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특파원이던 2천 년대 중후반이었다. 도쿄 시내 음식점에 여러 명이 먹는 테이블도 있지만 주방과 마주 보는 긴 테이블이 유독 많은 게 눈에 띄었다. '카운터'로 불리는 이 자리에는 혼자 온 손님들이 주로 앉았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내 경험으로는 한국에서는 당시만 해도 혼자 밥 먹는다는 건 거의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일터의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가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업무상 이런저런 식사 약속도 많았다. 저녁 역시 마찬가지였다. 잦은 회식과 업무상 식사 자리가 잦았다. 물론 일본도 저녁에 이자카야에 가면 삼삼오오 모인 직장 동료, 친구들로 떠들썩하다.
요즘은 세태가 달라졌나 보다. 혼자서 저녁밥을 먹는 한국인이 많다는 뉴스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 2025’를 보면 한국인의 2022∼2023년 이른바 ‘저녁 혼밥’ 빈도는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높다고 한다.
한국인이 다른 사람과 저녁 식사를 하는 횟수가 일주일에 평균 1.6회에 그친다는 것이다. 호주(4.9회), 멕시코와 캐나다(4.8회)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나 역시 과거에 비해 타인과의 식사 자리가 줄었다. 다이어트와 건강 관리를 이유로 식사 약속을 줄이기도 했지만 관계의 축소와 경제 불황, 달라진 사회 분위기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혼밥'이 외로움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길 사람이 없다는 사실. 대화 상대가 없다는 건 고독한 일이다. 아무리 '고독한 미식가'가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산해진미와 만한전석을 즐긴다 해도 말 그대로 '고독한' 미식가일 뿐이다.
1인가구가 35%를 넘는 세상이다. 사는 건 혼자 살더라도 밥은 함께 먹어야 외로움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취약계층 독거노인들의 혼밥은 심각할 수 있다.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건강 문제까지 동반할 수 있다. 어쩌면 고독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로당에서의 점심 제공, 취약계층을 위한 밥차 봉사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또 꼭 취약계층이 아니더라도 일반 대중의 행복과 고독 탈피를 위해 식재료와 외식비 물가는 안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지갑 열기가 무서울 정도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 밥 한번 먹자고 얘기하기도 겁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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