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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Oct 11. 2024

서랍에 시집을 꺼내 읽었다

사람 참 간사하다.


노벨문학상을 받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조금 읽다 서랍 어딘가 처박아 두었던

시집을 찾았다.


소설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받았을 때

'한강'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고,


작년 여름, 아들과 런던 여행을 갔을 때

큰 서점에 그녀의 책이 번역되어 전시 걸 보고

신뢰감이 한껏 커진 상태에서


가을이 되었을 때

좋은 시를 읽고 싶은 마음에 몇 권 사 왔던

시집 중 하나가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였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나태주' 작품처럼 쉽고 따뜻한 시에 익숙해졌던 탓일까.


심장, 해부, 피, 겨울...

섬뜩하고 어두운 느낌의 단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쓰인 몇 편을 읽다

멈추고 말았다.


(역시 소설책을 살 걸 그랬어...)하며.




모닝 알람이 울리기 1시간쯤 전에 깨어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한 권을 마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시를 읽는 법을 잘 몰랐다는 사실을.


시는 이해하려고 읽는 게  아니라

그냥 느끼고 공감해 보려 노력하는 것이라는 걸.


작가님,

노벨문학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중략)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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