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에서 성장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지나면 성장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식물을 돌볼 때도 씨앗이 싹을 틔우고 뿌리가 굵어질 때까지는 내가 키우는 시간이지만, 그 이후에는 스스로 자라야 한다.
지금 초6, 초4인 쪼브로가 그렇다. 더구나 둘 다 예체능을 하고 있기에 아이들은 스스로 이겨내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성장해야 한다. 우리 집 같은 경우, 대략 초2~3학년 즈음부터 그 시간이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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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와의 대화: 책임의 시작
재희는 합창단 오디션에 합격해 정식 부원이 되면서 주말 오전마다 연습 일정이 있다. 본인이 하고 싶어 선택했지만, 늦잠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다. 연습이 끝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미술학원에 가서 4시간 이상 그림을 그린다.
4학년 즈음, 차로 데려다주는 길에 퉁퉁대며 짜증을 내던 재희에게 물었다.
“엄마가 원해서 하는 거야?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하는 거야?”
“아니.”
“원하는 것을 하는 데에는 책임이 있어야 해. 사실 엄마는 너를 데려다주는 걸 원한 게 아니야. 하지만 엄마니까, 아침에 피곤한 너 편하라고 운전해 주는 거야. 그래서 짜증 내는 모습 달래고 혼내면서 억지로 하는 거 싫어. 네가 책임지기 벅차면 안 해도 괜찮아.”
그날 합창단 도착할 때까지 **‘역할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그 이후 2년 동안 재희는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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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와의 약속: 선수와 투자자
이안이와는 초2 겨울,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선수와 투자자로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이안이는 리프팅 100개 넘기 힘들어하며 짜증을 내던 시기였다. 또 팀을 옮기고 싶어하던 때이기도 했다.
아이에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피하는 것’을 배우게 하고 싶지 않아, 지금 팀에서 이겨내는 연습을 목표로 미션을 주었다. 달성하면 보상으로 영국·스페인 캠프를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스페인 캠프에서 우수 선수로 뽑히면 현지 팀 훈련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는데, 아쉽게 탈락했다. 그때 나는 이안이에게 말했다.
“이안아, 뽑힐 생각만 하지 말고, 뽑혀도 너와 맞지 않는다면 안 갈 수 있는 판단을 길러야 해. 지도자와 팀이 너와 맞는지 네가 판단하고 선택하는 게 중요한 거야.”
그리고 다짐했다.
“이제부터 엄마와 너는 선수와 투자자야.
네가 원하는 선수가 되기까지 너도 노력해야 하는 게 많지만, 엄마도 마찬가지야.
아직 프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축구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엄마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야.
하지만 억지로 하는 모습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아.
잘하고 못하고보다 네가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하느냐에 중점을 둘 거야.
그러니 네 노력에 자신 있다면 원하는 걸 당당하게 선수로서 요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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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역할, 투자자의 마음
냉정하고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다가가야 예체능 아이를 키울 때 부모로서의 보상 심리가 줄어든다.
아이들이 노력하는 모습에 발맞춰 부모는 투자자로서 투자금 마련, 성장하기 좋은 환경, 아이 성향과 맞는 지도자를 찾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식물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적당한 무관심’이듯, 부모의 역할도 그렇다.
환경을 조성해 주고 물러서서 내 자리에 집중하는 것.
성장에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