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기독교 잡지사, 바이럴 마케팅, 중국어 번역, 작가 등 글쓰기 관련 일을 10년 넘게 하면서 내린 결론은 가독성이 높아 '술술 읽히는 쉬운 글'이 최고다. 물론 이 결론을 내린 지는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않는 것처럼 서점 마실은 누구보다 1등이라 자부하는 나다. 딱히 구입할 책이 없어도 그냥 "늴리리야 니나노~" 하며 간다. 서점, 책방. 케케묵은 첫사랑의 이름도 요로코롬 내 맘을 콩닥이진 못할 터. 매장에 들어서니 수많은 책이 보인다. 아, 황홀하다!
책에 파묻혀 지내다 어느덧 2016년 가을이 왔다. 생애 첫 책을 집필하던 날, 여느 때처럼 교보문고 송도점을 내 집 드나들 듯 찾았다. 빨간 불빛의 bestseller가 나를 손짓한다. 글자 아래에 놓인 잘 팔리는 책들이 모델 한혜진도 울고 갈 만큼 멋지고 당당하게 서 있다. '저 자리에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맘에 부러운 눈빛을 뚝뚝 떨어뜨린다. 이때, 멘탈이 약해진 틈을 놓칠세라 악마가 날 찾는다. '네 글이랑 비교가 안 되지?' '제목이랑 표지부터 폼나지 않니?' 흠, 이놈의 방앗간 괜히 왔다. 부정의 생각이 우사인 볼트 선수의 달리기보다 빠르게 나를 관통한다. 집에 가는 내내 가뜩이나 빈약한 어깨가 풀 죽은 파뿌리처럼 펴질 생각을 안 한다. 그렇게 우울과 영영 벗할 뻔했는데... 역시 신은 내 편인가! 감사하게도 책이 출간된 후 굽은 어깨가 펴졌다. 독자님들이 보내신 메시지 덕분에 내 글을 사랑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작가님 글은 가독성이 높아서 술술 읽혀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제가 다 읽을 정도예요! 감사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글을 읽고 싶었는데, 운 좋게도 작가님 책을 만났네요.' '요즘 책을 보면 욕설이나 부정이 많은데, 작가님 글은 힐링이에요. 다음 책도 기대할게요!' 축 늘어진 내가 뭐 예쁘다고 보석보다 귀한 말을 해주실까... 이런 말 듣고 다른 생각하면 인간도 아니다! 평생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 독자님의 칭찬이 글쓰기 원동력이기에.
그래, 나도 작가다. 심장을 파고드는 기막힌 필력은 아니지만, 다리털이 솟을 만큼 멋들어진 어휘는 없지만, 누구나 술술 읽히는 쉬운 글은 자신있다!(수많은 퇴고가 있다면;;)
퇴고, 그 짜릿한 고통
* 퇴고 : 글을 다듬어 고치는 것 나는 책 집필뿐 아니라 SNS에 글을 올리기 전에도 퇴고의 시간을 보낸다. 고된 훈련과 도전으로 시련을 이겨낸 피구왕 통키마저 두 손 두 발 들었다던 그 시간을 오롯이 견디는 것이다. 최근 일주일 전부터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A4 두 장이 살짝 안 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준비~ 땅! 하고 글을 쓰니 30분이 지났다. 무에서 유를 만나는 첫 시간 즉, 초고는 다 걸레라서 속도가 붙는다. 어순이 맞든 틀리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개나 줘버릴 듯 그냥 휘갈긴다. 우리 집 걸레도 얘(초고)보다는 낫지 싶다. 걸레지만 마침표를 찍는 순간! 아이고, 예뻐죽겠다.
글쓰기에 맞고 틀림이 없듯이, 퇴고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내 방식을 말하련다. 걸레 초고를 읽으며 흐름에 맞게 문단을 나눈다. 여기서 포인트 하나! 소리 내어 읽으며 문장을 다듬는다. 그래야만 상의는 정장인데, 하의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듯한 언밸런스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매의 눈으로 골라낼 때마다 얼마나 짜릿한지는 옆집 오빠도 모른다. 이때, 완벽하게 고칠 생각은 마시라! 고치고 또 고치므로 또 고쳐야 하느니라. 공기 반 소리 반도 좋으니 좌우지간 입 밖으로 소리 내 읽는다. 포인트 둘! 퇴고는 쉼이다. 잠시 시원한 보리차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느긋한 시간을 갖는다. 온종일 심심했을 뽀삐 데리고 산책도 하고, 종잣돈 꺼내 쇼핑도 하며 콧구멍에 바람 좀 넣으시길. 단, 쉼을 하는 동안은 제발 부탁이니 원고 생각은 먼 나라 이웃 나라로 보내라. 에어컨, 선풍기가 없다면 H.O.T. 토니 오빠 책받침이라도 좋으니 반드시 머릿속 원고는 시원하게 날려 버리길. 애써 쓴 글을 왜 자꾸 버리냐고? 최소 한두 시간이 지나야 글이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쉼이 길수록 고쳐야 할 부분이 두더지 게임처럼 머릴 내민다. 그만큼 고칠 데가 잘 보인다. 그렇게 한 시간 후, 세 시간 후에도 다시 읽고 고친다. 잠들기 전에도 고친다. 이런, 꿈에서도 고친다.
잠깐!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영원한 숙제다. 나도 어렵다. 차라리 <수학의 정석>을 다오... 블로그나 브런치에 있는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하지만 100% 신뢰하진 않는다. 미련이 남는 글자가 있다면 인터넷 사이트 '표준국어대사전'을 이용한다.
책 집필의 퇴고라면 보름 뒤에 수정해도 좋지만, SNS에 올리는 건 길어야 하루 이틀이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으로 마지막 퇴고를 한다. 좋아하지 마시라. 한방에 안 끝난다. 오예! 고쳐야 할 데를 또 건졌다. 끝이 보이지 않던 퇴고가 어느새 종점에 닿는다. 제목부터 마침표까지 혀가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을 확인 후 발송 버튼을 누른다. 이게 끝이냐고? 설마. 난 보기보다 완벽하지 않다. 발송한 후 읽어보니 몇 군데가 눈엣가시처럼 거슬린다. 다시 고친다. '잘 가라, 내 자식!' 정말 그렇다. 출산의 고통은 모르지만, 글도 내가 낳은 자식이다. 온종일 쓰고, 읽고, 다듬고, 고치기를 거쳐 비로소 세상에 나온 금쪽같은 내 새끼. 싸랑한다, 녀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