.”

 “맞아요. 오늘 너무 예쁘게 하고 오셨으니, 이번엔 마음도 한번 예쁘게 만들어볼까요?

 “너무 죠. 선생님! 그런데 마음은 어떻게 예뻐지나?"

 "제가 아는 방법 한 가지는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음악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거예요."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도달한다.”라고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말했다. 나의 영혼 깊은 곳에 음악이 도달하여  마음을 어루만져주면 마음이 아름다워진다. 얼굴에 화장을 하고 좋은 옷을 입으면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마음에 화장을 하면 마음도 나의 사랑을 받게 된다. 마음을 위안하고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사랑한다고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마음을 사랑하기 때문에 오늘도 마음을 아름답게 화장하고 가꿔본다. 피아노를 통해서 음악을 배우는 나의 학생들도 음악으로 마음을 화장하는 법을 우길 바란다. 지친 마음을 음악으로 달래고 순수한 영혼으로 가꿔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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