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
이사를 간다.
스무 살 하숙집부터 따져보니
지금까지 대략 11번 정도 이사를 다녔다.
몇 달만 살았던 월세도 있었고
십 년이란 긴 시간을 보냈던 인생 첫 내 집도 있었다.
사람도 그렇듯
함께 한 세월, 그 안에 쌓인 추억만큼
집도 정이 드나 보다.
지금 사는 곳은 2년 남짓 살았는데
회사까지 걸어서 20분 거리에
코로나로 한동안 재택근무한 날들이 꽤 많았으니
제법 오래된 인연이다.
분명,
전생에 골드러시 시절 서부 개척자였을 아내도
이번 이사 준비는 힘들다는 투정을 한다.
부동산 거래부터
도배와 집수리
물건 버리기, 짐 싸기 등
젊어서는 그냥 뚝딱 해치우던 일들이
나이 탓인지... 버겁게 느껴진단다.
한번 이사를 가면
그곳에 정을 붙이고 집돌이로 사는 농경민 후손 남편을
그녀는 늘 이렇게 꼬시곤 했었다.
인생은 여행이야
하도 세뇌를 당해서 그런지
대학시절 여행 동아리 활동 탓인지
아니면,
언젠가 읽고 사진으로 남긴
<여행의 이유>의 한 구절 글 때문인지
나 역시 동의한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게 여행자로서 우리 인간의 삶이
아닌가 한다.
작년 봄,
강원도로 홀로 여행을 떠나 쓰기 시작한
브런치 글이 벌써 200건이 되었다.
처음에는 한 중년남의
솔직한 커밍아웃이었는데
이젠 글로 인생의 경험을 서로 나누는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된 듯하다.
'작가'라는 거창한 호칭보다는
삶의 여행을 함께 하는 '동행자'의 우정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계속해 써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