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드형 Aug 31. 2022

화요일엔 화요

주당 부부의 취중진담

일주일 중에서

가장 힘든 요일은 화요일이다.


지난 주말 회복한 에너지는

월요일에 이미 다 소진해 버리고

오는 주말까지 한참 남았다는 사실만으로 버거운데,

가을을 재촉하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어찌 한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화요일엔 화요


수요일엔 수고했다고

목요일엔 목이 컬컬하다고

금요일 금쪽같은 주말을 앞둔 핑계를 대 듯

오늘은 '화요'였다.


퇴근해 집에 들어서자마자

벌써 구수한 김치전 냄새가 가득하다.


17도 순한 에 익숙한 탓에

25도 화요 소주를 얼음, 레몬과 섞어 몇 잔 들이켜니

하루고단함이 풀리기 시작한다.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2~3회 하던 주당 부부의 술자리는 절반으로 줄었다.


" 요즘 '그러게'란 말이 늘었어."

아내가 한마디 던진다.


"오십 넘은 '지천명' 깨닫는 게 많은가 부지."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

 

결혼식 신부 입장 때

일찍 돌아가신 장인 대신 아내의 손을 잡아준

사촌 오빠네와 오늘 오랜만에 통화한 얘기를 들려준다. 


우리 결혼 후 몇 해 뒤에 중풍이 와서

정작 본인 자식들 결혼식 땐 손을 못 잡아 줬다는,

그래서 마음의 빚이 있다는 그 오빠와 올케의 안부다.


사촌 올케 曰

'오빠가 죽을 때 같이 죽자네요. ㅎㅎ'


아내 曰

'됐다고 하세요. 언니가 무슨 순장조예요? ㅋㅋ'


중풍환자 가족을 오래 돌본 동병상련이 있어선지

아내 못지않게 유쾌한 사촌 올케와의 대화가 재밌다.




사이가 좋았던 부부는

한쪽이 가면 금방 따라간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고

자식들이 잘한다 해도

그 뻥 뚫린 자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리라.


우리 주당 부부도 그럴 것 같다.


소원이 오래 사는 게 아냐
살아 있을 때 건강한 거지


아내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을 또 던진다.


"그러게..."

나도 그녀를 닮아간다.







이전 07화 공학적 김밥 싸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