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품픽] 회사 알레르기지만 괜찮아 8화
“오늘도 무사히 아무런 기분 나쁜 일, 짜증 나는 일, 힘든 일, 어려운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근심 걱정되는 일, 불안 초조한 일, 고통스러운 일, 답답한 일, 억울한 일 생기지 않도록 지켜주시옵소서.
특히나 윗사람에게 깨지거나, 혼나거나, 야단 맞거나, 갈굼 당하거나, 무시당하거나, 싫은 소리 듣거나,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보살펴주시고, 윗사람을 미워하거나 욕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오늘 하루도 저와 제가 사랑하는 이들이 무사히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퇴근할 때까지 저의 자존감도 상처 받지 않고 무사할 수 있도록 지켜주시옵소서.”
회사 생활은 매일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하게 합니다.
나는 매일 출근길에 기도를 한다. 기도를 하지 않으면 왠지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아서 하루도 기도를 빼먹을 수가 없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자존감이 무너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회사에는 자존감 브레이커들이 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바보가 되어버린다. 심할 때는 회사에 붙어있을 가치가 없는 직원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자존감 브레이커들의 무기...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이란, 거부, 반박, 전환, 경시, 망각, 부인 등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로써 타인에 대한 통제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피해자의 자존감과 판단 능력을 잃게 만들고,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정신력이 약해진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더욱 의존하게 된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나는 회사생활을 하며 가스라이팅이라는 정신적 학대의 희생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떤 일을 지시에 따라 처리했는데 그 결과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지시한 대로 진행했다고 했지만 자존감 브레이커는 가스라이팅 기술을 발휘하며 너무나 강하게 반박하였고, 나의 다른 실수까지 거론하면서 원래 내가 일을 못하는 직원이라는 식으로 몰아갔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다 보니 진짜 내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그렇게 지시했다는 게 말이 돼?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의 성과물에 대해서는 자존감을 박살 내는 말들을 연타로 발사한다.
“당신한테 이 일을 맡긴 내가 잘못이지”, “중학교도 못 나온 사람이 해도 이것 보단 낫겠다.”
그리고는 은근히 위하는 척하면서 내 가슴에 꽂은 대못을 나를 위한 배려로 둔갑시켜버린다.
“이렇게 하면 회사에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다 당신 무시당하지 말라고 가르쳐주는 거야.”
가스라이팅을 지속적으로 당하다 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던 다 내 잘못 같고, 별일 아닌 문제도 내가 큰 사고라도 친 것처럼 느끼게 된다. 자존감은 한없이 갉아 먹히고 패배의식은 점점 커져만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감성적인 면이 많아 혼자 고독을 즐길 때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모여 놀 때면 언제나 쾌활했고, 재치 있는 말과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했었다.
입사 초기에도 신입 사원으로서 회식자리에서 노래와 춤 실력을 발휘했고, 부서 행사가 있을 때면 늘 사회를 도맡아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말수가 줄었고, 사람들도 잘 안 만나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는 하루 동안의 상처를 힐링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잠이 들기 일쑤였다. 잠들면서도 밤새 지구가 폭발해서 그냥 모두 다 같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러다 회사에서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착한 직원 증후군이 심해져갔다.
정식 명칭은 착한 아이 증후군이다. 이 증상은 내면의 욕구를 억누르고 부정적인 정서나 감정들을 숨긴 채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려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윗사람이 분명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 잡으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로 상처 받아도 윗사람이 싫어할까 봐 내색하지 못한다. 일을 처리하다가 혼자 감당이 안 되어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바쁘다고 싫어하거나 그것도 혼자 처리하지 못하느냐고 무시할까 봐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기도 한다. 그러면서 일의 진도는 더 안 나가고 그 때문에 또 깨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존감 브레이커들에게 시달리며 힘든 나날이 지속되지만, 그들에게 순응하며 계속 참고 버티다가, 결국 그들과 동화되고 그들 편에 서게 되는 직원들도 있다.
바로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극한 상황에서 강자의 논리에 의해 약자가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을 말한다.
윗사람의 눈밖에 났다 가는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감지하고, 윗사람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랫사람은 무력해진다. 무너진 자존감으로 인해 스스로 자신이 깨지고 갈굼 당하는 건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고, 윗사람의 어설픈 친절과 관심에도 감사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잘 버틴 덕에 승진을 하면,
중간 관리자로서 햄릿 증후군으로 고생한다.
일을 처리하다 뭔가 물어보면 아직 그런 것도 알아서 못 하냐고 무시당하고, 알아서 하면 마음대로 했다고 깨진다.
“이런 것 까지 내가 다 알려줄 거면 나 혼자 일하면 되지 당신은 왜 있는 거야? 이런 건 좀 알아서 처리해” 아니면 “누구 마음대로 일을 그렇게 처리해? 문제 생기면 당신이 다 책임질 거야?”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결정장애가 발생한다.
일을 잘해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직원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번아웃 증후군으로
그동안 이루어 놓은 것들을 한순간에 잃기도 한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후군이다.
이 단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우수한 직원이 야근을 하다가 과로로 쓰러지거나, 어느 날 갑자기 일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무단결근을 하고 안 나타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회사 생활에서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증후군은 모두가 자존감의 상실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몰상식하고 비인간적인 행위이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사람 사이에는 기본적인 존중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그것이 결여된 자존감 브레이커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다들 많이 배우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 지성인들이 어떻게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드라마 속 악질 선임 병장처럼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있나 보다.
회사 생활을 하며 얻게 되는 다양한 증후군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대처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의해 내 인생이 좌우되지 않도록 자존감을 회복하고,
내 삶에 대한 뚜렷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자존감 브레이커가 회사에 존재하는 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는 이런 대처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두산백과)
*[논품픽] 논픽션 품은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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