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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Aug 17. 2019

소설 2045년
2. 제5호 긴급조치 '일본어 금지령'

2. 제5호 긴급조치 '일본어 금지령'

2031년 9월 7일 서울 청와대.
유성국 대통령이 이마무라 다케오 일본 총리에게 악수를 건넨다.


 "먼길 오느라 수고했소. 앉으시오"


이마무라 다케오는 유 대통령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고는 이내 고개를 떨군 채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는다.


"일본은 우리 대한민국의 영공을 침범했고 무력을 사용했소. 명백한 군사적 침략이며 그에 따른 손해배상은 물론 앞으로 모든 군사적 권리, 일본 자위대에 대한 명령권은 대한민국이 갖는 걸로 하겠소. 또한 오늘부로 일본의 외교권은 박탈되고 대한민국이 대신 행사하는 것으로 하겠소. 다만 일본 내에서의 재정, 복지와 같은 내정은 총리 당신이 맡으시오. 부총리는 이상철 국방차관이 맡을 것이오"


이마무라 다케오 총리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일본 자위대가 무장해제되고 한국군이 일본 전역을 점령한 상태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총리직을 유지하게 해 준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2031년 9월 28일 도쿄


"일본 내에서 모든 공식 언어는 한국어로 한다. 모든 행정기관과 학교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한다" 

제5호 긴급 시행령이 대한민국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일본 총독부는 각급 학교와 정부 부처, 지자체 등 행정기관에서는 모든 문서를 한국어로 작성하도록 하고 대화 또한 한국어로 할 것을 지시.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자가 대부분이므로 당분간 한국인과 일본인 통역사를 배치해 업무를 돕도록 했다.

같은 날 우에노 아메요쿄쵸시장


"이제 일본말도 제대로 못쓰겠네. 한국 놈들이 일본어 사용 금지령을 내렸대잖아" 


"그래?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우리가 일본말 대신 한국말을 써야 돼?"


 "그러게 말이야. 통치하기 편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겠지. 그나저나 한국말을 어떻게 배운담?"


 "그러게 진작 배워놓지 그랬어? 난 NHK 한글강좌 3년 들어서 기본적인 건 할 줄 아니까 그나마 다행일세"


상인들 사이의 화제는 제5호 긴급 시행령이었다. 한국어를 어떻게 배울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문화 침략은 상상조차 못 한 채.

2031년 10월 4일 오사카
오사카 제1 소학교 4학년 3반 교실


"차료, 손새니므께 쿙례" 


반장의 지시에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인사한다.


 "요로분, 안뇽하시므니까, 쿄오까라 미나상, 캉꼬꾸고데 하나사나케레바나리마셍.감바리마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한국어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힘냅시다)


"가 나 다 라 마 바 사 하...."


모든 교실마다 한글 읽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2031년 12월 9일 구마모토
구마모토 미야마에 중학교 3학년 2반 교실


"나제 니혼진노 오레타찌가 캉꼬꾸고오 나라와나꺄 이께나인다요?" 

(왜 우리 일본인들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거야?)


덩치가 큰 나카무라 다이스케가 불만 섞이 어투로 내뱉었다. 한국어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감독활동을 나온 이상욱 일본 총독부 교육과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라고?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우수한 한글을 배우는 것이 너희 일본 놈들에게는 큰 영광인 줄 알아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한 나라가 될 것이니 언어도 통일해야 해. 그러니 열심히 배워야 하지 않겠나?" 


이상욱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내질렀다.


"나니 잇떼룬다! 오레타찌와 니혼진다!니혼진니와 니홍고데하나스켄리가아루.후자케루나!"

(무슨 소리야. 우리는 일본인이야. 일본인에겐 일본어로 이야기할 권리가 있어. 까불지 마)


나카무라가 벌떡 일어나 이상욱에게 대들며 소리쳤다. 이상욱은 들고 있던 전기충격기 삼단봉을 꺼내 펼치더니 나카무라의 목덜미를 겨냥한다 


"이 새끼, 곧 식민지가 될 일본에 그런 권리 따위는 없어" 


기세에 압도당한 나카무라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렇게 일본 전역의 모든 학교와 관공서에서는 한국어 교육이 실시됐다. 시간이 흐르며 일본어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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