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것을 '집착'이라 부른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게 붙어 있는 집착은 정리와 정돈이다. 가장 어린 집착은 초등학교 다닐 때다. 숙제하다가 지우개 가루가 어느 정도 수북해지면 얼른 휴지통에 버렸다. (그러니 학업성적이 제대로 나올 리 만무했겠지) 책상 위에 너저분하게 펼쳐져 있는 지우개 가루는 가뜩이나 집중력이 약한 나를 더욱 힘들게 한 까닭이다.
또 다른 집착은 책장에 꽂힌 책이 아무렇게나 꽂혀 있으면 눈에 거슬려, 반드시 그 키를 맞춰 세운다. 옷장 옷걸이에 걸어둔 옷이 제각각이면 정신이 사나워, 길이대로 줄 세움은 물론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이 파일 저 파일 나뒹굴면 눈이 피로해, 되도록 한 파일 안에 넣는다. 바탕화면에는 휴지통, 내PC, 네트워크, 제어판 등과 같은 마땅한 것만을 둔다.
결혼하니 집착이 한 개 더 추가됐다. 남편이 집 밖으로 나가려 하면 같이 따라나서는 것. 그를 너무 사랑해서라기보다(ㅎㅎ) 집 앞 편의점을 가든, 차로 10분 이내에 있는 마트를 가든 함께해야 내 심신(心身)이 편하다. 물론 새로 이사 온 곳의 분리수거 장소가 1층 현관 코앞이라 남편 혼자 보내는 일이 잦아졌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런 내가 귀여운 건지, 무서운 건지 "자기는 나의 껌딱지!"라며 놀린다. (그래, 나도 이런 내 집착이 귀엽네유)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집착
나의 집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글을 쓸 때야말로 최고조에 달하니 말이다. 먼저 맞춤법과 띄어쓰기. 물론 출간을 준비하는 글쓰기라면 응당 이 부분에 집착해야 옳다. 문제는 문자 메시지 안에서도 발동한다는 사실이다. 장난스레 적어 보내도 되는 사이인데, 뭔가 찝찝하다. 심지어 지금 이 단어가 맞는지 '국어사전 앱'을 열어 확인한다. 하물며 모든 이가 보는 SNS 글쓰기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는 오죽할까. 그런데 웃긴 건, 이런 수고를 보여도 100% 완벽하지 않다는 것. 읽고 고치기를 수차례 해도 돌아서면 또다시 틀린 아이가 고개를 내민다. 환장할 노릇이다.
타인의 글을 읽을 때도 맞춤법과 띄어쓰기 집착의 문은 열려 있다. 아, 놀라지 않아도 된다. 타인의 가벼운 메시지 안에서는 내려놓음을 택한다. '어머! 띄어쓰기, 맞춤법이 왜 이래?'라며 정죄하지 않는다. 다만, 글 다운 글을 만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글을 읽으면서 거슬리는 문장이 발견되면 잠시 멈칫한다. '아, 이 부분을 빼면 좀 더 매끄러울 텐데...' 그러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교정하고 난리다. (너나 잘하세요)
생활속은 물론 글쓰기 집착 모두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혹자는 이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느냐고 할지 모르나, 안 하는 게 더 피곤하다. 지금 나는 충분히 편안하고 행복하다. 특히나 글쓰기 집착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정상이란 얘기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