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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Jul 23. 2021

퇴사하는 후배에게

박수칠 때 떠나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부장님의 유쾌한 '굿모닝' 인사가
기억에 남을 겁니다


작은 손편지에 또박또박 쓴 글씨가 평소 성실하고 똑똑했던 그녀답다. 말수도 적고 가끔씩 농담을 던져도 잘 웃지도 않아 속을 모르던 친구였는데... 근데 무슨 말을 해주지?


올해 벌써 4명째다.


코로나 이후 퇴사한다고 인사 오는 후배들이 계속이다.

대부분 공채로 들어와 5년 차 이상 된 대리, 과장급이고

직장 내 일 잘한다고 소문난 인재들이라 아쉽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면세점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꿈을 안고 정신없이 달리다, 어느 날 갑자기 해외 여행길이 막히고,

고객과 매출이 반토막 나고,

휴직과 재택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회사의 미래와 자신의 비전에 대해 불안과 고민의 시간을 거쳐 선택한 길이리라.


하긴, 21년 전 나의 퇴사도 그랬다.

탄탄한 평생직장이라 믿으며,

신입 막내로서 귀여움 받고 한창 일과 사람을 배우다,

IMF가 터지고 듬직했던 선배들이 쓸쓸히 명예퇴직하는 낯선 모습을 보면서

'회사 미래 = 나의 비전'이란 믿음사라져 버렸다.


그때부터 헤드헌터에 조용히 이력서 내고,

연차휴가 내서 틈틈이 인터뷰하고,

그러다 원하던 외국계 컨설팅 중 한 곳으로부터 합격 메일을 받았다.  직장 입사 4년 차 되던 해였다.


문제는 퇴사 통보였다.

대학 졸업하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고,

결혼식을 보러 멀리 지방까지 와서 축하해 준 고마운 팀장님과 팀원들에게 이직한다고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유학 준비하려고 합니다 "

나도 모르게 불쑥 거짓말이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당시에는 이직하는 게 왠지 남은 사람들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져 미안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특히 사수였던 바로 옆자리의 부산 사나이 대리님은 특유의 츤데레 스타일로 팀 막내였던 나를  챙겨줬던 선배였는데, 송별 회식 날 섭섭함에 꽤 많이 취했던 모습이 생생하다. 


회사나 사람이 싫어 떠나는 거면 잡겠지만 공부를 더 하겠다니 어쩔 수 없다며, 혀가 꼬인 그에게 들었던 한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힘들면 돌아와. 여긴 내가 꽉 잡고 있다 아이가 "


이직 후 나는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고,

몇 년 후 실제 MBA 유학을 떠나 결과적으로 내 말의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그리고 최근 소식을 들은 선배는 그때 말처럼 회사에 끝까지 남아 결국 전무님으승진했다고 한다.


떠나는 게 잘하는 건지

남는 게 맞는 건지

그건 개인의 선택이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퇴사하는 후배에게

경험자인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응원의 말은


미래는 두려우면 위기고, 설레면 기회다.

도전하는 자신을 믿고

박수 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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