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해

tvN <신박한 정리>를 보고

by 이지니





비우기와 공간 재배치




주말 아침, 우연히 리모컨을 돌리다가 반사적으로 멈추게 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오잉? <신박한 정리>라고? 배우 신애라의 집에서 개그우먼 박나래와 '정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얼핏 보아 모델하우스 같은데, 집이라고? 어쩜 이렇다 할 물건 하나 없이 깔끔할 수 있지? 5인 가정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냉장고 안은 20%만 사용되고 있다. 거실에는 TV 하나 없이 긴 테이블에 의자 6개가 전부다. 본래 연예인 옷장은 매장을 떠올릴 정도 아닌가? 나만큼 놀란 박나래는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그녀와 함께 배우 윤균상 집으로 향한다!







고양이 네 마리를 키우는 윤 집사네는 누가 봐도 정돈이 안 됐다. 서론은 패스하고, 옷 비우기부터 시작하는 이들. 신애라는 묻는다. "정리할 때 '이것'이 꼭 필요한지, 그저 나의 욕구인지를 구분해야 해요." 1년 이상 입지 않았다면, 내년에도 그다음에도 찾을 리 없다고 말하며 '욕구 상자'에 넣으라고 재촉한다. '비우기 첫 경험'에 정신이 나간 윤균상은 아쉬움이 한껏 묻은 얼굴로 "이건 안 입는 옷이 맞지만, 제가 군 생활할 때... 이 옷은 무명 시절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쌓으면 안 돼요. 신발이든 옷이든 추억이 깃들었다면 정말 간직하고 싶은 한 가지만 두세요. 나머지는 사진을 찍어요. 물건이 없다고 해서 추억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그림이나 편지 등은 파일에 정리하고요."








옷, 모자, 책, 잡화 등을 그렇게 분리한 후, 두 번째가 남았다. 바로 '재배치'다. 이곳이 침실인지 고양이 방인지 알 수 없는 공간들. 전문가의 손길로 그의 집이 바뀌었다. 가히 기적과도 같다. "방마다 목적이 뚜렷해야 합니다. 잠 자기 위함인지, 운동을 위함인지, 고양이를 위함인지 명확해야 해요."


"정리를 하다 보면 진솔한 나를 찾게 되는 것 같다. 필요치 않은, 욕심, 허세, 수치심 등 많은 것들을 덜어내고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 우선순위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중요한 일들.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살아갈 수 있는 진솔한 나를 찾을 수 있는 과정"이라 말하는 신애라처럼 우리 삶에 정리는 꼭 필요하다.








글쓰기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해!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초고는 말 그대로 '걸레'다. 머릿속의 설계도를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처음부터 욕심내면 쓸 맛이 떨어진다. 멈추어 수정하고, 쓰다가 또 수정해야 하니 속도마저 더디다. 초고라도 얼른 끝내야 글쓰기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글이 엉망진창이라고? 걱정 마라. 우리에겐 고쳐쓰기인 퇴고가 남았으니.


퇴고할 때 필요와 욕구를 가른다. 즉, 비우기다. 내가 써 놓은 글이 무참히 잘리는 시간이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굳이' 없어도 되는 단어나 문장, 중복되는 표현을 가차 없이 없앤다. 처음에는 눈에 잘 안 들어오지만, 여러 번 읽으면 비슷한 말이 보인다. 다음은 글 배치다. 막무가내로 쓴 글을 기승전결에 맞추는 과정이다. 위쪽에 있는 문장이나 문단이 아래로 가는 게 나을 때가 있고, 반대인 경우가 있다. 이 과정도 소리 내어 읽어야 보인다. 새로운 가구 없이 비우기와 공간 재배치로도 완전히 다른 집이 되는 것처럼, 퇴고로 글의 질이 달라진다. 화려한 문체 따위를 더할 필요도 없다.







퇴고를 아는 이는 공감할 테다. 초고를 공개하는 건 민낯을 보이는 것보다 더 부끄럽다. 차라리 민낯이 낫... (다는 건 아니지만)지 싶다. 초고는 군더더기 투성이라 수많은 퇴고를 겪어야 비로소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미니멀리즘 혹은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는 집이 있다. 주인의 성향이 다르니 답은 없다. 하지만 글쓰기만큼은 미니멀리즘을 앞세우는 건 어떨까? 더 비우고, 명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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