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게 되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2003년 8월이었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틀릴 수 도 있습니다.
당시 저는 부산 남천동 지점에서 일하고 있던 초임 대리였습니다.
네 맞습니다.
최민식 배우가 그렇게 이야기하던 '마! 너그 서장 남천동 살제?'(범죄와의 전쟁 2012)의 그 '남천동'입니다.
전화기 속 인물은 당시 인사부의 차장급 직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대리도 서울에서 근무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부산에서 태어났고, 대학교를 마쳤고, 입사 이후 부산에서만 근무했기에, 서울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타지 생활을 처음 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들 들어서요.
그런데, 같은 지점에 근무하던, 그 인사부 차장과 동기인 차장이 넌지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만약, 이번에 서울에 오지 않으면, 내년부터 지방에서 근무하게 될 거야.
지방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서울 본사 경험 쌓고, 3년 후에 돌아오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이대리가 일하는 부서가 상품개발팀 이래, 한 번쯤 경험해도 좋은 부서지"라고 하더군요.
'지방에서 일하는 것보다 서울 본사, 그것도 상품개발팀이라면 한번 해볼 만 한데,
그리고 3년 후에 돌아오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서울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상품개발팀에서 금융상품 중 펀드 기획 및 전략 업무를 2021년 7월까지 18년 동안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부서 명칭은 그동안 상품전략실, 상품기획팀, 상품기획부 등으로 변경되었지만, 주력 업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8월, 회사의 결정으로 저는 금융상품과 무관한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발령이라, 생각할 여지없이 저는 새로운 업무와 부서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처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던 와중에 문뜩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건, 저 자신의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성과 영업점 직원들의 연수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글로벌 투자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부서 발령 이후에는 새로운 업무에 대해 집중하기에도 벅찼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을 고민하고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사실 펀드 업무를 담당했던 시기에는, 시장 정보와 금융상품을 분석하게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던 부분은 업무의 연장 선상에 있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부서에서 금융상품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멘토를 삼고 있는 '이안 금융교육'의 최일 대표님의 가르침도 참고하고, 공부했던 부분 중에 시장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을 내기 위해 저의 선제적인 기준은 첫 번째 매일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업무 개시 전에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하며, 두 번째 발표 주기가 일정해서 습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하는 데 있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정비했고, 그 결과로 저만의 투자 루틴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투자 루틴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업무 스타일을 먼저 변경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 아침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들을 정리하고 전일 금융시장 이슈를 확인해야 하는 투자 루틴을 지킬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아침 출근시간을 오전 6시 40분으로 조정했습니다.
실제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8시부터입니다. 그러므로 그 시간 전까지 전일 글로벌 시장 이슈를 확인하고, 주요 경제 지표들을 점검하며 기록하는 일들을 해야만 했었습니다. 특히 1년에 8번 개최되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과가 나오는 날에는 좀 더 일찍 출근해서, 관련 내용들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고 정리했습니다.
저만의 투자 루틴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저의 금융자산의 포트폴리오도 변모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펀드 투자 비중이 높았던 포트폴리오가 점차 미국에서 거래되는 ETF와 해외주식 중심을 변경했습니다. 이는 루틴을 통해 관리하는 정보가 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부분이었고, 여러 가지 관점에서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당분간 주효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루틴의 결과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궁금하시죠?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새로운 투자기회도 발굴하고 손실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하면서 동일 기간 대비 초과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시중에서 본 흔한 책 제목처럼 큰 수익을 벌었다고 하면, 저도 좋겠지만, 루틴을 통해 큰 수익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맥락이 맞지 않습니다.
실제 루틴을 활용하여 투자한 사례를 보면, 2022년 3월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로 채권 금리가 하락했음에도 그 시기에 채권 금리 상승에 배팅을 하는 ETF에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5개월이 지난 8월 초 투자한 ETF를 매도했는데, 약 14%의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투자 성과는 바로 루틴을 통해 시장 점검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루틴이 습관화되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에 불안하지 않고 편안한 투자를 하게 되었다는 것과 금융시장이 변화는 이유를 스스로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 그것이 가능했을까요?
저에게 있어 투자 루틴은 시장을 예측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면밀하게 살피면서 잘 대응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워런 버핏이 했던 명언 중의 하나인 ‘첫 번째 원칙, 절대 돈을 잃지 마라. 두 번째 원칙,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마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섣부른 예측으로 자산을 잃게 되는 것을 줄이는 노력이 재테크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원칙입니다.
앞으로 이야기하는 투자 루틴이 어렵게 다가오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아마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 하기보다는 귀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번 용기를 내어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편안한 투자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