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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길의 애정 May 23. 2022

다음 계절까지 기다려줘

전남 담양 | 관방제림 & 메타세쿼이아길

 물길을 따라 물소리와 음악 소리를 흘려보내며 걸어 본다.

죽녹원보다 이곳을 걷고 싶어 담양을 선택했다. 긴 거리는 아니지만 잘 뻗은 푸조나무와 팽나무 등 키 높은 나무들이 양방향으로 나 있는 길을 걷다 보면 그 길의 끝에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영산강을 따라 2km 남짓되는 길을 따라간다.

가는 길은 강물에 나무가 반영하여 풍경의 깊이를 더해준다. 초봄의 옅은 초록색은 여름이 지나 짙어져 가을이 오면 붉고 노랗게 물들을 것이다. 빛을 받아 강물에 퍼지는 윤슬은 강물을 건너게 해주는 징검다리를 걷고 싶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징검다리를 건너야지 다짐하며 둑길을 걷고 또 걸었다.  

  나무 사이로 들어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뻗어나간 잔가지마다 잎사귀가 달려 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해를 내보이기도, 가려주기도 하며 초록 염료가 파란 하늘에 물들어 있었다. 눈앞에 이름 모를 새가 소리를 내며 가지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여행이 행복한 건 평소라면 소소하다고 생각했을 풍경을 눈부신 풍경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라 말하고 다니고는 했다. 이름 모를 새의 날갯짓 하나에 감탄을 연발하는 순간은 일상에서 쉬이 오지 않을 것이다.

 자라난 나무의 결을 바라보며, 같은 자리에서 변하는 세월을 지켜봤을 나무의 시선을 상상해본다. 집이 지어지고, 머무는 사람이 변하고, 다리가 놓이고, 사람들의 옷차림새가 바뀌는 모습 등을 말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변하는 상상에 맞춰 플레이리스트를 연도 순으로 배치해 재생한다. 감정선이 유사한 노래들이 흘러나오며 더 내가 만든 세계에 빠져든다.

 이 길의 끝은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언제부터인가 입장료를 받는 곳이 되었는데, 매표소 입구에서 보는 광활함이 더 아름다운 곳이다. 아직 잎이 다 자라지 않아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아름다운 때는 아니었을 수 있지만 일정하게 심어진 나무의 간격의 빈틈없음을 상쇄하는 빈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빛은 색다른 미감이다.

 어느덧 담양은 그저 그런 소도시에서 청림(靑林)의 소도시로 기억을 채워 넣고 있었다.

서울에 돌아와 휴식이 필요한 순간, 푸른 하늘 아래 자전거를 타며 불어오는 바람과 따뜻한 대기의 온도를 그대로 맞는 관방제림에 있는 나를 떠올려보고는 한다.  코 끝에 담긴 봄은 이렇게 기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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